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구약학회(회장 서명수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중앙감리교회(담임 이형노 목사)에서 ‘사사기와 설교’라는 주제로 제121차 송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열린 이번 행사에는 총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서명수 신임회장의 사회로, 이형노 목사(중앙감리교회)의 설교, 이사야 교수(남서울대)의 주제발표, 패널토론 및 자유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하나님의 영이 임한 사사들’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사야 교수는 “사사기는 사사시대의 이야기, 즉 주전 12세기 초 이스라엘의 가나인 진입 이후 11세기 후반 사울에서 다윗으로 시작되는 왕정시대 직전까지의 약 이백여 년 정도의 이스라엘 초기 공동체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고 했다.
이어 “사사시대는 아직 이스라엘에 왕과 같은 정치권력과 정규군이 없는 시대였다”며 “이 시대에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적이 나타나면 열두 지파는 그 적을 공동의 적으로 간주하고 각각 민병들이 나와서 카리스마적 지도자들로 대변되는 전쟁 영웅들을 중심으로 그 공동의 적을 막아내곤 하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 카리스마 지도자들에게는 민족적 위기에서 당시에 직면한 상황을 처리하도록 임무가 부여되었다. 카리스마적 은사로 구별되는 구원자인 사사는 자기 자신이나 자신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판단으로 백성을 국가적 위기에서 건져내는 신적 중개자로 나타났으며, 그들의 구원 행동은 백성들에게 최고의 권위를 고취시켰다”고 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구약시대의 지도자들은 기름부음을 통해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택함받는 사실을 공포하였다”며 “사무엘이 사울을 택할 때나 다윗을 택할 때에도 기름을 부었다(삼상10:1-13; 삼상16:12-13; 삼하23:1-7)”고 했다.
그러나 “사사기는 야웨의 영 부음을 받은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을 통해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함께하시고 힘든 상황에서도 이스라엘 민족을 보호하셨음을 말한다”며 “이는 전통적인 기름부음과 다르다.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나타내는 초자연적인 능력이 선천적, 물리적인 특별한 기술이 아닌 하나님의 임재로 인함이었다. 이 지도자들은 하나님의 영을 입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평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또 “이들의 이야기는 민족 간의 전쟁, 권력을 둘러싼 투쟁, 초인적인 영웅, 비극적인 죽음 등 흥미로운 내러티브 설교를 위한 요소를 다분히 담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 모두가 하나님의 영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사사기에서 하나님의 영을 받은 것으로 등장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옷니엘(삿3;10), 기드온(삿6:34), 입다(삿11:29), 삼손(삿13:25; 14:6,19; 15:14) 네 명”이라고 덧붙였다.
이사야 교수는 “사사기에서 하나님의 영이 임했다는 표현은 전쟁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의미한다”며 “초기 이스라엘 역사에서 일반적으로 전쟁 시에 법궤를 앞세워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사사기는 법궤 대신 카리스마적 지도자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했다는 선언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분명 사사시대는 야웨의 임재 상징이던 법궤가 존재하던 때였으나, 사사기 저자는 법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대신 그 자리를 소수의 카리스마적 지도자로 채우고 있다”며 “결국 사사기의 하나님의 영은 사람을 선택하는 이전의 기름부음 양식을 빌려 또 다른 하나님 임재의 상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방인 옷니엘의 삶과 영성이 어떠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하나님이 자신의 영을 옷니엘을 임하게 하여 이스라엘을 구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라며 “큰아버지 갈렙처럼 잡족에 불과했던 옷니엘이 죽기까지 한 세대 동안(40년 동안) 찾아온 평화는 그니스 족속에게 빚을 진 기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겁 많고 소심한 기드온을 큰 용사로 만든 것은 하나님의 영”이라며 “구원의 징표를 구하는 기드온에게 하나님은 출애굽 때의 징표를 보이셨고, 과거의 그때처럼 이스라엘이 자랑하지 못할 구원을 베푸셨으며, ‘미디안의 날’(사9:4)은 이방 통치와 강제노동의 멍에에서 해방되는 사건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또 “암몬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입다는 일반적인 윤리와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의 주인공”이라며 “하나님의 영이 임한 입다는 영을 주신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잘못된 서원을 했다. 전쟁에서는 승리했으나, 이방의 인신제사를 따랐고, 공동체의 분열과 파괴를 일으켰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영이 네 번이나 임한 삼손은 자기에게 임한 영을 개인적인 욕심과 복수에만 사용했다”며 “블레셋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하스는 것이 태어난 목적이었으나 그가 일으킨 블레셋과의 싸움은 개인적인 차원에만 머물렀다. 다곤 신전에서의 죽음 사건조차 하나님의 영과는 무관하다. 그는 사사기에 등장하는 전쟁 영웅들 중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지 못한 유일한 사사”라고 덧붙였다.
이사야 교수는 “ 하나님의 영이 임한 사사들이 좋은 리더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며 “영이 임하지 않은 왼손잡이(이쉬 이테르 야드 예미노) 에훗과 드보라는 개관적으로 볼 때 입다와 삼손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사사들”이라고 했다.
아울러 “사사기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영은 군사적인 업적과 관련될 뿐, 그 영이 임한 사사의 신앙이나 윤리적, 내면적인 변화와는 무관하다. 그 영의 임재는 지속적이지 않고 일시적인 일이었으며, 영이 임한 사람에게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았다”며 “하나님의 영이 지속적으로 임재하기 시작한 것은 다윗 이후이며, 내면적, 윤리적 변화의 힘으로 역사한 것은 포로시대 이후이다. 사사시대, 이스라엘의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했다.
이어서 패널토론 및 자유토론이 진행되었다. 안근조 교수(호서대)가 좌장으로, 권오진 목사(기감, 월드비전)·김진오 목사(기성, 잠실한빛교회)·이수연 목사(독립교단, 새맘교회)·이상희 목사(예장통합, 호산나교회)가 토론자로 나섰다.
한편, 이날 행사엔 학회 회장 이·취임식도 진행되었다. 김회권 회장(숭실대)이 이임하고, 신임회장직엔 서명수 교수(협성대)가 취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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