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훈 목사(발안예향교회)가 31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핼러윈이 문제였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전 목사는 “이태원 참사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핼러윈 데이는 11월 1일인 만성절(萬聖節, All Saints’ Day, All Hallows’ Day)의 전날을 크리스마스이브처럼 즐기던 문화에서 비롯됐다. 만성절은 가톨릭에서 지키던 ‘모든 성인의 대축일’을 의미한다”며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한국을 빛낸 위대한 위인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기리는 행사 같은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종교와 상관없이 상업적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즐기는 축제가 된 것처럼, 핼러윈도 가톨릭의 만성절이나 귀신의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상업주의와 결합하여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끼와 열정을 드러내며 즐기는 세계적인 축제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대로부터 축제는 억눌렸던 민중의 삶에 탈출구가 되어 주었다. 우리의 추석과 같은 민족 고유의 명절도 이런 축제의 한 요소를 담당했다”며 “농사일로 벅찼던 삶에 쉼을 제공하고 굶주림에서 하루 정도는 벗어날 수 있게 해 주었기에 ‘매일이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도 생겨났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축제라도 전통이 덧입혀지고 규율이 엄격해지면 정작 힘든 삶에 탈출구가 되기보다 또 다른 짐으로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한다. 이렇기에 ‘매일이 한가위만 같으면 큰 일’이라는 말도 생겨났다”며 “더욱이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추석 같은 명절은 결코 자기네가 즐길 만한 축제와 같지 않기에 새로운 탈출구로서 어른들은 잘 모르는 축제가 필요했다. 이런 젊은이들의 욕구가 가장 잘 맞아떨어진 것이 바로 핼러윈 데이”라고 했다.
전 목사는 “어떤 축제라도 사람들이 몰리면 반드시 사고의 위험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1755년 11월 1일 포르투갈 왕국의 수도였던 리스본에 큰 지진이 발생해 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09년 만성절에는 필리핀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 16명이 숨지고 60여 채가 불에 타면서 한 동네가 쑥대밭이 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이렇듯 어떤 축제이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는 늘 사고의 위험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사전에 충분히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만 큰 사고라는 것 자체가 아무리 대비해도 부족한 사고를 의미한다면 큰 사고는 언제나 충분한 대비를 했다고 여겨지는 곳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고가 났다고 해서 그 축제 자체를 비난하고 비하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는 격이 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핼러윈 축제가 전 세계 모든 젊은이가 열광하는 축제이지만, 그렇다고 핼러윈 데이를 휴일로 지정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 역시 핼러윈을 통해 상업적으로 돈벌이는 하지만 이를 크리스마스처럼 휴일로 정하지는 않았다”며 “따라서 핼러윈 데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는 더욱 금지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 왜 많은 젊은이가 이토록 핼러윈 데이에 열광하는 것인가”라며 “이 시대가 규범과 획일화에 질려버린 젊은이들이 기존의 관념 체제를 부정하고 해체주의를 외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인 탓도 있다”고 했다.
이어 “문명의 발전 속도는 인공지능(AI)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데 소위 어른들은 과거의 사상 체제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질 못하니, 빠른 문명과 더딘 사상 사이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좀처럼 해소할 수 없는 답답함에 빠지게 되었다”며 “이들은 어른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들을 즐기며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노랫말은 점점 알아듣기 힘들어지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언어는 갈수록 어른들을 배제하고 있다. 청소년들만의 문화가 생기고 그들에게 소비 능력이 생기게 되면서 상업은 그들을 중심으로 재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 기성세대는 그런 문화에 소외감을 느끼며 꼰대로 전락하고 만 것이 현대사회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전 목사는 “한국은 특별히 유교적인 관습과 남북으로 갈라진 이데올로기가 BTS의 세계적인 성공과 함께 공존하는 나라이다 보니 세대 단절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문화를 즐기고 싶은 욕구가 큰 사회가 되었다”며 “이번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가 이런 세대를 품어 주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했다.
이어 “기성 문화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세대를 키우면서 그 아이들이 자신들의 끼와 욕망을 풀 수 있는 장은 협소하게 제한해 두고 도리어 아이들의 문화를 비난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우리 아이들을 바르게 키울 수 없다”며 “특히나 이런 사고와 아픔 뒤에 교회에서 뿌리는 소금으로는 상처를 더 크게 만들지언정 결코 미래를 향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게 한다”고 했다.
또 “한국 사회가 아무리 경직되었다 해도 이번 이태원 사고로 인해 안전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사람들이 분산해서 축제를 즐길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갈 텐데, 도리어 교회가 뒷걸음질 치며 핼러윈 데이는 귀신의 축제라며 비난하고 하나님의 심판을 자초한 것이라 정죄하는 것으로는 결코 다음 세대를 교회로 모으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는 고통과 슬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큰 고통과 슬픔을 경험하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심으로 우리를 위로하시듯 우리 역시 세상 속에 나가 큰 슬픔을 가진 자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는 일을 할 수 있다”며 “그리고 해야 한다. 부디 십자가에서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웃는 이들을 위해 사랑으로 중보하신 예수님의 음성이 단상에서도 들려지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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