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하나됨 에하드 전
안수민 작가(좌)와 박혜성 작가(우) 그들의 작품 사이에서 ©이상진 기자

남과 북이 하나되는 통일을 염원하는 2인의 전시회가 지난달 열렸다. 전시회 주제는 ‘에하드’(Echad). 히브리어로 ‘하나 됨’이라는 뜻이다. 전시회의 주인공인 두 여성은 “남과 북의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의 세대를 세우고자 하는 상징적 표현이자 실제적인 추구”라고 전했다.

서울 극동방송 극동갤러리에서 만난 박혜성·안수민 작가는 조금은 급작스럽게 전개된 전시회에 대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한국의 박혜성 작가와 탈북민인 안수민 작가는 세대와 문화적 차이를 넘어 크리스천 여성으로서 예배를 통해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공통의 가치를 가지고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인생의 한 여정을 같이 걷고 있다.

특히 탈북한지 10년이 된 안수민 작가는 북한을 품고 오랫동안 기도해온 박혜성 작가의 섬김과 멘토링의 과정 가운데 함께 지금의 전시회를 개최하기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아래는 이 두 명의 작가들과의 일문일답.

Q. 전시회를 개최한 이유는?

안수민 작가(이하 안): 하나님 나라가 미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 땅 가운데 선포되기를 원한다. 이 시대는 미디어, 미술과 같은 시각적 영역뿐만 아니라 음악도 어두움 가운데 많이 잡혀 있고 젊은 세대가 알게 모르게 여기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박 작가와 안 작가)는 깊고 높은 하나님의 놀라운 하나님의 창조를 표현해 내고 싶은 갈망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번 전시가 시작점이 되는데 앞으로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시는지 궁금하고 또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주시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했다. 남북이 하나 되는 것에 있어서 물리적인 통일도 있지만 요한복음 19장에 있는 하나님 안에서의 ‘하나 됨’을 기도하면서 전시에 임하게 됐다.

박혜성 작가(이하 박): 나는 개인적으로 ‘말씀 필사 작품’을 만들어 왔다. 작품을 통해서 그리고 작품을 설명하면서 말씀의 은혜와 복음의 신비를 이 땅에 풀어놓는 문화선교사로서의 활동이었다. 안 작가 또한 창작의 방식과 목적이 하나님을 예배하면서 하늘의 것들과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작품 속에 녹여내려고 했다. 이것은 우리가 하늘나라를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세상에 보여주려는 노력이다. 이 두 작가의 작품이 한 공간 안에서 함께 전시를 하면서 나올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박혜성 작가 작품
 박혜성 작가 116.8 x 90.9 cm. Acrylic on canvas. 2022
최고의 부귀영화를 누렸음에도 모든 것이 헛되다는 솔로몬 왕의 고백은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상고하게 한다. 그가 남긴 유언처럼 인간으로서 가장 가치있는 삶, 그리고 궁극적 책무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뜻대로 사는 것임을 성경 전도서(히브리어로 ‘Kohelet’)를 필사함으로 선포한다. 그리고 나는 작품에서처럼, 거룩한 보혈의 붉은 문을 지나 부활의 푸른 문을 거쳐 늘 영광의 빛에 거하는 그림 전도자의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전도서 222절, 44개 물감 레이어) ©박혜성 작가 제공

Q. 두 분의 작품의 스타일은 좀 어떤가?

안: 나는 색채가 두드러지는 작품을 좋아한다. 내가 초창기에 작업할 때, ‘영성’이라는 키워들을 갖고 작업을 했을 때, 파란색을 위주로 작업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에게 다양한 색깔을 주셨다. 그래서 그 다양성을 작품에서 살리기 위해 파란색 뿐만 아니라, 다른 색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파란색을 중심으로 보라색, 초록색 등등. 요즘에는 핑크색도 많이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색채를 활용하는 시도를 많이 했고, 자연스럽게 이것에 에너지를 많이 쏟고, 여기에 중점을 많이 두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박 작가님도 색채가 참 다양해서 나와 박 작가님은 기법은 서로 다르지만 서로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한 관람객은 ‘이 전시회가 작가가 2명으로 알고 있는데 마치 한 작가의 작품 아닌가?’라고 말하더라.

박: 나는 색채가 굉장히 선명한 원색적인 색채를 쓰고 안 작가는 파스텔 톤을 쓰지만 사실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다양한 색깔을 썼다는 면에서 조금 비슷한 면이 있고, 또 둘 다 추상화이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만약 누구 한 명이 예수님 형상을 그린다거나 어떤 구체적인 형체를 그리면 우리의 작품이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데, 나의 작품은 거의 추상이고 안 작가는 성령의 ‘임재하심’과 ‘운행하심’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신비적이고, 초월적 주제이기에 추상화로서 같이 서로 어울리게 되는 것 같다.

Q. 작품에 대한 얘기를 해 달라.

안: 내가 처음에 모티브로 잡았던 것이 ‘출애굽’이다. 대학교 졸업전시 때부터 몇 년을 고민해왔다. 이 세대에 관한 세계관을 담은 작품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아이디어를 고민하면서 묵상하는 과정에,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서 내가 인터넷을 찾아봤다. 그러니 보통은 그림의 구도가 모세가 바닷물 앞에 있고, 사람들의 모습이 가득 보여지는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표현을 해 볼까를 고민하다가 눈을 감고, 바닷물을 상상해 봤다. 나는 홍해가 갈라질 때, 이것을 하늘에서 90도 각도 정면으로 바다를 보는 시점으로 상상해 봤다(정면에서 봤을 때, 물이 반으로 딱 갈라지는 시점).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계속 이 출애굽 사건과 홍해가 반으로 갈라지는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내면에 다가왔다. 작품을 완성하고 첫 전시회를 하는데 드는 생각이 출애굽의 사건이 내가 두만강을 건너와 한국으로 건너온 것과 연결되어 내면의 큰 공명이 있었다. 그래서 출애굽기를 계속 묵상했었다. 정말 은혜가 많이 됐다. 하나님께서 동풍으로 바다를 막아 길을 내셨다. 출애굽 사건은 대표적인 구원의 사건이다. 모든 인간은 구원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다.

에하드 전
안수민 <초자연적인> 130.3x97cm Oil on canvas 2021
홍해바다가 갈라지는 장면을 표현한 것 “초자연적인” 이라는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성령님의 임재하심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안수민 작가 제공

Q.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작품에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

안: 북한을 떠나온지 10년 정도 됐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 내가 많이 영감을 받은 작가가 ‘샤갈’이라는 작가이다. 샤갈은 유대인으로 러시아에서 태어난 작가였는데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프랑스로 망명을 간다. 그는 작품 속에 자신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을 참 많이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성경에 관한 그림을 정말 많이 그렸다. 나는 그가 크리스천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의 그림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복음을 전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나의 모티브와 그림의 양식을 가지고 있지만 샤갈처럼 고향에 대한 스토리들을 그 양식 안에서 계속 풀어내고 있다.

나는 작품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 있지는 않다. 또한 회복에 대한 소망도 함께 넣었다. 남북이 물리적으로만 통일된다고 회복되지는 않다. 근본적으로 하나님을 만남으로 인해 회복이 일어난다. 그 고향의 회복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작품 속에서 집들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이것은 작품에 노골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영혼의 돌아 가야하는 본향으로 궁극적인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나갔다. 고향에 대한 회복을 염원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작품 가운데 무엇인가가 집에 쏟아지는 느낌의 그림이 있다. 사실 이것은 ‘하나님의 영광’과 ‘성령님의 임재’가 집 가운데 쏟아지는 것인데, 내 고향인 북한 땅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이 작품을 통해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와 함께 복음을 전하는 통로로 쓰이기를 원한다.

나의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이다. 여기는 국경지역이다. 그래서 ‘신데렐라’, ‘백설공주’, ‘이집트 왕자’ 등 애니메이션 CD가 몰래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 거기서 내가 ‘이집트 왕자’를 봤었다. 물론 성경 내용인지는 몰랐다. 공식적으로는 이런 CD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사람들이 모르게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이 애니메이션을 봤었는데, 탈북 후에 작품활동을 하면서 그때 애니메이션을 보고 느낀 감정과 이미지가 출애굽 모티브 작품에 담긴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그림을 그리고 나서 참 하나님께서 놀랍게 역사하신다고 느꼈다. 어떻게 그때 그 영화를 보게 하셨고, 지금 작품을 만들고 있고 하는 것들이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 참 신기했다. 이걸 깨달으며 참 감동을 많이 했다.

Q. 두 분이 어떻게 관계를 쌓게 되셨는지?

박: 처음 만나면서 참 오랜 시간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마 신앙의 색깔이 같은 것 같다. 우리들은 특히 ‘그리스도의 신부 됨’, 그리고 ‘남북한의 통일과 더 나아가 예루살렘까지 회복’되는 이 두 가지 키워드를 같이 가지고 있었다. 또한 작업방식에서도 나는 말씀을 선포하고 기도하며 작업을 하고 안 작가는 찬양을 들으며 기도하며 작업한다. 나는 미술작업도 하나의 하나님과의 공동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예배로서 작업을 이끌어 가는, 이런 영적 추구 가운데 작업방식이 나와 안 작가의 공통점이었다.

안: 박 작가님과 같이 밥도 같이 자주 먹고 전시하시면 늘 가고, 줌으로 말씀도 같이 나눴다. 속 얘기를 다 할 수 있는 영적인 리더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있으면 나에게 자꾸 선물로 주신다. 어디 기도회가 있으면 같이 가고, 편지 같은 것도 써 주시고도 했다. 사랑이 많으시다.

Q. 박 작가님은 왜 그렇게 하셨는가?

박: 다른 친구라면 그렇게까지는 안 했을 수도 있다. 사실 내가 2008년부터 북한선교단체를 통해서 북한의 실상에 대해서 많이 듣고 그때부터 북한을 품고 지금까지 기도해왔다. 후원이든, 금식이든 무엇이든 했다. 심지어 북한이 갑자기 열리면 투입될 구호요원 훈련도 받았다. 어느 순간에서부터 북한을 품으며 탈북민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는데, 여러 가지 상황을 통해 안 작가를 만나게 됐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절묘하다. 나는 이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생각했다.

에하드
박혜성 작가와 안수민 작가가 그들의 공동작품에서 하나 됨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진을 찍었다. 공동작품 설명 : (메인 컬러를 남북 (블루 레드)연합을 보여주는 unity color 보라색) 안수민 작가가 먼저 아이패드 드로잉을 한 이미지를 캔버스에 출력한 후 박혜성 작가가 아크릴 물감으로 두 작가가 함께 전시를 위해 받은 말씀들을 필사함. 스가랴 4:1-14, 시89:11-14, 엡2:10-22, 벧전4:7-5:14 (북한어성경) 28 layer ©이상진 기자

Q. 통일과 ‘하나 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박: 우리가 교회에서 흔히 통일이라는 것을 얘기하지만, 먼저 우리의 실제 삶 안에서 통일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우리 안의 연합이 중요하다. 이것이 피상적이면 안 된다. 삶의 구체적인 정황 속에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연합을 이뤄가는 것이다. 안 작가와 내가 2인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조율의 과정이 필요했다. 서로 어긋나기도 하고, 사과하기도 하는 그런 과정 가운데 연합은 삶의 실제가 되고, 이것이 물리적인 통일을 준비하는 기초라고 생각한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남과 북이 문화 차이를 비롯해 많은 것들을 서로 배려하고, 나누고 맞춰가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통일을 준비하는 것은 절대 피상적이지 않다. 우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남과 북이 연합하는 ‘하나 됨’이 삶의 실제적 측면과 함께 또한 상징적으로도 통일을 표방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보다 이런 ‘남과 북’의 작가가 서로 연합하여 전시회를 하는 것들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 같다.

교계에서 탈북민들을 더러 ‘미리 온 통일’이라고 부른다. 이 분들을 섬기는 것은 굉장한 통일의 밑거름이자 중요한 사역이다. 이런 계기를 통해서 사람들이 탈북민을 더욱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탈북민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잘 세워지면 좋겠다. 이들이 복음의 일꾼으로 일어날 수 있기 위해 잘 양육되어지기를 매일 기도한다. 더 나아가, 남과 북의 기독 예술가들이 함께 연합하는 일들이 앞으로 계속해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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