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선교 방법과 서구 소비 방식 재고해야”
‘선교와 돈’ 책 출판기념예배 함께 열려
23일 서울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한국글로벌선교지도자포럼(KGMLF) 초청 세미나에서 세계적 선교석학인 조나단 봉크(Jonathan Bonk) 박사는 오늘날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선교와 돈’에 관한 담론을 통해 한국선교와 서구선교에 대한 자성적 차원의 통찰력과 영감을 전달했다.
2021년 11월 평창에서 열린 제6회 한국글로벌선교지도자포럼 결과물로 출간된 ‘선교와 돈: 전 세계적 현실과 도전’ 책 출판기념예배 이후 진행된 세미나에서 봉크 박사(GMLF 이사장, OMSC 명예원장, 보스턴대학교 연구 교수)는 ‘한국교회와 선교를 향한 선교와 돈에 관한 성찰 및 미래 청사진이란?’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이날 “우리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헛된 생각과 생활방식이 있다”라며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의 딜레마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해서 이것을 타개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선교와 돈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할 것은 우리의 출발은 겸손이고 연민이며,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는 것”이라며 “우리는 정말 겸손하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크 박사는 먼저 베드로전서 1장 18절(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조상이 물려 준 헛된 행실에서 대속함을 받은 것은 은이나 금같이 없어질 것으로 된 것이 아니요)의 말씀을 인용하며 “이미 돌아가신 제 친구 교수는 ‘복음은 문화에 갇힌 자, 죄수같이 되기도 하지만, 또한 문화를 해방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라며 “우리는 이 엄청난 하나님의 보배인 복음을 우리의 문화적 유산, 곧 질그릇에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조상들로부터 받은 헛된 생각을 헛된 생각으로 보지 못하고 그대로 살아갈 수도 있고, 더 문제는 선교 현장에서 그것을 그대로 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봉크 박사는 이어 “모든 것은 하나님께 속해있으며, 선을 떠나서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편 24편 1절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것이고 하나님께 속해있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며 “사실 현실 세계에서 여러 가지 사유재산법이 있는데 이 땅에 있는 것들, 곧 바다, 땅, 집, 차 등 여러 가지 물질적 자산이 우리에게 속해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은 그것을 잘 다스리고 섬기라고 부름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은 우리를 믿고 이것을 맡겨주셨고, 우리는 이를 잘 사용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며 “하나님이 모든 것의 주인이시고, 우리는 청지기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어디에 사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라는 것을 다 이야기해주실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마음대로 쓰는 방탕한 청지기가 되어선 안 되고, 손을 벌리고 기꺼이 나눠줄 수 있는 너그러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봉크 박사는 또한 “하나님은 모든 만물을 선하게 만드셨고, 악을 창조하지 않으신다. 악은 선이 부족한 상태, 왜곡된 선에 붙어 숙주 하는 기생충과 같다”며 “그래서 이를 적용하면 선한 사람이지만 악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예로 “국가가 불의한 전쟁을 할 때 징병되어 사람을 죽이고 충성했다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 군인이 일본 군인을 죽였는데, 그 일본 군인은 주일학교 교사였다. 마찬가지로 일본 사람들 중 가미카제로 죽은 이들의 주머니에 신약성경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선한 사람이 악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원리를 알고 나면 우리가 우리의 적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은혜를 갖고 이야기할 수 있고, 신학적으로 어떤 것이 더 바른지를 떠나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사회, 정치 시스템 속에 갇혀있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결정이 하나님의 뜻과 다르게 갈 수 있다”며 “사도 바울도 로마서 7장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지만 원치 않는 일을 번번이 행하는 자신을 늘 발견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봉크 박사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선교와 돈을 이야기하는 맥락이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해 좀 더 하나님의 은혜를 갖고 생각해야 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봉크 박사는 현재와 미래 선교사역이 작동하는 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볼 때 소비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서구선교의 방법과 현주소 등에 대해 질문을 제기했다. 그는 “많은 것을 소비하는 것이 우리의 생활양식이지만, 또 우리가 소비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며 “성경을 자세히 연구할수록 소비주의 자체는 기능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근본적인 결점이 있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을 알면 알수록 소비주의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만약 전 세계 사람이 지금 여기 계신 분들의 소비 수준을 경쟁적으로 따라가려 한다면 전 세계는 없어지고 말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너무나 제한적인데 우리의 소비에 대한 욕구는 무제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절제할 줄 모르는 소비에 대한 욕구는 우리의 욕망의 부산물일 뿐이며, 이 욕망은 신약성경에서 특별히 ‘우상’이라고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봉크 박사는 “사람들은 욕망에 대해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갖고 싶은 상태’로 보고, 항상 자신은 면제해준다. 다른 사람과 비교의 차원에서 ‘나는 괜찮고, 저 사람은 욕망이 많다’고 말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사는 커뮤니티는 최소한으로 살고 있는데, 우리가 자꾸만 더 가지려는 상태가 욕망이다. 그래서 모두가 예외 없이 욕망이라는 죄에 다 갇혀있고 속해있다고 할 수 있다”며 “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님께 ‘제가 이 욕망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라고 고백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성경은 이러한 세상이 영원하지 않고 끝이 있다고 말하고, 우리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을 믿는다”라며 선교와 돈 문제의 복잡성을 다루기에 앞서 ‘서구선교의 방법과 현주소에 대한 질문’ ‘서구의 소비 방식과 모방의 위험성’, ‘과소비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최소 3가지 진리에 대한 이해의 재검토 및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봉크 박사는 이와 관련해 먼저 “서구 세계는 대륙을 차지하고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종족 학살, 인종 말살과 병도 퍼뜨리는 등 굉장히 다양한 악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저한 ‘선교와 돈’ 책에서 “흔히 서구라고 부르는 문명은 인종 학살의 토대 위에 세워졌음이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점점 더 분명해졌다”며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명감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서구 문명이 가져온 것은 전례 없는 규모의 인종 학살, 노예화, 전쟁,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과다 소비, 탐욕스러운 소비자 욕구에 이용되어 생물과 해양, 토양, 대기를 파괴하는 환경적 재앙을 가져오는 제품의 생산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봉크 박사는 “서구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세계 경제의 운전석에 앉아 혁신의 주체이자 선망받는 모범으로 인정받는 것에 익숙해졌다. 또 서구적 삶의 우월성을 입증해주는 생활 방식에 익숙해졌으며, 심지어 그렇게 된 것은 우리 생활이 성경에 뿌리를 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며 “이는 부분적으로만 맞는 생각이며, 실은 거짓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북아메리카는 사실 회개할 때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때까지 했던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할 때”라며 “일부 사람이긴 하지만 과거의 잘못에 대해 적극적으로 되돌아보고 연구하며, 그것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들은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잘못된 일은 잘못됐지만 계속 나아가자고 한다”며 “이러한 일은 새로운 일이 아니며, 이사야 시대나 예레미야 시대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봉크 박사는 “인간의 본성은 같으며, 저의 본성도 마찬가지”라며 “그래서 우리 선교사들은 똑같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을까’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것이 있지만 그중 하나로 가난한 사람들을 펀드로 도울 수 있다. ‘날 따라와서 다 같이 잘살자’라고 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정말 진리의 반쪽밖에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방식과 우리가 전하려는 방식이 그 사람들에게 복음이 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파고 들어가서 보면 이것은 우리 조상들에게서 우리에게 전해진 헛된 생각이고 생활양식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구의 생활방식에 동의하는 전 세계 사람이 서구의 소비 방식을 모방할 수 있고, 모방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봉크 박사는 “만일 우리가 물고기라면 물 밖으로 나가서는 살 수가 없는 존재다. 그런데 그 물이 독을 품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면 정말 답이 없지 않나”라며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금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언제나 물질이 필요한데, 우리가 사는 환경 자체가 잘못되어져 가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 가운데에서도 ‘복음’은 희망을 전한다고 그는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복음에 많이 반응하는 이유는, 복음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며 “복음에 나아오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항상 소망이 없던 사람들이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소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다 같이 기약할 것은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어떤 문제보다도 크신 분”이라고 긍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봉크 박사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양선교 모델을 굉장히 좋아하고 따라왔는데, 인종 학살, 인종 차별, 악의 문제들까지 패키지로 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하면서 선교로 나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가 이제부터 하는 모든 토론과 대화에서 그러한 역사적 배경이 항상 뒤에 있어야 진정한 토론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지금 우리 삶은 많은 경우 서구의 방식을 모방하고 있고, 서구 방식을 좋은 것으로 소개하는데, 이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 문화 속에서 이런 문제를 생각할 때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선교 기금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가’라는 질문에 봉크 박사는 “성경은 돈과 관련해서 항상 적당함을 강조한다. 모든 것에서 항상 자기 절제,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라며 “개개인이 속한 처지와 환경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 원칙을 말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 같지만, 각각의 상황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하고, 자기 절제의 원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오늘날 소비주의에 대한 다양한 인식의 차이에 대해서는 “결국 부모가 한 아이에게 어떻게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줬는가부터 시작하고, 크리스천이 되면 교회가 어느 정도 소비하는가를 배우고, 또 속한 공동체가 어떤 식의 소비를 조장하는지 배우며, 또 다른 공동체에 갔을 때 다른 소비 양태를 보게 되므로, 이를 비교해서 보는 데는 상당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봉크 박사는 “소비 형태를 분석하는 카테고리에서 바울의 예를 보면, 바울은 기금을 마련하는 일도 하지만, 개인을 위한 후원은 받지 않고 스스로 일했다. 이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주는 것을 많이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신명기에 나오는 이웃에 대한 친절함과 관대함을 실천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KGMLF ‘선교와 돈’ 책 출판감사예배에서는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담임)가 설교를 전했으며, 조나단 봉크 박사와 넬슨 제닝스 박사(온누리교회 선교 컨설턴트 및 국제연락 담당자)의 강의 후 패널 토의로 진행됐다. 패널로는 벤 토레이 신부(예수원 삼수령 대표), 강대흥 선교사(KWMA 사무총장), 정대서 장로(온누리교회) 등이 참여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나단봉크 #KGMLF #한국글로벌선교지도자포럼 #선교와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