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채 총장
서병채 총장
지난주에는 학생들 집을 한 번 가보았다. 일종의 가정방문이라 볼 수도 있겠다. 우리 학생들 집은 어떻고 또 어떻게 사는가도 보고 싶었다. 한 학생의 집을 깄는데, 학교에서 거의 30분 정도 걸어 간 좀 떨어진 집이었다.

가보니 부모님도 계시고, 전형적인 아프리카인의 삶이었다. 아버지(68세)를 만났는데 나보고 "대학교를 세워줘서 매우 고맙다"고 했다. 이런 가난하고 낙후된 곳에 대학을 세워서 감사하다는 의미였다.

우리 멜빈대학교는 정말 낙후된 시골에 터를 잡게 되었다. 현재 부총장인 오길라 목사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 18,000평을 대학재단에 희사했기 때문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시골이고 낙후된 곳이니 처음에는 싫기도 했다. 싫다기 보다는 생활하기가 너무 불편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낙후된 시골에 대학을 세워주니 고맙다"는 학생 아버지의 말을 듣고는 나의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다. "그래 이런 곳이니 더더욱 대학이 필요하겠구나."

사실 케냐의 대학들은 거의 도시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도시에는 학생들이 많고, 또 돈도 도시에는 많으니,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다 지당한 이유라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 대학이 위치하고 있는 오유기스(Oyugis)는 낙후된 지역이니 도시만큼 학생이 많이 입학은 못하고 제한적임을 깨달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생 수가 꼭 많아야 하는가? 라는 자문을 해보며, 지난주 채플시간에 전체에게 얘기하였다. 학생 수가 많아야 되는 이유는 결국 등록금이 많이 들어오니 학교 발전에는 어쩔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들 한다. 돈이 많이 있어야 되는 간단한 이유는 건물 지어야 하고 교수 봉급 주어야 한다는 등의 얘기들이 대학 위원들의 중론이었다. 어쨌든 우리 멜빈대학교는 많은 수의 학생보다는 알맞은 수의 학생들로 알찬 교육, 또 졸업 후 그들의 진로를 연구하자고 강조하였다.

또 다른 하나는 목회자들의 현실이다. 대부분이 신학을 안 하고, 안수받고 목사가 되어 목회한다는 얘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지역은 신학교가 없고, 또 신학교 갈 형편도 못 되니 기도열심, 교회열심으로 "안수받고 목회들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지난해 말부터 케냐 정부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 현재 학위 없는 목회자들은 인가난 신학교나 대학에 들어가 학위를 받아야 설교자로의 자격을 준다고 공표했으니, 우리 멜빈대학교에 그런 목회자들이 많이 입학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며, 주말반, 야간수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어쨌든 멜빈대학교는 낙후된 지역의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을, 무학위로 목회하는 많은 목사들께는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게 되었으니 감사하면서, 이 두 가지 역할에 최선을 다 해보려한다.

서병채 목사(케냐 멜빈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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