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 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공전만 거듭하는 '식물국회'가 계속 되면서 원 구성 파행의 후유증도 속출하고 있다. 당장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시한이 법정 기한을 넘겼고, 경제 위기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지만 입법파행은 되려 장기화될 조짐이다.
후반기 국회가 시작된 지 한 달 가까이 되도록 여야가 원 구성을 하지 못 한 채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배경에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 배분을 놓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한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신경전이 주된 원인이다. 거대양당이 원 구성 협상의 성패가 법사위원장 배분에 달려 있다고 보고 서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원 구성 협상은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간 원구성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인사청문회도 잇따라 시한을 넘겨 국정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은 지난달 30일과 31일에 각각 국회에 제출됐다. 청문 기한은 각각 18일과 19일이라 이 기간 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하지만 여야 원내지도부는 주말 사이에도 원 구성 합의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청문회가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가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치지 못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한 경우에는 대통령이 열흘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수 있지만,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할 때 이달 말 안에 청문회를 열기는 불가능해보인다.
당장 의장단 선출은 물론 원 구성 협상이 난망인 상황이라 청문회를 진행할 상임위원 구성도 준비가 안 된 상태다. 설사 상임위 구성이 완료되더라도 주요 증인이나 참고인 등의 선정에 여야 간 조율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출석요구서도 늦어도 청문회 5일전에 송달돼야하는 만큼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이번 주에 원 구성 협상이 극적인 합의를 이루지 않는다면 교육부·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여기에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청문요청안도 지난 10일 제출됐지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청문 날짜는 가늠할 수도 없다.
정치권에선 박순애·김승희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 기한이 지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열흘 이내의 기한을 정해 21일께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다시 요청한 후 이 기한을 넘기면 청문회 없이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미 김창기 국세청장이 인사청문회 없이 지난 13일 임명된 전례가 있다. 다만 청문회 없이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에 여당 내부에서도 '청문회 패싱'에 대해선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원 구성 협상에서 합의점에 근접하기 보다는 갈수록 강대강 충돌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원구성 파행으로 인한 정국에 미칠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 구성 난항이 장기화되자, 민주당은 후반기 국회의장을 딘독선출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넘겨받지 못한다면 전반기처럼 전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고 보이콧해야 한다는 내부 기류가 감지된다.
현재 원내 의석수 구도는 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의장 단독 선출 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아 연패한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다시 거대 의석수를 앞세울 경우 '거야(巨野) 독주' 프레임에 갇히게 될 공산이 커 부담이 따른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전반기 국회와 달리 야당에서 여당이 된 만큼 후반기 국회에서 집권당으로서 성과를 낼 필요가 있는 만큼 전 상임위장을 보이콧하는 초강수는 두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 원 구성 난항으로 국회 공백이 길어지면서 민생법안 처리에도 속도가 붙지 않아 경제위기를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법안만 1만1000건 이상에 달한다. 여기에는 화물연대가 요구했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임대차 3법, 유류세 감면 법안 등이 포함돼 있지만 원 구성 지연으로 국회를 가동하지 못하면서 법안 심사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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