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핵무력 선제 사용 방침을 공식화했다. 기존 담화에서 시사했던 능동적인 핵사용 기조를 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직접 확인해 준 것이다. 이에 따라 강대강 대치로 치달으면서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계기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력 급속 발전 조치를 주문하면서 선제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먼저 김 위원장은 격변하는 정치군사 정세, 앞으로의 위기 대비를 언급하고 "우리가 보유한 핵무력을 최대한 급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면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전쟁은 주적이라는 최근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도 핵무력 선제 사용 기조를 명확히 드러낸 발언으로 평가된다. 앞서 북한은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 등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제시한 바 있다.
북한의 핵무력 사용 기조는 점차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당 8차 대회에서도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면서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는 등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8차 당 대회 당 중앙위 7기 사업총화 보고에서 "우리 공화국이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 세력이 우리를 겨냥해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했다.
또 국방 과업으로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엔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유예 조치를 폐기하기도 했다.
나아가 우리 측 선제타격 발언을 빌미로 담화를 통해 핵무력 사용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자칭하면서 대남 핵투발을 시사하는 방향의 위협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 김 부부장과 군부 서열 1위 박정천 담화에서는 군사적 대결 상황 도래를 상정해 "핵전투 무력은 자기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 "군사적 강력을 서울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군 괴멸에 총집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한은 현재 핵시설 재가동을 통한 물질 생산을 진행 중이며 핵실험장 복구도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선 핵실험 재개가 임박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보다 폭넓게 공격이나 침략을 받을 때만이 아니라 이익을 침탈당하는 특정 상황에선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으로 분석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도 "사실상 4·25 핵 독트린으로 불러도 무방할 연설"이라며 "근본 이익이란 것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는 개념이라면 앞으로 시시 때때로 핵무력 사용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북한은 이번 조선인민혁명군 90주년 열병식 등 행사를 통해 김 위원장 위상 강화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핵무력 등 군사 성과를 과시하는 동시에 당에 의한 군 통제와 충성을 강조하는 흐름도 엿보인다.
일례로 이번 조선인민혁명군 90주년 행사에서는 군 뿌리를 '백두 혁명'으로 두고 승계 정당성 강조가 다수 이뤄졌다. 또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면서 전체주의적 통제를 요구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인민 군대 안의 모든 당 조직들과 정치 기관들은 사상 혁명에 계속 불을 걸고 군인 대중의 혁명 사상 배양, 정신력 배양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정천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중앙위 비서도 경축 연회에서 "지구상 그 어떤 강적도 제압 소멸할 수 있는 핵병기를 틀어쥔 사상으로 이기는 우리 혁명 무력의 근본은 달라질 수 없다"면서 충성을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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