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법학회(이사장 소강석 목사, 회장 서헌제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사랑의교회 4층 국제회의실에서 ‘낙태와 존엄사를 중심으로 한 생명윤리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제30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신학과 법학의 통섭적 논의를 통해 낙태와 존엄사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재곤 박사(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발표회에선 먼저, ‘기독교 신앙과 실정법에서 본 낙태와 안락사’라는 주제로 송삼용 목사(하늘양식교회, 교회법신문 대표)가 발제했다.
송 목사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836명이 자살했고, 지난 한해(2021) 동안 13,352명이 목숨을 끊었다”며 “통계청은 2021년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며, 30대까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8월 한달 사이에 1046명이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명경시 풍조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생명과 관련한 문제는 자살에 대한 절망적인 통계만이 아니다. 생명윤리의 쟁점인 낙태와 안락사 역시 천하보다 귀한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치명적으로 해(害)하는 주제들”이라며 “과학 기술의 진보는 스스로 자제력을 통제하는 자율성을 잃은 채 무제한적으로 연구 분야 및 그 범위를 확산해 가고 있다. 현대의 생명과학의 주제들이 그 정황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배아 복제, 유전자 조작 및 치료, 연명 치료, 인간대상 및 인체 유래물 연구, 장기이식 뇌사 등이 그 사례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낙태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낙태죄가 폐지되어 2020년 한 해 동안 인공임신중절 건수가 32,063건으로 집계되었다”며 “이 같은 공식 통계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낙태가 광범위하고도 은밀하게 시행된 암수범죄까지 포함하면 낙태로 인한 태아의 살해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한 “안락사의 경우도 그 상황이 다르지 않다. 대법원이 2009년 5월 21일 ‘무의미한연명치료장치제거등’을 인정하는 판결에서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는 환자의 의사 결정을 존중하여 연명치료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며 “이 판례로 대법원이 사실상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하자 정부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법을 제정하여 현재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시행 중에 있다”고 했다.
아울러 “생명윤리의 쟁점인 낙태와 안락사의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주요 이슈 중의 하나다. 이 두 쟁점은 삶의 죽음의 문제로써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와 관련된 문제”라며 “더 나아가 두 쟁점들은 윤리적인 측면이나 종교적인면 더 나아가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고 했다.
이어진 두 번째 발제에서 ’낙태 합법화 판례를 폐기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경의 비교법적 함의’라는 주제로 발제한 전윤성 변호사(자유와평등을위한법정책연구소 대표)는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돕스 대 잭슨 여성건강기구 사건에서 낙태를 합법화하였던 로 대 웨이드 판례(1973)와 남 펜실베니아 가족계획연맹 대 케이시 판례(1992)를 폐기하면서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미국 미시시피주의 재태연령법(Gestational Age Act)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미국 연방 헌법과 동일하게 우리 헌법에도 낙태권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없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100년이 넘게 유지되어 온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2019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며 “돕스 판결에 비추어볼 때, 헌재의 결정은 낙태권에 대한 체계적 고찰과 구체적 근거 없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고, 위헌심사의 대상이 아닌 입법정책에 대해 심사하였다는 점에서 위헌심사권의 남용이 문제된다. 언젠가 제2의 돕스 판결이 한국에서도 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음 세 번째로 ‘국회에 발의된 낙태죄법안에 대한 비판적 연구’라는 주제로 발제한 연취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와이 대표)는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위헌성이 있다는 헌법불합치 결결정을 하면서, 위헌성 제거를 위하여 국회에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법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하였다”며 “그러나 이미 2022년이 저물어가는 시점까지 국회에서는 낙태죄의 위헌성에 대한 논의를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입법불비 상태를 이용하여, 대한민국의 한켠에서는 이미 낙태가 합법화된 것이라며, 임신중지·재생산권의 제도화를 위한 흐름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격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회에서 낙태죄 개정안을 논의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쟁점이 무엇인지 다시한 번 점검함으로써, 대한민국 체제의 기본을 세우는 기본법에 해당하는 형법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국가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형법개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 네 번째로 ‘가톨릭 신앙에서 보는 안락사 문제’라는 주제로 발제한 정종휴 교수(전남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2022년 6월 15일 더불어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사 조력 존엄사’ 법안에 대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했다.
이어 “이들에 성명에 따르면, ‘의사 조력 존엄사는 이른바 죽을 권리와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며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 존엄사라는 용어는 환자가 고통 없이 존엄과 품위를 지니고 맞이하는 죽음이라는 미화된 이미지로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자살과 이에 가담하는 살인 행위’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락사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대응을 보면 가톨릭교회야말로 생명 보호의 최후 보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톨릭교회의 대응방식이 다른 종교의 그것과 다른 것은 가톨릭교회는 신앙의 진리라는 절대적·불변적·객관적 계시 진리의 바탕 위에 모든 것을 ‘가치의 단계’에 따라 설명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교회의 삶은 '실존 차원의 체험'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현재와 미래에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는 성인들의 삶이 있어야 하고, 앞으로 오실 그리스도의 모습이 신자들의 삶을 통해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며 “갈수록 극성인 죽음의 문화를 이기고 생명의 문화를 꽃 피우려면 그리스도교 신앙과 선의에 충만한 가톨릭과 개신교 형제들의 기도와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편, 발표회에 이어 박요셉 목사(한국교회법학회 이사)의 사회로, 이상원 교수(전 총신대신대원 부총장겸 대학원장)·명재진 교수(충남대 로스쿨 교수)의 지정토론이 진행되었고, 자유토론, 연구윤리교육 및 투고 안내, 김정부 목사(학회 이사, 울산찬송하는교회)의 폐회기도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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