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복있는사람이 양명수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명예교수)의 신간 <욥이 말하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욥기에 대해 연구하며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 언어로 욥기를 풀어내면서도 그의 깊은 영성과 탁월한 지성을 독자들로 하여금 맛보게 하기 위해 집필됐다.
저자는 “욥은 믿음의 사람이었나? 만일 믿음이라는 것이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주어진 신에 관한 담론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라면, 욥은 결코 믿음의 사람이 아니었다. 욥은 친구들의 담론, 곧 전통 신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인간의 고통 한가운데서 새로운 하나님을 찾고 있었다. 자신의 고통을 설명해 줄 분을 찾고 있었다”라고 했다.
그는 “불행이 닥쳐도 하나님을 경외할 수 있는지, 아무런 조건 없이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는지 이 문제들은 사탄이 의인 욥을 걸려 넘어지게 하기 위한 강력한 시험대였다. 사탄은 의인이 넘어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하나님을 멀리하도록 유혹한다. 그 유혹의 지렛대가 불행이다”라며 “욥은 자기의 온전함과 신실함을 지켰다. 욥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믿음직한 사람이다. 사람은 하나님을 믿지만, 하나님도 믿음직한 사람이 필요하다. 하나님이 사람을 믿고 계시기 때문에 역사는 지속되는 것이다. 욥의 믿음직함은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요청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고난은 새 하늘과 새 땅을 요구한다. 그 요구와 절규 앞에서 세상은 흠칫 놀라 자기를 돌아본다. 그리하여 새로운 진리의 여명이 튼다. 신학자 구스타보 구티에레즈는 저항이 기도의 성격을 지닌다고 말한다. 그렇다. 저항과 절규는 하나님께 상달되고, 하나님은 그 절규를 들으신다. 그들의 절규를 들어 주신다. 그리하여 세상을 바꾸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이란 무엇인가. 원통한 일을 당한 사람은 ‘할 말’이 많다. 말은 할 말을 하는 것이요, 할 말은 억압에서 생겨난다. 억압이 없고 사랑과 평화만 있는 곳에서는 말이 필요 없다. 억울한 자, 원통한 일을 당한 자, 욥이 말문을 연다. 억울한 일에서 생긴 무의미를 극복해 보려는 것이 말이다. 그러므로 욥의 말이 거의 울부짖음이었다 하더라도, 아직 말을 하고 있는 한 욥은 희망을 찾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저자는 이어 “어려움을 당해 자기를 가누기조차 힘들고 약해질 대로 약해진 사람 앞에서 설교가 위로가 될까라고 생각한다면 아마, 하나님조차도 설교하려 들지 않으실 것이다. 예수께서도 설교는 넓은 데나 사람 많은 곳에서 하고, 병든 이들에게는 설교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고난을 진 인류에게 설교하기보다는 같이 계시려고 했고, 오히려 몸으로 말씀하셨다”라고 했다.
그는 “억압받는 자,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을 당한 자야말로 할 말이 많지 않은가. 터져 나오는 말을 어떻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할 말을 하는 말이야말로 구원의 시작이 아닌가. 엘리바스로서는 하나님 앞에서는 오직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이지만, 억눌린 자 욥으로서는 하나님 앞에서도 할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이 다 하나님에 의해 하나님의 뜻대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자유를 주셨기 때문에 하나님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발생하고, 사람으로 말미암은 하나님의 수난이 있다. 하나님은 자신이 수난을 당하시면서까지 사람에게 희망을 두고 계시다. 그만큼 사람은 하나님의 희망이며, 사람의 자유는 그만큼 귀하다.
끝으로 저자는 ”우리는 욥기 대부분을 차지하는 격렬한 언어를 잊을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에 입을 다물고 회개하는 욥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그 둘은 신앙의 두 축이다. 두 축의 긴장은 성서를 어떤 굳어 버린 하나의 해석에 파묻히지 않도록 한다. 정의와 신비의 공존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를 요구하고, 그런 점에서 욥기는 우리에게 영원히 열려 있는 책이다“라고 했다.
한편, 양명수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감리교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배재대학교 신학과 교수를 거쳐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교목실장과 대학교회 담임목사로도 사역했다. 현재는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무도 내게 명령할 수 없다>, <성명에서 생명으로>, <퇴계 사상의 신학적 이해>,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읽가>, <녹색윤리>, <어거스틴의 인식론>, <기독교 사회정의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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