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병이 3년 차에 접어들며 감염병 종식에 대한 기대는 잇단 변이 바이러스의 출몰과 함께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출몰한 지 한 달여가량이 흐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조만간 우세종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며 유행 양상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코로나19 사태가 이른 시일에 종식되긴 어렵고, 감기와 같은 풍토병으로 일상화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2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하루 사이 269명 늘어 894명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달 30일 방대본에 따르면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영국의 경우 18만명, 프랑스는 2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90.4%가 오미크론으로 확인됐는데, 오미크론이 처음으로 검출된 남아프리카공화국 당국이 이 변이의 존재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한 지난달 24일 이후 한 달여 사이에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100여개 국에서 이미 오미크론 확진자가 보고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오미크론이 조만간 우세종이 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가 갖는 강력한 전파력에 기인한다. 오미크론 변이는 중증도는 다른 변이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전파력이 매우 높아 확산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가 해당일을 마지막으로 넣어 구하는 하루 신규 확진자의 일주일간 평균치에서 지난달 25일 기준 확진자는 74만6700명을 기록했는데 일주일 전인 지난달 18일 같은 시간대 62만9400명과 비교하면 28.6% 급증한 수치다.
신규 변이 바이러스 출현은 앞서 전문가들이 예측한 내용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RNA 바이러스로 분류되는데, 이는 DNA보다 불안정해 복제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운영하는 유전자 정보 공유 기구인 지사이드(GISAID)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주로 발견된 초창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S그룹으로 분류한다. 이 밖에도 변이 바이러스로는 V, G, GH, GR, GV, L 그룹 등이 잇따라 발생한 바 있다.
WHO는 지역별 차별 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해 변이 그룹 명칭을 그리스 문자로 표기하고 있지만, 전력이나 치명률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변이로 알파형, 베타형, 감마형, 델타형이 꼽힌다. 이 중 현재 유행 양상을 이끌고 있는 것이 전파력이 강한 델타 바이러스다.
이 같은 추이를 감안해 전문가들은 델타형보다 전파력, 치명률이 높은 변이가 나올 수 있다고 재차 경고해왔다.
방대본은 오미크론 변이 위험도 평가 결과 중증도는 델타 대비 낮은 수준으로 보고되지만 강력한 전파력으로 인한 확진자 급증 가능성, 제한적인 백신 효과 등에 따라 종합 위험도는 델타보다 낮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아직까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선 고령층이나 고위험군에 대한 위험성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오미크론 확진자의 확진자 증가세만큼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론도 제시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오미크론:암울한 새해를 맞이하느냐, 팬데믹의 종식이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미크론으로 인한 감염자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었지만, 입원환자와 사망자 수는 현저히 줄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오미크론이 그간 비교적 젊은층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발생했고 시간을 번 고령층이 백신을 접종해 저항력을 가질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론도 내놨다.
그러면서 이 기사는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적응해가면서 약한 증세를 일으키기 시작하는 첫 단계라고 주장하는 과학계의 전망도 언급했다. 코로나19가 감기 수준의 낮은 감염병으로 변하면서 존재감을 잃을 것이란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의 잇따른 출연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멸하는 종식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델타형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보다도 더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도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이에 따라 지금과 같이 백신 접종,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경구용 치료제 등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미래는 존재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 분산하기 위해 백신이나 경구용 치료제, 점진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현시점에서 바이러스 종식을 기대하긴 어렵고, 최선은 변이에 맞춰 수단을 바꾸는 것으로 오미크론은 그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감염이 되더라도 중증으로 가지 않도록 백신을 맞거나, 중증화 진행 확률이 낮은 사람은 치료제를 먹는 등 감기와 같이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오미크론이 델타에 비해 위험도가 낮다는 것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지금으로선 단정할 수 없다"면서 "결국 점진적으로 일진일퇴하며 계절 독감과 같은 계절 코로나로 갈 테지만 지금으로선 그 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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