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의 '거야(巨野)'의 방향타를 잡을 새 원내대표를 뽑는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코앞에 닥친 6월 지방선거 준비에 전념해야 하는 만큼, 새 원내대표는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의 대여(對與) 원내전략을 책임져야 하기에 어깨가 무겁다.
윤석열 정부 조각은 야당으로서 처음으로 쥘 꽃놀이패다. 당장 국무총리 인준부터 국회 절대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쥐고 흔들 수 있고, 장관 후보자들도 인사청문회에서 혹독한 검증을 통해 '줄낙마' 시킬 수도 있다.
정부조직 개편도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공언해온 여성가족부 폐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위상 약화와 검찰 강화는 문재인 정부의 치적을 백지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지층을 의식해서도 물러설 수 없는 셈이다.
대장동 의혹 특검 문제도 있다. 민주당은 대선 승패와 관계없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의혹과 대장동 문제를 결부시킨 특검법의 임시국회 내 통과를 공언해왔다. 더욱이 이재명 전 후보에게 쏟아지던 공세를 되치는 맞불 카드 성격도 있다.
다만 대선 패배로 인해 내부 전열정비가 우선인 데다가, 국민의힘도 자칫 정권 초 유력 경쟁후보에 대한 정치적 보복으로 비칠 수 있는 대장동 수사에 조심스런 기류를 보이고 있어 여야간에 파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MBC 라디오에 나와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정치적 숙청을 반복해야 하는 고민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극한 투쟁 일변도로 나갈 경우 새 정부 초 '발목잡기'로 비춰져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절묘한 줄타기가 요구된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참패와 대선 패배에는 의석수를 앞세운 '불도저' 입법의 후과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CBS 인터뷰에서 "국민은 심판을 한다"며 "자유한국당 시절에 그런 세력에 끌려가서 장외투쟁만 하고, 대표가 단식만 하다 연속 패배를 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대선 패배 원인을 짚은 것이지만 '강성야당' 포지션의 위험성을 경고한 셈이다.
결국 새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압도적 의석수의 힘을 살려 정국 주도권을 쥔 채 윤석열 정부를 '견제'함과 동시에 합리적인 야당으로서 '협치'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한 예로 윤 당선인의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손실보상 50조 지원의 경우 이재명 후보도 민생 현안으로 같은 입장을 밝혀온 만큼 새 원내대표도 전향적으로 처리할 여지가 있다.
새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5선 조정식(경기 시흥을), 4선 안규백(서울 동대문갑) 의원과 3선 박광온(경기 수원정), 박홍근(서울 중랑을), 홍익표(서울 중성동갑), 이원욱(경기 화성을), 박완주(충남 천안을), 이광재(강원 원주갑), 윤관석(인천 남동을), 김경협(경기 부천갑) 의원 등이 폭넓게 거론된다.
안규백, 이원욱 의원은 SK계(정세균)이고, 박광온·홍익표 의원은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도운 친문이다. 옛 박원순계로 이재명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박홍근 의원과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민평련계(민주평화국민연대)과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로 겹친다.
민주당은 현 원내대표인 윤 위원장의 임기를 줄여 오는 25일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한다. 통상 표대결을 고려해 계파 별로 내세울 후보를 사전에 교통정리해왔지만, 이번에는 촉박한 기간을 고려해 과반 후보가 나올 때까지 익명 투표를 반복하는 교황선거 방식(콘클라베)을 도입해 선거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일각에선 당 쇄신을 위해 관례를 깨고 재선 원내대표를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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