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북한선교회(대표회장 김영호 장로) 부설 디아스포라 통일선교아카데미(원장 배현수 박사, RUMA)가 디아스포라 통일선교아카데미 겨울특강을 28일 온라인 줌으로 개최했다. 이날 주도홍 박사(총신대학교 초빙교수, 전 백석대 부총장)가 ‘성경적 통일을 향한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주 박사는 “베를린 장벽 붕괴 전에도 외부에서는 독일의 ‘통일 비용’에 대한 우려가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그 어떤 독일인도 통일을 비용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았다”며 “독일인이 완전한 자유를 찾았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 독일인들이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모두가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게 되고 표현의 자유를 누리게 됐다는 점이다. 더 큰 의미에서는 냉전이 끝나고 유럽이 완전한 통합의 길로 들어서는 촉매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답답하고 꽉 막힌 남북관계에서 해야 할 일은 없는 것인가. 한국교회가 비정치적으로 길을, 곧 교회의 길을 열어 남북의 정치적 관계에 숨통을 터줄 수는 없는가. 한국교회가 정부의 지혜로운 파트너가 될 수 없는가”라며 “그렇다고 교회의 어긋난 정치화 내지는 정치 신학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교회는 교회로서 가야 할 길이 있고, 마땅히 그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단을 향하는 한국교회의 의식이 원천적으로 전환되어야 함은 기본 전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교회가 분단을 넘어 통일을 향하는 여정에서 확실한 몫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요구된다”며 “먼저, 분단 현장이 얼마나 비참한 죄악의 온상인지 알아야 한다. 정치적, 외교적 업무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요구된다. 곧 교회의 거대한 과업이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둘째로 성경적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 진영논리를 떠나 예수님이라면 남북 분단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지를 찾아, 주의 복음에 순종해야 한다는 말”이라며 “셋째로 교회는 평화의 사도로서 세상의 위로자로 나서야 한다. 분단 이후 남북관계에서 길을 잃은 정부의 소중한 파트너로서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1945년 남북분단의 긴 세월 동안 정부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또한 “넷째로 한국교회의 각성과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교회를 향한 예수님의 요청인 세상의 소금과 빛은 구호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사실 1천만 한국교회는 남북분단에 전혀 역할을 못 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세력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한국 정부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며 “한국 정부가 빈번이 남북관계에서 한계상황에 마주치면서 한국교회가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민간 영역에서 분명한 역할이 있기에 남북문제를 향한 정부 독점은 21세기에 맞는 새 옷으로 바꿔 입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박사는 “독일은 1968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20여 년 만에 통일을 이루었다. 이는 동독과 서독이 그만큼 통일에의 열망이 강했던 반면, 남북은 이제 분단 75년을 넘어 1세기를 향해 가고 있는데, 그만큼 통일에의 열망은 점점 희미해질 수 있다”며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북한 실향민도 거의 타계하고 있다. 이러한 때 확실한 것은 교회의 길은 국가의 길과는 다르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교회는 겸손한 섬김의 길이며, 국가는 권력의 길이다. 교회의 길은 예수님의 길, 고난이 있는 십자가의 길이다. 이 길에 제대로 선다면, 1천만 한국교회의 길은 거대한 반향을 일으킬 것이고, 분단 한반도의 역사를 바꾸어 놓을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며 “교회가 국가의 파트너가 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아파하는 세상을 향한 사랑 때문이다. 그들이 누구이든지 크리스천이 세상을 향해 가져야 할 마음은 긍휼(Compassion)이다. 한국교회가 고통당하는 자들의 이웃으로 곁에 서 있어야 하고, 그들의 이웃이 되어야만 한다. 그렇다고 국가가 할 일에 주제넘게 참견해서도 안 될 것이며, 국민이 선택한 위정자들을 존중하면서 교회는 교회로서 그 길을 겸손하게 조심하여 가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분단을 넘어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그 어떠한 좋은 일도 쉬운 일은 없다. 77년 동안 굳어지고, 나름대로 통일 비용을 제시하며 분단 논리를 제시하는 역행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실망감도 들 것이다. 그렇지만, 분단비용은 여러 면에서 크고 그 폐해는 계산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라며 “성경대로 비전 없는 자는 방자하게 행한다. 삶의 목표가 없이 우왕좌왕한다는 말이다. 진정한 비전은 하나님이 보여주는 꿈이다. 그 하나님의 비전에 붙잡힌 한국교회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한국교회는 큰 건물과 많은 수의 교인을 소유하고 은근 자랑하면서 하나님의 진정한 꿈을 상실한 교회인지도 모르겠다”며 “그러기에 한국교회가 최악의 현장인 분단을 가져와 가슴에 품고 기도할 때, 거듭나는 교회일 뿐 아니라,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 한반도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축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과의 진정한 화해를 십자가로 맛본 한국교회가 이제 미움과 분열의 분단을 극복하고, 하나 되는 통일을 이루어 하나님이 새롭게 한국교회에게 부여할 세계사적 과제를 꿈꿀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그토록 세계선교를 내세우면서도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이념적으로 많이 힘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녹슨 휴전선이 걷히고 자유 왕래가 가능하게 되면, 육로를 통해 마지막 남은 복음의 불모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동지역을 향해 각 나라의 말로 번역된 쪽 복음서라도 들고 거침없이 한국교회는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선교는 많은 결실을 이룰 것이다. 곧 한국교회의 마지막 과제, 세계 복음화로의 길이 열린다는 말”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교회는 통일 그 이후 사람의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국가는 정치적, 경제적 영역에서 준비하면 된다”며 “교회는 영적이며 정신적인 일에 전문적인 준비가 행해져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새 시대를 위한 새 부대를 준비해야 한다. 헌 옷에 새 천을 댈 수 없고, 헌 부대에 새 포도주를 넣을 수는 없다. 새 시대, 새 땅에 맞는 교회이길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갱신 운동이 더욱 농도 깊게 전개되어야 한다.
한편, 다음 봄학기는 3월에 시작해 5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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