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백종국 교수, 이하 기윤실)이 25일 오전 서울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시스템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발표회를 개최했다.
신동식 목사(교회신뢰운동 본부장, 빛과 소금교회)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선 김상덕 교수(한국기독교사회문제 연구원 연구실장, 명지대 객원교수)가 ‘목회자 은퇴 연구의 필요성: 불안한 현실과 공교회적 대안을 중심으로’,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기윤실 공동대표)가 ‘한국교회 뇌관: 은퇴(사례발표)’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먼저 발표한 김상덕 교수는 “한국교회가 압축적이고 급속도의 성장을 거치고 난 후, 2000년도를 기준으로 전반적인 감소세의 상황을 거치고 있다. 이 가운데 드러난 위기 중 하나가 바로 목회자 은퇴에 대한 공교회적 대응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목회자 은퇴 보수에 관한 선행 연구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그동안 제기된 문제의식이나 연구의 방향은 주로 은퇴 후 목회자의 삶이라는 개인적인 측면에 집중되어 있거나 교회의 규모나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한계를 가진다”고 했다.
김 교수는 “목회자 은퇴 보수에 관한 논의에 앞서 은퇴 시 발생하는 긍정적 그리고 부정적 사례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크게 다섯 가지가 있는데 1) 적정한 은퇴 보수, 목회자와 교회 모두 만족함, 2) 부족하지만 은퇴 보수를 제공, 교회 갈등은 없음, 3) 부족한 은퇴 보수, 교회 갈등의 원인이 됨, 4) 은퇴 보수 못 줌, 이임 목사에게 권리금처럼 요구하여 받음, 5) 은퇴 보수 못 줌, 목회를 접고 교회를 파산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은 불완전하다. 교세와 교인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따른 재정의 감소와 긴축 재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현상은 한국교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만, 그 심각성은 작은 교회일수록 더 크다. 한국교회 절반 가량이 미자립교회이고 다수의 교회들이 교인 수 100명 미만의 소형교회이다. 이 작고 평범한 교회들이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은 복합적이며, 적정한 목회자 은퇴 보수를 지급할 상황이 안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를 방치하면 문제가 생긴다. 목회자의 노후는 고통스러우며, 교회와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나아가 목회직을 사고파는 형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미 상황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을지도 모르며,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은퇴 목회자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공교회성이 필요하다. 국가가 소상공인을 우대하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듯이, 교회는 작고 평범한 교회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그 도움에는 목회자 은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재정, 주거, 의료, 심리적 서비스과 함께 목회자 은퇴 보수와 관련한 인식 개선 교육이 함께 필요하다. 대형교회의 일탈과 일부 목회자들의 비윤리적 은퇴 보수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고 평범한 교회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미 찾아온 현실이다. 이제라도 이 주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연구, 대응이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김 교수에 이어 발표한 조성돈 교수는 “목회자의 은퇴는 최고의 면류관이다. 만 70세가 되어서 목회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길게는 50년, 짧게는 30년 목회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었음을 말하고, 가정에서도 별 문제가 없고, 무엇보다 건강이 뒷받침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영육 간에 강건하고, 주어진 사명 가운데 흔들림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다. 더군다나 그 목회가 한 교회에서 지속되었다면 더 큰 영광이요, 심지어 그 교회가 자신이 개척 하여 일구어온 교회라면 더욱 그러하다”고 했다.
그는 “목회자가 은퇴함에 있어서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집과 월 생활비이다. 대부분 특별한 준비가 없이 은퇴를 맞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은퇴 목사는 집, 월 생활비 문제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은퇴 문제는 목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돈은 교회에서 지급해야 하는 부분이며 교회공동체이니 성도들의 입장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교회 마다 목사의 본봉의 10% 내지는 목사가 내는 십일조는 은퇴적립금으로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걸 유지하고 있느냐이다. 교회가 힘들더라도 이걸 유지해야 하고, 이 선에서 퇴직금이 정리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 요즘은 점점 교단에서 연금에 대한 강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쉬운 것은 연금이 있는 교단마다 이 문제로 인한 비리나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있는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목사가 은퇴할 때 교단에서 은퇴에 대한 규칙이나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교단에서 정해 놓은 규칙이나 매뉴얼이 없다. 교회마다 은퇴하는 목사와 교회가 절충을 하여 정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당사자들이 직접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서로 목사와 교인으로 살다가, 돈 문제로 ‘거래’를 해야 하니 쉽지 않다. 편한 논의나 거래가 되지 않으니 아무래도 무리수가 나타난다”며 “은퇴에 대한 규칙이나 매뉴얼을 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본적인 규칙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을 기본으로 해서 논의를 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은퇴는 목회자의 성적표가 된다. 그가 목회를 어떻게 했고, 교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했느냐가 드러난다. 그런데 이게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은퇴를 잘하면 목사도 교회와 분열되지 않는다. 그리고 교회 역시 분열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도들이 시험에 들지 않는다. 평생 신앙의 상징이었던 목사에게 실망하고 그 신앙을 버틸 수 있는 성도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동안 내가 세웠던 양들이고, 내가 그들의 목자고, 그들을 목양했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현재 한국교회에서 은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정말 폭탄과 같다. 곳곳에서 교회가 깨어지고, 서로를 향한 저주와 원망이 난무한다. 그런데 아직도 은퇴에 대한 대책이 없다. 각 교회가 알아서 해야 하는 형편인데, 그 모양을 보면 평안한 곳이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제 교회가 부흥할 때 세워졌던 많은 목회자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시급하게 한국교회가 이 목사의 은퇴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터지고 있는 연쇄 폭발의 위험에 바리케이트를 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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