[사설] JMS 같은 ‘독버섯’이 퍼지지 못하도록

검찰이 성범죄 혐의로 재판 중인 JMS 교주 정명석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구속 기간 만료일(27일)을 앞둔 시점에서 정 씨가 누범기간 중 성폭력을 저질렀고 정신적 지배를 해 여신도들에게 범행을 저지른 수법을 봤을 때 재범 위험성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명석은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소재 수련원 등지에서 홍콩 국적의 여신도 A(28)씨를 총 17회에 걸쳐 강제 추행하거나 준강간한 혐의로 구속돼 대전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그해 말까지 금산 수련원에서 5차례에 걸쳐 호주 국적 B(30)씨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도 있다.

그런데 지난 18일 열린 8차 공판에서 그를 무고 및 강제추행 혐의로 추가 기소한 검찰이 법원에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만큼 죄질이 나쁘다는 뜻이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성범죄 혐의자가 구속 기간 만료로 풀려날 경우 얼마든지 추가 범행을 저지를 우려가 있다.

정명석의 추악한 성범죄 행위는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방영되면서 다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이미 유사한 성범죄로 10년 형을 산 자가 출감한 후에 어떻게 버젓이 사이비종교 교주의 지위에서 젊은 여성 신도들을 대상으로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 허술한 법의 감시망과 사이비·이단의 반사회성에 우리 사회가 경악했다.

이런 사회적 공분이 사그라지지 않고 정 씨의 재판에 쏠리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번만큼은 그가 저지른 죄에 합당한 형벌이 내려져 추악한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원이 그를 사회로부터 엄격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법원이 JMS 2인자로 불리는 정조은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만 봐도 재판부가 이 사건을 얼마나 중대하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법원이 정명석의 조력자들을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속된 정조은은 JMS 대표교회에서 담임목사로 활동하는 등 정명석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그를 구속했다는 건 법원이 정명석뿐 아니라 주변 인물의 범죄 혐의 또한 절대 가볍지 않게 여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JMS 탈퇴자들을 지원해 온 단국대 김도형 교수의 증언에 의하면 구속된 정조은은 정명석의 여신도 조직 출신으로 그의 성범죄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도운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서도 정명석의 특별 관리 여신도 조직을 맡은 핵심 측근으로 묘사됐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정명석을 위해 얼마나 엽기적인 행위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정명석이 여신도의 나체를 석고로 만들게 했고, 이 일을 정조은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PD수첩’에 출연한 JMS ‘스타’ 출신의 한 여성은 정 씨가 옷을 벗어보라고 하더니 ‘조각을 떠도 되겠다’고 해 전신 조각을 떴는데 실리콘을 몸에 바르면서 호흡 곤란이 와 의식을 잃었었다고 했다. 또 하체를 성기 부분이 잘 보이게끔 다리를 벌린 상태로 석고로 뜨고 사진을 찍은 후 꽃 사진과 합성해 정명석에게 보냈다고 폭로했다.

JMS를 탈퇴한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JMS 2인자 정조은은 1990년대 후반 고등학생 때 정명석에게 포섭돼 조직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한다. 그에게 사도, 부흥강사, 성령분체 등의 수식어가 붙은 것만 봐도 그에 대한 정명석의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최근 재판에서 정명석의 성범죄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공범 사실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는 식으로 자신이 저지른 죄를 덮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계속해 새로운 범죄 혐의가 드러나고 있는 데다 정명석 성범죄의 공범 혐의로 구속까지 된 만큼 법망을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나는 신이다’ 방영 이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 등 주요 10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사이비·이단의 퇴출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은 발표한 선언문에서 “사이비 집단의 주장과 내용은 기독교의 가르침과 무관하며, 성경의 가르침과 전혀 다른 왜곡된 내용을 주입시켜 이성적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없도록 한다”며 경계를 당부했다.

정명석과 그 측근들이 저지른 죄는 이미 피해자들의 폭로와 증언, 고발로 세상에 드러났다. 이제 공이 법의 심판대로 넘겨진만큼 다시는 이런 독버섯이 우리 사회를 잠식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벌을 내릴 책임이 재판부에 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도 실효성 없는 마구잡이식 이단·사이비 규정만 남발할 게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건강성 회복과 자정 노력으로 이런 사이비들이 기독교란 이름으로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더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는 죄가 나쁜 것이지 사람 자체가 나쁜 건 아니란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의 교훈은 지은 죄를 회개하고 뉘우치는 경우에 해당한다. 죄의식이 없는 악한 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에 베풀 관용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