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신청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국회의원 대부분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진행됐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5일까지였던 4월 임시회 회기를 이날 오후 12시까지로 단축하는 임시회 회기 수정안을 박병석 국회의장의 협력을 받아 처리하면서 필리버스터가 무력화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가 끝나면 자동 종료되고 다음 회기가 시작되면 대상 법안이 자동 상정된다. 민주당은 '임시회는 소집 3일전 공고해야 한다'는 국회법을 고려해 오는 30일 임시회를 소집해 검찰청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필리버스터는 초반 막말과 고성, 말싸움 등 거친 공방도 힘을 싣는 추임새도 사라진 다소 맥빠진 모습으로 진행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첫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섰다. 그는 오후 5시12분께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2시간2분 동안 검수완박 법안 추진 배경과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다만 필리버스터 도중 수차례 동료 의원들에게 추임새를 주문했지만 호응은 적었다.
권 원내대표가 "청와대 사람 중 감옥에 갈 사람 20명이 누구인가", "권력자도 범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는 것이 바로 민주국가"라고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지만 막말과 고성, 말싸움 등 민주당의 반발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민주당 첫 주자로 나선 김종민 의원은 민주당이 본회의에 상정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권 원내대표가 많은 의견을 낸 '권성동안'이기도 하다고 꼬집기도 했지만 권 원내대표는 물론 국민의힘은 뚜렷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안민석 의원의 필리버스터 도중에는 한 때 고성이 섞인 반발이 터져 나왔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이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해서 문제야 하고 정호영은 왜 수사 안해(라고 한다)"라고 발언하자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잣대를 같이 하라는 것"이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후 김 의원이 필리버스터 순서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거칠게 항의했다. 김 의원은 "소수정당한테 이거나마 하라는 건데 꼴보기 싫으니 나와라고 하는 그런 합의가 어디 있냐. 위헌적인 것"이라고 맞섰다.
김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를 이어가자 "다음번에 소수당 돼서 필리버스터 할 때 그 때 얘기하라. 그 때 다 들어드리겠다. 그럴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이고 참 재미있네요"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마지막 필리버스터에 나선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김재윤 전 의원이 검찰 기획수사의 희생양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김 전 의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고 출옥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안 의원은 '친구인' 김 전 의원의 결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검찰도 국민의힘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발언하자 곧장 본회의장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안 의원은 회기 종료를 1분 앞둔 오후 11시59분께 발언을 종료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남은 1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하려고 했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0시에 맞춰 산회를 선회하면서 무산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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