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되고 있는 '만5세 초등입학'을 놓고 연일 의견수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교육부가 3일 유치원 학부모들을 만나 설득에 나섰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소재 유치원생 학부모 9명과 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취학연령 하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참석한 학부모들은 만5세는 초등학교 수업을 듣기엔 발달상 이른 나이이며, 해당 연령 아이들을 가르치기에 공교육과 돌봄 서비스의 질이 낮다고 지적했다.
만3세 자녀를 둔 인천 학부모 김경희씨는 "저희 아이가 18년생이니까 19년생과 같이 입학하게 되는데 혼란스럽고 걱정이 많이 된다"며 "만4~5세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며 누리과정 통해 새로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는데 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경험을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0년생 자녀를 둔 김정숙씨는 "만5세는 유치원에서 놀아야 할 나이인데 초등학교를 가면 40분 동안 수업을 들어야 한다"며 "교육부에서 교육과정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실험 대상이 돼 학습상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학교에 돌봄을 맡길 수밖에 없는데, 이 조차도 여의치 않으면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고 이는 만5세 아이들을 조기 사교육에 진입시키게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의 한 학부모 A씨는 "지금 초등돌봄을 오후 7시까지 운영하지만 오후 3시만 넘어도 애들은 학원으로 다 빠지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경기에 거주하는 유치원생 학부모 김성실씨는 "아이들의 지식습득 속도와 인지역량이 올라갔다고 취학연령을 당기면 그만큼 빨리 사교육에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라며 "학생 수 감소를 학교를 일찍 보내 해결하기 보다는 양질의 유아교육을 실시하고, 제 나이에 맞는 연령에 입학에 교육을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장 차관은 "발달에 따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검토한 대안으로 초등 저학년은 수업 중에 반드시 보조교사를 배치해서 발달·적응이 저조한 학생을 돕고, 개발 중인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입학초기 학교적응 활동을 강화하며, 학습 내용도 놀이 중심으로 교과를 재구조화해 발달성 격차를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등학교 저학년은 수업이 일찍 끝나 나머지 시간 '돌봄절벽'을 경험하게 된다"며 "국정과제 중 초등전일제를 시행해 오후 7시까지로 시간을 확대하고, 단위 학교가 아닌 교육청 수준으로 지원 체계 수준을 높인 것을 전제로 취학연령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시행이 어렵다고 검토된 사안을 다시 들고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그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학령인구 감소(가속화)와 초등시설, 기자재 및 교원 수, 재원이 (학제개편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논의해볼만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한 뒤 "방과후학교와 돌봄 수준의 질을 높이면 교육격차와 사교육이 조금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견 수렴 없이 마련된 '만5세 초등입학'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 학부모 권영은씨는 장 차관에게 "졸속행정에 대해 철회하고, 이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공교육과 돌봄·교육에 대해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익히고 고민하고 실천하시라"며 "유치원에서 배워야 할 게 많은, 노는 게 우선인 아이들의 1년을 빼앗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장 차관은 원점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전날 학부모 단체 대표들과 만나 "국민들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학부모들의 반대 목소리에 "추진 과정 중 시기상조고 득보단 실이 많다는 판단이 들어서 '지금은 아니다'라는 종국적 판단이 들면 그것조차도 받아들일 열린 자세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학연령 앞당기는 것은 필수는 아니고 하나의 선택지"라며 "효과가 있다면 시도해볼만한 선택지라는 것이고 이를 공론화에 상황에 맞는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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