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대위 합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거부에 뿔이 나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전 위원장도 김한길·김병준이 참여하는 선대위 구성에 불만을 품은 채 윤 후보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을 격한 기싸움에 사실상 결별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달래는 등 제스처를 취할 경우 마지못해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전 위원장이 "찾아오면 만나는 거지,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김종인 "내 일상으로 회귀"... 합류 거부 선언
김 전 위원장은 2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금 나는 내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선대위 합류 거부를 공식선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 만날 생각은 있나'는 질문에 "어제 다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답했고, '윤 후보와 전화 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에도 "나는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이처럼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기로 하면서 윤석열 후보의 선대위 구성에 큰 차질이 발생해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윤 후보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했느냐'는 질문에 "기자님들이 좀 파악해보라", "그 양반(김종인) 말씀하시는 건 나한테 묻지말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에게 여러차례 전화를 했지만, 김 전 위원장이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도 주변에 이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도 윤석열 측 vs 김종인 갈등
전날에도 김종인 전 위원장과 윤석열 측은 선대위 합류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윤 후보는 22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준석,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선임 건만 상정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하루 이틀 시간을 더 달라해서 본인께서 최종적으로 결심하면 그때 올리겠다"라고 밝혔다.
윤 후보가 세 사람(김종인-김한길-김병준)을 두루 만나며 설득, 합의를 이뤄냈다고 발표한 지 하루가 채 못돼 선대위 구성이 삐걱거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22일 윤 후보측은 김 전 위원장이 시간이 필요할 뿐 합류는 기정사실이라며 갈등설을 진화하는데 주력하는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23일 김 전 위원장이 사실상 합류 철회를 선언하면서 윤석열 선대위 구성을 다시 해야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이 합류를 거부한데는 3김 체제가 사실상 김 전 위원장의 전권 행사를 제한하는 구조적 견제 장치인 데다, 김 전 위원장이 제시한 세부 인선안 대해서도 윤 후보와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보이콧'을 두고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함께 '삼김(3金) 원로정치'로 묶인 것에 대한 불만 섞인 대응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 안팎에서 '3김 체제'라고 의미를 부여하자, 김 전 위원장이 '동급'으로 비교되는 것 자체에 불쾌감을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종인 없이 김병준-김한길 2김 체제 재편?
김 전 위원장을 놓칠 경우 현재 심판대에 선 윤 후보의 '정치력'은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김 전 위원장을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고 했던 이유는 '킹메이커'라고 불리는 김 전 위원장의 능력 때문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경제 참모로서 당선에 기여했고,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으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민주당을 원내 1당에 올려놨다. 한때 안철수 대표의 정치 멘토 역할을 맡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없다면 중도와 외연확장에 대한 아이디어나 추후 대선기간에 발생할 위험(리스크) 관리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물론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있긴 하지만 이 두 사람 투탑체제로는 불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 상황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무슨 상황이 되겠느냐"며 김종인 전 위원장을 선대위에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 카드가 반드시 잡아야하는 필승카드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다만, 과거 김 전 위원장이 어깃장을 놓을 때 당시 문재인 당대표가 달래고, 주도권을 재확인하며 복귀했던 전력을 두고 볼 때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만나 달랠 경우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전 위원장은 23일 오전 사무실 앞에서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날거냐'는 질문에 "나는 어제 이후로 연락한 적이 없다"면서도 "만나는 거야 찾아오면 만나는 거지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답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후보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선대위 합류가 물건너 간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 김 박사님께서 며칠 생각하시겠다고 하시니 저도 기다리고 있겠다"고 답해 출구를 열어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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