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로 20대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을 권역별 승부처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지난 2017년 대선 이래 약진했던 영남권에서 부산경남에선 선전하지만 대구경북에선 크게 밀리는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에서 예상외 선전하는 모습이다. 근본적으로는 현 정부여당에 거부감이 큰 청년층의 보수화로 진보 '세대연합'이 깨지고 새롭게 형성되는 '보수 역포위'의 세대구도가 지역구도를 좌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치러질 차기 대선은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 표심이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기준 지난 한주간 실시된 주요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 안팎에서 경합 중이다.
지난 22일 공개된 TBS 의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19~20일, 무선ARS)는 윤석열 40.0% 이재명 39.5%으로 집계됐다. 24일자 YTN 의뢰 리얼미터(22~23일 실시, 유·무선 ARS) 조사에선 이재명 37.0% 윤석열 44.1%로 나타났다.
25일 나온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 합동 전국지표조사(NBS, 22~24일,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에서는 윤석열 35% 이재명 32%였다.
대선판의 최대 분수령이 될 수도권 판세는 안갯속이다. 충청권은 조사기관마다 엇갈리나 대체로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연고가 있는 윤 후보가 강세를 보인다.
조사기관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KSOI(이재명 34.4%, 윤석열 42.6%) ▲리얼미터(이 33.2%, 윤 47.3%) ▲NBS(이 30%, 윤 39%)로 윤 후보가 근소하게 우위를 점한다면, 이 후보가 경기지사를 지낸 경인권은 ▲KSOI(이 41.1%, 윤 40.1%) ▲리얼미터(이 37.7%, 윤 41.4%) ▲NBS(이 38%, 윤 31%)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충청권은 ▲KSOI(이 44.1%, 윤 29.7%) ▲리얼미터(이 31.4%, 윤 52.1%) ▲NBS(이 28%, 윤 36%)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통적 기반인 영호남 권역별 판세는 이 후보에게 좋지 않다. 특히 영남권은 전통적인 보수 우위의 지역구도로 회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울산·경남(PK)의 경우 ▲KSOI(이재명 33.2%, 윤석열 48.0%) ▲리얼미터(이 32.4%, 윤 51.9%) ▲NBS(이 21%, 윤 40%) 였고, 대구·경북(TK)도 ▲KSOI(이 23.6%, 윤 56.3%) ▲리얼미터(이 26.9%, 윤 53.1%) ▲NBS(이 16%, 윤 58%)로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계 정당의 아성이었던 호남권은 ▲KSOI(이 64.4%, 윤 18.3%) ▲리얼미터(이 64.9%, 윤 19.1%)으로 보수 후보로선 이례적으로 윤 후보가 선전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1~2%대 득표율로 고전했던 것이 격세지감인 형국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재명 후보는 지난 7월 1일 출마선언 직후 가장 먼저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은 데 이어 끊임없이 영남에 구애하고 있다. 매타버스 유세 첫 행선지로 PK를 잡은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홍준표 캠프 출신 박창달 전 의원을 TK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 후보 PK 민심 탐방 이후 지지율이 다소 상승했다.
호남 매타버스의 경우 일정을 3박4일로 늘려 촘촘히 광주·전남·전북 바닥 민심을 다지고 있다. 선거 지원과 거리를 둔 채 경선 후 두달 가까이 전국을 돌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에게도 지원을 요청했다. 정대철 고문을 비롯한 구민주·동교동계 호남 인사들의 복당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다만 호남권에서 예상밖 성적표를 안아든 윤석열 후보의 기세가 투표일까지 이어질 가능성 낮다. '전두환 옹호' 발언에 최근 조문 번복에서 비치듯 윤 후보의 호남 러브콜 행보에 진정성을 의심케하는 실책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진정한 사과 없이 사망한 전두환씨로 인해 호남 민심은 결국 윤 후보를 지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사실상 결별한 것도 변수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전남 순창)의 손자로 5·18 무릎사과를 시작으로 국민의힘의 서진(西進) 전략을 주도했던 김 전 위원장을 품지 못한 것은 윤 후보의 호남 확장성에 물음표를 갖게 한다.
유권자의 보수화 경향도 대선에서 다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MZ세대 청년층, 특히 20대 남성층의 보수화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갤럽이 11월 한달간 실시한 조사(만 18세 이상 4005명)를 합산한 결과, 주관적 정치 성향을 '보수'로 인식하는 유권자는 30%, '진보'로 인식하는 유권자는 22%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전후인 2017년 1월과 비교해 진보층(37%)은 15%포인트나 줄어든 반면 보수층(27%)은 3%포인트 늘었다.
지역구도에도 이런 경향은 표출된다. 윤 후보가 강세인 서울(보수 32%, 진보 22%)과 TK(43%, 22%), PK(32%, 20%) 모두 평균과 비슷하거나 높은 보수층 우위 구도를 보였다.
세대별로는 20대 남성에서 변화가 도드라졌다. 20대 남성의 36%는 스스로를 보수로 꼽았으나, 진보 응답은 15%에 그쳤다. 60대 이상 남녀(보수 37%, 진보 15%)와 비슷한 분포를 보인 것이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20대 남성(국힘 45%, 민주 18%)은 60대 이상 남녀(25%, 51%)와 유사한 추이를 보였다.
이는 결국 최근 선거에서 민주당 연승 가도의 동력이었던 진보 '세대연합'이 깨어지는 징후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최병천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5·18과 학생운동을 경험한 민주화운동 세대 586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기억을 공유하는 30·40대에 20대가 결합한 세대연합을 통해 민주당이 약진하며 영남 지역구도가 깨지는 것처럼 보였다"며 "그러나 최근 여론 흐름은 2030, 특히 청년 남성층이 범보수 고령층과 결합하며 오히려 보수에 의한 역포위가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들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뉴시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