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환영식을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환영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신지예(31)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했지만 페미니스트인 신 전 대표가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준석 당대표와 그를 추종하는 '이대남'의 견제를 뚫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신 부위원장은 지난 2018년 녹색당 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며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캐치프레이즈로 걸었던 여성운동가다.

신 부위원장의 영입은 윤 후보의 정치적 난제인 2030 여성 유권자, 일명 이대녀의 지지를 공략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대녀의 외면은 지난 후보 경선부터 이어온 윤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다.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마음을 얻는 게 시급하다.

그러나 신 부위원장의 합류를 놓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상당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과연 그가 국민의힘에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자기 부정을 한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신지예 부위원장이 전날까지 몸담았던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올 한해만 8차례 국민의힘 또는 이준석 대표 등을 규탄, 비판했다. 신지예 부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10일치 “‘N번방 방지법’ 시행 1일째, 국민의힘은 여성의 생명권보다 범죄자 통신권이 더 중요한가”였다.

신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진행된 영입 환영식에서 "윤 후보님이 여성폭력을 해결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좌우를 넘어서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해주셨다"며 합류 이유를 밝히며 자신의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

◆벌써 손발 묶인 신지예…이준석 "제지·교정할 것"

신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매우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신 부위원장은 최근까지도 여성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서 사라지게 만든 건 이준석 당 대표의 역할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2030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를 거론하며 "최근 일어난 정치적 백래시(Backlash·반동)의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부터"라고 지적했다.

신 부위원장은 "30대 당 대표가 처음 당선된 과정에 '펨코'라는 커뮤니티 사이트가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고 이 대표 역시 "(펨코의 입장을) 정치권에 가져와 공신력 있는 주장처럼 만들어줬다"고 했다.

신 부위원장의 영입에 이 대표의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는 '당의 정체성이 무엇인가(강상*)' '기가 막힌다. 영입 취소하라(seyo**)' '지금까지 납부한 당비를 환불해달라(wake**)' 등 항의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제지·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당의 방침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새 인사와 철학·진영 확장해야"…신지예에 힘 실어줄까

이같은 환경에서 신 부위원장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은 윤 후보가 확실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것 뿐이다.

윤 후보 역시 신 부위원장의 합류로 불거질 갈등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갈등을 목격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신 부위원장의 환영식에서 "서로 생각이 조금씩만 다르면 극한투쟁을 벌이는 식으로는 국민들이 외면을 하게 된다"며 지지자들의 반응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영입인사들을 통해 국민 지지기반도 더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 더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강조했다.

윤 후보가 신 부위원장을 통해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의 입을 막고 나선 당내 세력으로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상태로는 산토끼(이대녀)도 집토끼(이대남)도 다 놓칠 위기"라며 "(이대녀를 잡고 이대남도 놓치지 않으려면) 신 부위원장의 합리적인 여성 정책과 윤 후보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납득시킬 수 있는 명분이 전략적으로 구사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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