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원 교수(총신대 신대원 역사신학)가 지난 10일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홈페이지에 ‘테이스터? 듀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서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빚어낸 현상 중 하나가 시식코너가 쌓여간다는 것”이라며 “신앙은 삶에서 구현되는 것이 진짜이다. 삶과 분리되어 있는 것은 이념이나 사상보다 못한 무가치한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도를 듣기만 하는 자가 되지 말고 듣고 행하는 자가 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비대면 예배가 지속되면서 신앙실천자인 듀어보다는 신앙맛보기에 그치는 테이스터가 확실하게 증폭되었다는 것”이라며 “인터넷과 SNS 발달로 인하여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던지 입맛 좋은 메시지들을 청취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구경꾼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심방과 만남을 통해서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했다. 현재는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 핑계거리가 만능열쇠가 되었다. 교회 예배에 눈도장 찍지 않아도, 교회 행사에 빠져도 나무라거나 뭐라 하는 자가 없다. 백화점에 전시된 다양한 물건들을 눈요기하듯 인터넷 상에 전시된 설교들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 현상이 가져온 유익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 설교자 입장에서 설교 준비를 정말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었을 거라고 본다”며 “이런 시대이든 아니든 참 설교자는 언제나 설교 준비에 최선을 다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팬데믹 상황은 그 요구가 더 강려해졌다. 그래서 맛이 없는 설교들은 시장에서 도태되고 만다”고 했다.
또 “이에 대한 부작용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 시장논리가 고개를 높이 쳐든다는 점이다. 진리 선포는 본래 소비자의 구매력이 저조하다. 대부분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상품은 보암직하고 먹음직하고 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라며 “그러나 진리의 진열대는 모양도 크기도 부피도 담아내지 못한다. 오직 소리만 있을 뿐이다. 귀가 있다고 해서 그 소리를 다 듣는 것이 아니다. 깨어있지 않으면 들을 수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고 더욱이 입맛을 다질 수도 없는 것이다. 이는 눈을 열어 보게 하고 귀를 열어 듣게 하고 마음을 열어 깨닫게 하시는 위에 계신 분의 은총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신앙은 분명 듀어(Doer)여야 하지 테이스터(Taster)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며 “수많은 소비자의 입맛을 돋우는 진열대에 놓인 진리선포가 한국의 교회를 건강케 하고 하늘의 성소에 드나드는 즐거움을 누리게 하며 사회를 정화시키는 역사를 얼마나 잘 드러내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다고 보지만 부정적인 면이 결코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테이스터는 분명 듀어가 될 소지는 있다. 그러나 먹어보아야 맛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완전히 씹어 삼키고 소화가 되어야 진짜 진리의 맛이 어떤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단순히 입맛만 다시고서 그 음식의 진수를 논할 수는 없다”며 “진리도 마찬가지이다.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소화력은 듀어가 될 때 가능하다. 설교자의 한 사람으로서 진리의 소리를 듣는 자들에게 진리의 진미를 맛보게 해야 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 그 진리를 온 몸으로 받아서 행하는 자가 되도록 강권적인 은혜의 역사가 나타날 수 있도록 몸으로 살아내고 성령의 나타남과 능력을 간구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입맛 다시게 하고서는 정작 영양가가 없는 음식을 제공한다든지 마음에 쌓이는 독이 되어 마침내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음식도 똑같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자들은 얼마나 될까”라며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고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서 하나님을 섬기는 일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진리에 속한 자들만이 진리를 분별할 수 있고 진리를 듣는다는 주님의 음성을 되새긴다”며 “진리의 일군들이 인터넷을 주도하는 역사, 교회 강단을 지배하는 일이 속히 일어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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