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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넷플릭스

손성찬 목사(이음숲교회)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화제작 <지옥>에 대한 감상평을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손 목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보았다. 시간순삭이었다"며 "개인적으로 후한 평점을 주고 싶다. 웹툰으로 나온 원작 자체가 워낙 탄탄하고,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 때문에 우려했는데) 연출도 나쁘지 않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했다. k-드라마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 가겠구나 싶다. 웹툰에 좋은 컨텐츠들이 너무 많고, 마침 OTT들이 엄청난 투자를 한다. 그들이 돈 버는 것은 배 아프지만, 사람들은 넷플릭스 드라마가 아니라 한국 드라마로 인식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컨텐츠의 표면적 재미와 이면적 의미까지도 추구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가 그 시초였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징어게임>은 훌륭했다. 미학적 배경과 단순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무엇보다 사회적 메시지. 그런의미에서 <오징어게임>과 <지옥>은 결이 비슷해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징어게임>이 사회학도들의 영화라면, <지옥>은 신학도들의 종교학도들의 영화랄까? 너무 흥미진진하게, 동시에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면서 봤다. 어떤 특정 미디어 컨텐츠를 텍스트로 삼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한건 <매트릭스>이후 오랜만이다. 드라마가 던지는 이슈는 너무나도 많다. '신정론'을 필두로 죄의 의미, 선과 악, 대속, 정의, 심판, 죽음, 자유의지, 종교심, 사이비/이단, 사제 등등"이라고 덧붙였다.

손 목사는 <지옥> 서사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신정론'을 들었다. 그는 "즉 이해할 수 없는, 인과관계 없는 고통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하필 어제가 주일에 설교하고 난 저녁 때여서 그런지 나에게 더 관심이 갔던것은 '해석'의 문제였다"며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신비적 현상. 인과관계가 없어보이는 고통의 문제 앞에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느끼는지를 묘사한다. 나아가 이 문제를 결국 신의 이름을 빌려 해석하는 자들/집단들을 통해, 해석해주는 자들의 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왜 사람들이 사제의존적 경향아래로 나아가는지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다.

손 목사는 이어 "<오징어게임>이 뒤틀린 기독교인들을 연달아 소재로 사용함으로, 대놓고 안티기독교적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지옥>은 그정도는 아니다"라며 "사실 '종교'라는 것 자체에 대한 의문자체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 대놓고 저격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2대 교주의 외형은 보자마자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보시면 무슨 소리인 줄 알 것이다"라고 했다.

또 "원작자가 의도하고 묘사한 외형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대인 것 같아 체념하게된다. 극중에 누군가 가족사진을 꺼내면, '아 저 사람 곧 죽겠구나!'하는 것처럼, 이제 사람들은 극중에 '목사'가 등장하면, 아 나쁜놈이구나 하는 시대가 왔다라는 느낌이 든다.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심층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에게라도 더 큰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싶다. 결국 신의 존재와 선함에 대해 지적으로가 아닌, 경험적 의미에서 근원적 해소가 되지 않은 이들이라면 이 세상의 이해 못할 고통의 문제들은 신을 떠나게 만드는게 정당해보이기에 이 시대는 결국 '남은 자'들의 시대가 되겠구나라는 생각 역시 스쳐간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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