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익 목사(벧샬롬교회 담임)가 17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가정이 무너진 시대에 교회는’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목사는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전체 자살률은 2003년 이래 줄곧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임종을 맞고 한참 지나서야 주검이 발견되는 고독사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독거노인 비율은 지난 7년 동안 매해 20퍼센트 선을 유지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혼자 사는 사람이 다섯 명 중 한 명이라는 말이다. 독거하는 사람은 비단 노인만이 아니”라며 “다양한 이유로 사회 진입에 어려움을 겪거나 장기불황 등 상황적 이유로 원치 않게 홀로 살게 된 2, 30대 인구도 지속해서 늘고 있고, 그만큼 2, 30대 청년 고독사 비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사회는 개인적으로는 고독의 병리적 현상을, 사회적으로는 가정 붕괴의 참혹함을 경험하는 고독 사회”라며 “성경을 믿는 신자로서 나는 내가 살아가는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볼 때 아프고 슬프지만 크게 놀라지는 않는다. 인류의 첫 사람 아담이 타락한 결과 아담의 모든 후손이 예외 없이 죄와 비참의 상태에서 살아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하나님께서는 본래 인간을 고독한 존재로 창조한 것이 아니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처음으로 좋지 않다고 평가하신 것은 아담의 독거였다(창 2:18)”며 “지금도 죄와 저주로 말미암아 인간이 극도의 고독 가운데 살아가는 것을 하나님께서 좋게 보실 리 없다. 아담을 위해 하와를 만드신 하나님께서는 친히 두 사람을 부부라는 가족 공동체로 묶어 주셨다. 그뿐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처음부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을 주심으로써(창 1:28), 가정을 통한 번식과 공동체의 형성을 의도하셨다. 영원히 공동체로 존재하시며 세 위격 안에서 최고의 기쁨을 누리시는 하나님께서는 그 기쁨을 주어 누리게 하시려고, 사람을 공동체로 창조하셨다”고 했다.
그러나 “아담의 타락은 고독과 외로움을 모든 인간의 실존 속에 가져왔고, 그것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겪고 살아가는 죄와 비참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되었다”며 “고독사, 노인 빈곤율, 노인 자살률, 보육원 자립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모두 고독이라는 피할 수 없는 인간 실존과 연결된다. 본질상 타락한 인간이 만들어가는 사회는 고독 사회이고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개인주의라는 시대정신과 문화적 흐름은 외로움을 증폭할 뿐이고, 어떤 정부도 현상에 대한 후속 조치를 넘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하지만 희망이 있다. 둘째 아담으로 오신 그리스도께서 죄와 죄책에서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셨고 그들을 성령 안에서 결속하는 새로운 가정으로 만드셨다”며 “그리스도의 구속은 단순히 개개인의 영혼이 구원받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스도께서는 죄로 깨어진 관계와 무너진 가정을 구속하셨다. 그것이 교회”라고 했다.
이어 “그리스도께서 가정이 무너진 세상에 오셔서 가정을 구속하셨다는 소식은 외로움에 사무친 인간과 고독 사회에게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죄로 말미암아 분리되고 깨어진 모든 관계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고 깊은 결속을 통해 교회의 하나 됨을 경험하게 하신다”며 “주님께서 잡히시기 전 그 저녁에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신 것은 주님이 십자가에서 이루실 구속이 가져올 교회의 본질을 보여준다(요 13:34~35). 교회는 신자들이 단지 예배를 위해 모였다가 흩어지는 느슨한 클럽이 아니다. 교회는 외로움을 가속하는 세상 문화를 거슬러, 결속을 만들어내고 관계의 깊이를 추구하며 서로 사랑하는 가운데 서로를 돌보는 가정으로 부름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로드니 스타크는 「기독교의 발흥」에서 초기 기독교가 박해 속에서도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2세기 중반과 3세기 중반에 약 15년 동안씩 로마제국에 창궐했던 역병의 상황을 지적했다”며 “그리스도인들은 도시를 떠나지 않았고 버려진 병자들을 돌보았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그리스도인들도 감염되어 죽기도 했지만, 감염병으로 인한 그리스도인의 사망률은 비그리스도인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리스도인들이 서로를 돌봄으로써 죽음 대신 회복을 경험했던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병자들을 돌보았던 그리스도인들의 행동은 로마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이 일로 수많은 사람이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21세기에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코로나 팬데믹에서 경험했듯이, 고대 세계와 달리 현대의 전염병은 정부와 의료기관이 감당하고 있어서 초기 교회와 같이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두드러진 역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하지만, 지금 같이 관계와 가정이 무너진 고독 사회에서 교회가 주님이 구속하신 가정으로서의 교회를 회복하고 그렇게 존재한다면, 외로운 이들을 두 팔 벌려 환대한다면, 그리스도 안에서의 참된 결속을 보여준다면, 21세기의 세상에 교회보다 더 충격적인 메시지가 있을까”라고 했다.
아울러 “보육원에서 자립한 청년들을 돕는 한 사역자의 말이다. ‘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보니 매주 한두 번이라도 꾸준히 연락하며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사회적 가족을 만들어줘야 한다’ 환대의 전통 속에서 교회는 외로운 노인과 외로운 청년들의 가족이 되어줄 수 있는가”라며 “우리가 현세에서 누릴 백배의 가족은 교회다. 가정이 무너진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는 하나님의 가정으로 존재하는 교회는 세상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복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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