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민 박사(기독교학술원 해외연구원)의 신간 <예수와 석가의 대화>(출판사: 기독교문서선교회)가 오는 24일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석가의 사상을 기독교 신학자의 시각에서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기독교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석가의 깨달음은 생로병사의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라고 가르쳤다. 특히,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인생은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기에 사후세계를 보장받기 위해 제사를 드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생로병사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라면, 인생은 유한한 것이며, 죽음으로 그 삶은 끝나게 된다. 석가가 깨달은 것이 바로 이 인생무상이다. 죽음을 거부하고 자신의 존재를 영원히 유지하려 할 때, 신비한 체험이 필요하고 제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인생무상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비로소 평안이 찾아온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카루나다사(Y. Karunadasa)에 따르면, 석가는 이 땅에서 경험하는 그 모든 번뇌(정신적 고통)가 바로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욕망을 버리고 거룩하게 살라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탐욕을 버리고 거룩한 삶을 살면 두통이나 정신적 고통은 저절로 사라진다는 것”이라며 “인간 내면의 악의 뿌리를 내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곧 탐욕, 증오심 그리고 오해(착각)라는 정신적 악의 뿌리를 빼어버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사랑과 동정심과 지혜로 채우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 모든 세상적 고통에서 자유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석가의 도덕법칙은 상황에 따라 바뀌는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석가가 결혼이나 성적 관계를 지극히 부정적이고 염세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그의 태생적 비밀에 있을 것이다. 석가의 모친인 마야 부인은 너무나 일찍 세상을 떠났다. 모친의 죽음으로 석가는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아픔 그리고 그로 인한 인생의 덧없음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모든 슬픔과 아픔, 즉 고통의 출발점은 이성과의 결합이고 생명이 태어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석가가 추구하는 영성은 다른 종교들과는 달리 좀 더 합리적이고 냉철한 이성을 획득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우주의 이치를 깨닫고 그 이치에 따라 삶을 실천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는 또한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다스려서 그 모든 세속적 욕망과 욕구에서 자유를 얻는 삶을 누리는 것과 동일한 것”이라며 “이러한 석가의 영성은 수행자가 명상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통일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통찰력을 얻는 것이다. 결국에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그 모든 세상적 사물이나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고통을 이겨 내고 초월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자는 이어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의 이성이 아무리 뛰어나고 진리를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추적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하나님의 선물에 불과하다. 하나님을 떠난 타락한 인간의 이성은 불완전하다. 신의 존재나 영의 세계를 바라볼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다. 타락한 이성의 눈으로 보이는 것은 물질세계와 인간의 정신세계일 뿐이다. 이런 면에서 인간의 과학적 사고 역시 외눈박이 이성의 사고에 불과한 것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계는 신이 없는 우연한 세상이고, 하나님의 설계 없이 진화된 우연한 세상이다. 신이 존재한다면, 근대 계몽주의 철학은 살아 계신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요, 반항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약하자면, 기독교와 초기 불교의 교리적 대화는 성립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기독교와 불교의 인도주의적이고 사회개량을 위한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상호 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는 연민의 마음으로 예수와 석가가 꿈꾸었던 이상적 세상을 이루기 위한 대화는 필요하다. 바로 연민의 마음이 인류를 향한 예수와 석가의 마음인 것이다. 여기에 유신론인가 아니면 무신론인가의 논쟁은 필요치 않다”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이는 우선순위의 문제다. 독 묻은 화살의 비유처럼, 의사는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화살인지를 알아내는 것보다 먼저 화살을 뽑고 그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듯이, 애매하게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을 먼저 살리고 도덕적으로 청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기독교와 불교 간의 대화에서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이는 형이상학적이고 교리적인 문제로 인한 대화는 필요치 않다는 이야기도 된다”라고 했다.
한편, 정성민 박사는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드류대학교에서 신학 석사, 철학 석사,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기독교학술원 해외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신학대학교 겸임교수, 숭실대학교 기독교대학원 초청강사, 호서대학교 신학대학원 초청강사, 한동대학교 방문교수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악의 비밀>, <하나님은 살아계씬데 세상은 왜 이렇게 악한 것일까?>, <과연 천국은 존재할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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