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강남에 분양가 5억원, 주변에 3억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서울시 '반값 아파트' 정책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인사청문회를 끝낸 서울시의회가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전날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인 '반값 아파트'를 넉넉하게 공급하겠다"며 "강남권 30평대는 분양가 5억원, 주변은 3억원 정도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빠르면 내년 초라도 예약제를 도입해 시행시킬 준비를 하겠다"며 "후분양 아파트에 미리 예약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값 아파트는 토지 소유권은 SH 등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아파트 원가에서 땅값이 빠지기 때문에 분양가를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건물을 분양받으면 매달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내야 한다.
예컨대 토지까지 800만원에 분양할 아파트를 토지비용을 뺀 550만원에 분양하고, 월 임대료로 40만원을 따로 받는 것이라는게 김 후보자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초기 주택을 구입할 때 주거비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고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예약제를 시작하면 6개월 내에 몇군데 시범 분양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택을 새로 짓는 데에는 2~3년 정도 걸리는데, 택지가 확보 안 됐다면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남 30평대 전셋값이 15억원인 상황에서 4~5억원에 건물을 자기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며 "계산을 해 보면 훨씬 이익이라는 판단에 많은 분들이 청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활용 가능한 부지로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을 비롯해 수서역 공영주차장, 은평구 혁신파크, 용산구 용산정비창 부지 등을 거론했다.
다만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현실화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의 반값 아파트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강남·송파구 주민들은 반값 아파트 도입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시는 현재 강남구 옛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부지, 서초구 성뒤마을 등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토지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 향후 재건축을 위한 소유권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노식래 시의원은 "땅은 서울시, 건축물은 주민들 것으로 하면 일정 시간이 흘렀을 때 후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SH 사장이 되면 토지임대부 주택의 한계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병국 시의원도 "토지임대부 주택 물량이 일정 물량 이상 공급되지 않으면 '이벤트성'에 그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연간 5000~6000가구 정도의 '반값 아파트'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완공돼서 입주까지를 감안하면 5년 내 많은 양을 공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인사청문특위)는 전날 김 후보자에 대해 "반값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등을 주장하면서 공급 규모와 시기,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명확히 주장하지 못했다"며 '부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의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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