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가 12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대림절을 맞아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며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새겼다. 김 목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는 제목의 이날 설교에서 먼저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한 현실을 목도하며 "마치 카프카가 묘사한 부조리한 세계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의 작품 <성>에 나오는 측량기사 K는 성에 들어가려고 애쓰지만 번번이 성에서 멀어지곤 한다. 기껏 찾은 길도 결국에는 막다른 골목으로 끝나곤 한다. 우리 현실이 꼭 이러하다. 마치 짙은 안개 속에 갇힌 것 같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야 할 때이다"라고 운을 뗐다.
김 목사는 "이 암울한 시기에 우리는 주님 오심을 기다립니다. 기다림은 언제나 막연하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활동했던 펄 시스터즈의 노래 '커피 한 잔'은 기다림의 안타까움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 봐도/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8분이 지나 9분이 오네 1분만 지나면 나는 가요/정말 그대를 사랑해 내 속을 태우는구려". 1분이 지나면 정말 그는 자리를 떠날까? 그럴 수 없다. 기다림의 시간을 10분 더 연장할지도 모르겠다. 기다림은 고통이지만 그것은 차마 떨쳐버리기 싫은 고통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림절 주님을 기다리는 이들이 주님을 만나기 위해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자문했다. 이어 "베들레헴 구유는 바로 그분이 오실 장소에 대한 일종의 암시다. 주님은 화려한 옷을 입고,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사람들이 깔아놓은 붉은 카펫을 밟고 우리 가운데 오시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 아픔과 슬픔에 잠긴 사람들, 설움이 북받쳐 올라 피울음을 삼키고 있는 이들 곁으로 다가오신다. 주님은 그들의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주시지는 않지만 그들 곁에 머물며 손을 잡아주실 것이다. 바로 그곳이 우리가 주님을 기다려야 할 자리다"라고 했다.
기다리는 이들은 만날 사람의 모습을 잘 기억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공항의 입국장 게이트에 환영의 인사말과 손님의 이름이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있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서로를 알아보기 위한 표식이다"라며 "성탄 무렵 우리도 손 팻말을 들어 예수님을 영접하면 될까? 그럴 수 없다. 주님은 낯선 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우리가 그분을 알아차려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소셜 미디어에 넘치는 밈(meme)의 일종으로 '야시피케이션yassification'이라는 단어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게 하려고 원본의 이미지를 많이 가공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라며 "우리는 서양 사람들이 가공한 (yassify) 예수님의 이미지를 원본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성화 속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예수님의 모습은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콧날이 우뚝한 백인 남성이다. 하지만 1세기 팔레스타인에 살았던 사람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예수님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몇 해 전 미국의 시사 주간지인 <타임>은 표지에 실제 예수님의 모습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되는 초상화를 게재했다. 초상화는 조금 어두운 피부색에 뭉툭한 코 그리고 곱슬거리는 짙은 갈색 머리칼을 가진 눈빛 맑은 예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많은 이들이 그 낯선 이미지에 정서적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회의 역사가 그분의 이미지만 변형시킨 것이 아니라 생동하는 주님의 삶과 가르침을 교리로 박제화했다는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시고, 주류 사회가 만들어놓은 차별의 장벽을 철폐하기 위해 온 몸을 바치신 주님은 우리에게 '나를 따르라' 하셨건만, 우리는 주님을 구원자로 믿고 경배하기만 하지는 않는가? 우리는 이 근본적 질문 앞에 서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대림절이 되면 떠오르는 인물로 세례자 요한을 꼽기도 했다. 그는 "기독교는 그를 주님 오실 길을 닦은 사자로 여긴다. 그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였다. 그 소리는 느른한 일상에 빠져서 하늘을 잊고 사는 이들을 깨우는 천둥소리와 같았다. 그는 야인 곧 들사람이었다. 도시적 편안함 따위는 다 내던지고 활활 타오르는 횃불처럼 살았던 사람이다"라며 "그는 예수님처럼 다정하게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거나,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면서 조근조근 하나님 나라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 그는 거침없는 말로 인간의 마음을 습격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친절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았다. 어르고 달래는 말을 하며 사람들에게 자기 합리화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세례를 받으러 나오는 이들에게 그가 한 말은 무섭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례 요한이 세례를 받으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을 향한 독설이 고스란히 담긴 아래의 성경구절을 인용하하기도 했다.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닥쳐올 진노를 피하라고 일러주더냐? 회개에 알맞는 열매를 맺어라. 너희는 속으로 '아브라함은 우리의 조상이다' 하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만드실 수 있다. 도끼를 이미 나무 뿌리에 갖다 놓으셨다. 그러므로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다 찍어서 불 속에 던지신다."(눅3:7-9)
이에 김 목사는 "그 열정, 그 가차없는 말에 사람들은 놀랐다. 충격을 받은 이들이 묻는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 질문이 중요하다. 저는 신앙생활이란 고백을 삶으로 번역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삶으로 번역되지 않는 고백은 불완전하다. 책이 되었든 삶이 되었든 번역은 언제나 어려운 작업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씀을 삶으로 번역하려면 텍스트도 잘 알아야 하지만 우리가 사는 콘텍스트 곧 현실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현실은 참 복잡하고 미묘하다. 성경은 우리가 날마다 직면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답하고 있지 않다"라며 "한 때 신학자들은 '상황은 묻고 성경은 대답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 좋은 말입니다만 성경에서 속 시원한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도 참 많다. 그러면 성경을 덮어야 할 것인가? 아니다. 성경은 모든 상황에 맞는 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걸어가야 할 방향은 분명히 가리켜 보인다. 참 사람이 되는 길 말이다. 우리는 겸손하게 성경에 길을 물어야 한다. 내 경험과 지식에만 의지하면 안 된다. 하나님의 말씀 속에는 하나님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그 숨이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 목사는 대림절 주님 오심을 기다리는 이들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세례 요한이 던진 거친 답변을 인용하며 나눔의 실천을 강조했다. 세례 요한은 "속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고 간명하게 대답한다.
김 목사는 "나눔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이다. 독차지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다.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이 말씀은 불편하다. 좋은 말씀인 줄은 알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그러나 어렵더라도 그렇게 해볼 마음을 품어야 한다. 일단 작은 나눔이라도 시작해 보라. 물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 했다. 그 나눔은 우리를 가난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우리 내면을 든든하게 만든다. 인간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와 보람을 먹고 사는 존재다. 의미와 보람은 누군가의 요구에 응답할 때 발생한다"고 했다.
요한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세리에게 대답한 내용도 상기시켰다. 요한은 세리들에게 "너희에게 정해 준 것보다 더 받지 말아라"라고 답했다. 김 목사는 "다른 이들에게 세금을 과도한 부과함으로 자기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마음을 경계하라는 말이다"라고 했다.
세례 요한은 또 "아무에게도 협박하여 억지로 빼앗거나, 거짓 고소를 하여 빼앗거나, 속여서 빼앗지 말고, 너희의 봉급으로 만족하게 여겨라"라고 답한다. 이에 김 목사는 "협박으로든, 거짓 고소를 통해서건, 속임수를 통해서건 일체의 빼앗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완장질 하지 말라는 말이다"라고 했다. 세리의 음험한 탐심과 군인의 지배욕과 탐욕에 일침을 놓은 세례 요한의 답변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목사는 이어 "이제 우리가 물어야 할 차례다"라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스스로 세례자 요한이 되어 자문자답해 보라. 목사에게는 아마도 '거룩함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독점하거나 진리를 왜곡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정치가들에게는 '공공에 속한 것을 사유화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집 부자들에게는 '집 없는 이들을 서럽게 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법률가들에게는 '정의와 공의를 훼손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의사들에게는 '인생의 위기 속에 처한 환자들을 무정하게 대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언론인들에게는 '자기 이익을 위하여 진실을 호도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교사들에게는 '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차별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어부들에게는 '수사원을 남획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건축가들에게는 '질 나쁜 자재를 사용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고용주들에게는 '일하는 이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수단으로 삼지 말고, 환경을 훼손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청년들에게는 '세상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자신을 맞추느라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남보다 앞섰다고 자랑할 것도 없고, 뒤졌다고 낙심할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과 깊이다"라며 "내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다른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특권을 내려놓는 것, 다른 이들의 행복을 위해 마음 쓰는 것이야말로 주님을 기다리는 이들이 반드시 붙잡아야 할 삶의 가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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