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원이 민주노총 등 제도권 노조와 시민 단체에까지 침투한 의혹이 커지면서 기독교계에도 북한의 지령을 받는 간첩이 깊숙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국가정보원이 최근 간첩단 혐의 지하조직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민주노총 조직국장이 북한 공작금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받고 있는 A목사와 지난해 말 총 9차례에 걸쳐 통화와 문자메시지로 접촉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민노총 조직국장이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 부부장 급 공작원인 리광진의 지령을 받고 A목사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민노총 조직국장과 A목사 모두 제3국에서 각각 북한 공작원 리광진을 수 시간에 걸쳐 접촉한 혐의도 받고 있다. A목사는 2015년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한공작원 리광진을 만나 미화 1만8900달러 상당의 공작금을 받고 북 체제를 찬양·선전한 혐의 등으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어 수사 결과 이들의 간첩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거로 보인다.
A목사와 같이 체포됐던 B목사는 다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5년 12월 기소돼 2017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A목사의 경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중에 지난해 말 민노총 조직국장과 긴밀히 접촉한 혐의여서 불구속 상태로 기소까지 늦어진 허점을 최대한 활용한 정황이 있다.
A목사가 간첩 혐의로 기소된 것은 지난 2020년 11월이다. 그런데 2년이 넘도록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북한과 내통하며 간첩 활동을 한 혐의가 사실일 경우 그런 자가 북한의 지령대로 움직이며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도록 사실상 정부가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청주간첩단’ 사건은 청주를 중심으로 2017년부터 북한의 지령을 받아 F-35 스텔스기 도입 반대 운동을 벌여 온 일당 4명 중 3명이 2021년 체포되면서 세간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초 국정원 대공수사관들이 이미 대공 수사 첩보에 따라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간첩 혐의를 포착하고도 2021년까지 3년간이나 지연된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군사분계선 도보다리를 걸으며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그해는 반년동안 세 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정도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던 시기다. 최근 국정원 내부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서훈 국정원장이 간첩 사건이 터지면 남북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게 될 거라며 의도적으로 수사 결재를 미뤘다는 거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간첩 활동에 대한 증거를 파악하고도 제때 수사를 못하는 바람에 이들이 35차례나 북한과 교신하고,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공작금 2만 달러를 받는 등의 이적행위를 계속할 수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문 정부의 국정원은 간첩을 잡는 곳이 아니라 간첩을 알고도 모른 체 내버려두는 국가기관이란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A목사와 B목사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무슨 활동을 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다. 그러나 그가 목사의 신분으로 북한으로부터 어떤 지령을 받고, 교계 또는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어떤 목적을 수행했는지는 앞으로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드러나리라 본다. 그 결과에 따라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교계 내부의 종북세력에 대한 실체 또한 밝혀질 것이다.
북한이 남한 적화를 위해 한국교회를 타깃으로 삼은 건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이 조선그리스도연맹이라는 위장 종교단체를 두고 오랫동안 남한의 기독교계와 접촉해 온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교계 원로 김진홍 목사는 사건이 보도된 직후 주일예배 설교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의 남한 공산화 10계명 중 네 번째가 교회에 침투하여 무너뜨리란 것”이라며 교계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종북세력을 겨냥했다.
목사 신분으로 간첩활동을 함 혐의를 받는 이들이 구속 수감됐었거나 재판 중에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교계 내부에서 막연하게 떠돌던 소문이 그 실체를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안보당국에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즉 제도권 노조 뿐 아니라 종교 관련 기관·단체·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의 지령을 받고 목적을 수행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닐 거란 거다.
교계 내부에서는 간혹 이런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해묵은 ‘색깔론’ ‘종북몰이’를 한다며 일축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간첩’ 운운하냐는 식이다. 그러나 이제 헛소문인양 떠돌던 것들의 실체적 진실이 하나둘씩 껍질을 벗기 시작하면서 프레임을 씌워 매도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
항간에 우리 사회에 간첩이 다 사라졌는지 아니면 있는 데도 안 잡는 건지 떠도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명확한 것을 하나 알게 됐다. 간첩이 많은데도 일부로 안 잡았을 수 있다는 것을. 차제에 기독교의 간판을 내걸고 활동해온 종북좌파 세력의 배후가 누군지, 이들이 기독교계에 침투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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