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대규모 이주 사태로부터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함을 촉구한다.
최근 유엔에서 공개한 지표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가 권력을 잡은 후 최소 40만 5,700명에 달하는 미얀마인들이 피난을 떠났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현지 사무소는 피난민 중 37%가 아동으로 추정되며 많은 아동이 정글이나 숲과 같은 야외에서 굶주림과 질병 및 안전을 위협받으며 임시 거처에 머무는 상황을 전했다.
미얀마 남동부의 카야 주는 몇 개월간 폭력이 격화된 곳으로, 1월 17일 피난민 캠프에 떨어진 폭탄으로 인해 12살과 15살 자매가 사망했다. 유엔은 2021년 2월 이후 카야 주 내 실향민이 된 인구가 9만 1,400명이라 발표했으나, 올 초 현지 보고에 따르면 실제 숫자는 전체 인구 30만 명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지역은 지난해 말 세이브더칠드런의 직원 2명과 아동 4명을 포함한 민간인 35명이 공격으로 사망한 지역이다. 두 직원은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아기를 둔 젊은 아버지들로 아동 교육에 열정을 갖고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근무해왔으며, 사건 당일 인근 지역사회에서 인도적지원 활동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중 공격에 휘말렸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정태영 총장은 “우리는 또다시 분쟁의 피해를 입는 아동을 목격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얀마 전역에서 15만 명의 아동이 피난길에 올랐다. 15만 명의 아이들을 친구, 학교, 살던 집에서 떼어놓은 것이다. 아동과 가족들이 선택의 여지 없이 집을 떠나 정글과 숲 속의 끔찍한 환경에 숨어서 살아가고 있다”라며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역사회에 긴급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음식, 깨끗한 물, 의료 지원,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지내고 있다. 피난을 떠난 아동은 납치, 학대, 무장단체 징병,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된다. 지난 주 발생한 끔찍한 사고가 난민촌에 사는 아동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카야 주에서 대피해 난민 캠프에서 거주하는 퇀다(14세, 가명)는 피난을 떠나던 날 울리던 총성을 잊지 못했다. 퇀다는 “밭에서 옥수수를 수확하던 중에 이모가 오셔서 총소리가 크게 들리니 우리도 피난을 떠나야 한다고 하셨다. 너무 급한 상황이라 많은 것을 챙길 수 없었다. 엄마가 옷과 냄비, 그릇을 챙긴 뒤에야 집을 떠났다. 피난길 위에서도 ‘총에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항상 군인이 무서웠기 때문에 난민촌에는 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앞으로 그런 무기 소리는 절대 듣고 싶지 않다”라며 피난 당시의 경험을 전했다.
퇀다의 가족은 현재 난민촌에 머무르며 세이브더칠드런과 현지 구호기관에서 지원한 음식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 퇀다를 포함한 네 남매의 어머니 메리(36세, 가명)는 “만약 먹을게 충분하지 않아진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이들을 위해 약이나 과자를 사줄 돈이 없어서 정말 슬프다”라며 끼니와 안전에 대해 불안을 멈추지 못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쿠데타 이전에도 이미 미얀마 전역에서 37만 명 가량이 실향민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라카인 주에서는 수만 명가량의 로힝야 아동이 수용소와 다름없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지적해왔다. 이들을 비롯해 폭력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이주한 50만 명에 가까운 로힝야 아동들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남아있다.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전략은 2017년 로힝야 족을 대상으로 벌인 잔혹한 행위가 되풀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오준 이사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은 미얀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최근 미얀마에서 발생한 공습을 제한할 수 있도록 회원국을 중심으로 미얀마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세안 정상은 미얀마 사태의 해결을 위해 체결한 다섯 가지 합의사항의 이행을 검토하고 실행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아세안 특사를 파견해 외교적 중재를 지원해야 한다. 아동과 지역사회를 비롯해 인도적지원 활동가를 보호하기 위해 이와 같은 조치가 즉시 취해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995년부터 미얀마에서 활동하며 아동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의료, 식량, 교육 및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미얀마에서 발생한 쿠데타 이후 약 1억 1,900만 원가량을 긴급 지원했으며, 2021년 12월 24일 발생한 공격 이후 대부분의 지원 프로그램을 재개한 상태다. 미얀마 내 실향민을 대상으로 쌀과 긴급 생계비, 가정용 교육 키트를 배분했으며, 주요 지역에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해 아동과 가족들에게 보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한 정글 등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으로 대피한 가족을 대상으로 모기 기피제와 식수를 정수할 수 있는 알약이 포함된 식수 위생키트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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