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대선 후보들이 최근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심상정·안철수·윤석열 후보 ©뉴시스

제20대 대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후보들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표심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MZ세대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가장 많은 나이대로 분류되기도 한다. 온라인 활동이 활발한 MZ세대의 민심을 잡는 일이 이번 대선의 결과를 판가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1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주민등록상 제20대 대선에 투표가 가능한 나이인 18세 이상 선거 인구는 총 4417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0대와 20·30세대는 1431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투표 유권자 3명 중 1명은 40대 미만인 셈이다.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주요 활동 무대가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점이다. 다른 세대보다 온라인을 통한 양방향 소통에 능숙하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이들이 온라인에 머무는 시간은 더욱 많아졌다.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일상이 됐다.

예컨대 각종 커뮤니티에서 '저는 000 후보를 지지합니다', 혹은 '000 후보를 만나러 갑니다', '000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등의 글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해당 글은 하나의 토론장이 되기도 한다. 의견에 동의한다거나 반박하는 댓글이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토론이 열린다.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보호와 상대 진영에 대한 비판도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여권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부를 둘러싼 '무속 논란'을 확대하자 한 커뮤니티의 윤 후보 지지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 선대위 관계자의 '저주 인형' 사진을 올리며 반박의 근거로 삼았다. 해당 게시물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져나가 새로운 논란이 됐다. 이 후보 측 선대위 관계자는 뒤늦게 게시물을 삭제했다.

실제 상당수 MZ세대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정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한다. 커뮤니티의 여론이나 분위기가 자신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2)씨는 "핸드폰을 이용한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주로 하는 편"이라며 "최근에는 대선토론 후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도 보고 있다. 아무래도 각 후보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온라인 활동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복학을 앞두고 있다는 대학생 박모(26)씨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과 만나지도 못하고, 만나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릴 때가 많다"며 "오히려 온라인에서 벌이는 논쟁이 편할 때가 많아 대선 후보에 대한 이미지도 주로 온라인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각 후보들도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에 힘을 쏟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블로그에 정책 홍보와 유세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각종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과 '쇼트폼(short form·짧은 콘텐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청년본부는 20·30세대가 중심이 된 '청년유세단'을 별도로 꾸려 젊은 층 민심 잡기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청년 기획유세단'을 통해 관련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대선에서 MZ세대의 투표 의지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며 막판 캐스팅보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번 대선 과정을 보면 청년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실존에 위협을 느낀 이들이 기성세대에 사회를 맡기면 안 되겠다는 인식이 있어 투표에 열심히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각 후보들이 온라인 활동을 나름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성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다"며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이용해 직접 소통하는 것과 같이 참모들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직접 반응을 보이며 양방향 소통을 이끌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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