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마약·조직범죄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마약·조직범죄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검찰청이 마약·조직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최근 법무부가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응해 개정안 시행령에 따라, 앞으로 검찰은 마약 유통과 범죄단체를 결성한 조직원도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행령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일명 '검수완복'(검찰 수사권 완전히 복원)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대검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선 엄정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시행령에 더욱 힘을 싣는 모양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주재로 전국 6대 지방검찰청(서울중앙·인천·수원·부산·대구·광주)의 마약·조직범죄 전담 부장검사 10명이 참석한 2차 회의가 열렸다.

검찰은 최근 조직폭력배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이거나 시민과 경찰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면서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최근 경쟁관계에 있던 폭력조직원 45명을 집단 난투극 혐의로 기소했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장례식장에서 난투극을 벌인 조직원 18명을 재판에 넘겼다.

조직범죄는 최근 단순 폭력뿐 아니라 마약의 밀수·유통, 불법도박 사이트, 보이스피싱 등 민생에 영향을 주는 범죄까지 활동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조직폭력사범 중 처벌을 받는 인원은 해마다 줄고 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2017년 2293명(구속 261명) ▲2018년 1813명(구속 255명) ▲2019년 1135명(구속 159명) ▲2020년 844명(구속 59명) ▲2021년 676명(구속 89명)이다.

마약범죄도 심각한 수준의 통계를 나타내고 있다.

압수된 마약량은 ▲2017년 154.6㎏ ▲2018년 414.6㎏ ▲2019년 362.0㎏ ▲2020년 320.9㎏ ▲2021년 1295.7㎏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마약사범은 85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증가했다. 밀수·유통사범은 2437명으로 전년보다 32.8% 늘어난 수치다. 적발되지 않는 범죄나 재범률까지 합하면 8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최근 마약범죄는 수사망을 피하려 텔레그램, 다크웹 등 온라인 비대면거래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10대 청소년, 20~30대 청년, 주부와 공무원 등으로까지 투약층이 확대됐다.

특히 마약사범 중 10대의 비율은 지난 2011년 41명에서 지난해 450명으로 11배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의 비율은 35%에 이른다. 최근에는 힙합 경연프로그램 '고등래퍼' 출연자인 윤병호씨가 마약 투약 등 혐의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이처럼 마약·조직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은 수사권조정에 따른 영향이 일부 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마약범죄는 수출입이 유통 및 투약과 모두 연계돼 있는데, 검찰은 수출입 중 일부만 수사할 수 있게 되면서 유통이나 투약 사범을 추가로 적벌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조직범죄의 경우 검찰 직접수사 범위에서 제외되면서 일선 검찰청에 설치돼 있던 강력부가 대부분 폐지돼 대응 역량이 감소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에 검찰은 마약·조직범죄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가동해 대응에 나선다.

지난해 기준 전국 조직폭력배 173개 계파에 대한 범죄정보를 수시로 파악하고 경찰 등 유관기관과 공유하는 중이다. 지난달에는 동남아시아 등 주요 마약 유입국에 대한 DB를 내실화했으며, 오는 2023년까지 전세계 주요 마약 유입국에 대한 DB도 구축할 예정이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를 포함한 전세계 30여개 나라와 공조체계를 구축해 수사관을 파견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현지 검거와 송환 등 국제공조에도 힘쓰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찰청, 관세청, 해양경찰청, 국가정보원 등과 수사협의체도 꾸려 대응한다.

인천지검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세관, 해경과 함께 매달 마약수사 실무협의체 정기회의를 열어 체계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를 참고로 해 전국 검찰청에서 권역별로 마약수사 실무협의체가 구축된다.

일선 검찰청에서 운영하는 마약·조직범죄 전담검사 처리체계도 재정비한다. 전담검사들은 조직범죄자들이 죄에 맞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10~20대 마약 투약사범에 대해선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도록 돕는다.

지난달 26일에는 전국 18대 지방검찰청의 전담 부장 및 검사 등 44명이 1차로 화상회의를 열었으며, 이날은 6대 지검의 전담 부장검사 10명이 2차 회의를 진행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은 축적된 수사역량을 강화·결집해 마약·조직범죄로부터 공동체를 지키고, 국민이 안전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마약청정국 지위를 되찾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법무부는 최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관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마약·조직범죄 중 일부를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 경제범죄로 포함했다.

기존에는 마약 수출입이나 수출입 목적의 소지죄 등만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는데 마약 유통까지 수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조직범죄 중에는 범죄단체 등의 조직 혐의가 경제범죄로 분류됐다.

시행령이 마련되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행령 개정은 '검찰 밥그릇' 지키기"라며 "국민과 민생도 '검사 자리' 챙겨주듯이 확실히 챙겨달라. '측근 검사'들만 국민인가"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서민 착취하는 깡패 수사하고, 서민 울리는 보이스피싱 수사하고, 청소년에게까지 퍼지고 있는 마약 밀매 수사하는 것이야말로 법무부가 할 수 있는 '진짜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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