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학자 차준희 교수의 신간 『구약이 이상해요』(새물결플러스)가 발간됐다. 이 책은 성경 전체의 등뼈 악할을 감당하고 있는 오경에 대한 이야기를 신학생은 물론이고 평신도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쉽지만은 않다. 때로는 한동안 사색할 만큼 어려운 대답을 하기도 한다. 신학계와 현장, 신학과 교회, 서재와 시장을 오가는 저자의 포지션이 인상적인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성경 이해의 출발점은 단연 오경 이해에서다. 그럼에도 온갖 난제와 오해 그리고 곡해로 본래의 의미가 잘 전달되지 못하거나 잘못 알려진 대목이 적지 않은게 사실. 이 오경을 잘못 이해하면 나머지 구약은 물론이고 신약 이해에도 결정적인 해를 끼치기 마련인데 이에 이 책의 저자는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 했을 법한 구약의 난제들을 탄탄한 학문적 근거에 기초하되 알기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차준희 교수는 전문 성서학자이고 현장 목회를 경험한 목사이면서도, 스스로를 "구약 전도사"로 칭한다. 그는 구약의 대중화를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위해 상아탑의 학자 중 몇몇은 시끄러운 시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저자의 마음은 늘 학계와 현장, 신학과 교회, 서재와 시장 그 중간에 위치한다. 그는 양쪽을 끊임없이 넘나들면서 양쪽의 풍성함을 꾀하고 있다. 이 책도 그러한 저자의 노력의 산물이다.
이 책의 각 장은 "하나님도 후회하신다고?" "파라오가 억울하다고?" "아사셀! 누구세요?" 등의 제목 아래 각각의 오경 난제를 풀이해준다. 예를 들어 출애굽기에서 하나님이 모세를 파라오에게 보내실 때, "내가 파라오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여 그가 백성을 보내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이 책에서는 "마음을 완악하게 하다"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밝히고, 정말 하나님이 파라오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셨다면 그가 억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대해 출애굽기 본문을 근거로 답과 해설을 제시한다.
또 레위기에 나오는 "아사셀을 위하여 광야로 보내는 염소"에 대한 의문도 다룬다. 고대 근동에서 "아사셀"은 어떤 의미였으며 그것이 야웨 신앙의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되어 이 본문에 담겼는지, 또한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밝힌다.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질문에 대답해주고 있다.
성서 전문가의 해석을 일반 독자가 직접 소화하는 것은 어려울 때가 많다. 전문성과 대중성이 공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약성경의 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전문성도 반드시 필요하다. 구약의 배경이 되었던 고대 근동의 맥락 안에서 일차적인 해석이 시도되고 본문 본래의 의미가 객관적으로 규명되어야만 오늘날의 독자에게 주어진 이차적 의미가 왜곡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경의 난제 본문에 대한 전문 학자들의 최근 연구 결과를 현장 목회자들과 일반 성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득하려는 몸부림의 결과다.
오경을 최근의 성서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참신하면서도 제대로 설교하고자 하는 목회자들, 오경의 곡해된 부분을 바로 잡아서 성서 해석의 기초를 든든히 세우고 싶은 신학도들, 교회의 설교로 만족하지 못하고 오경의 더 깊은 의미를 알고 싶어 갈증을 느끼는 일반 성도들에게 이 책이 신뢰할 만한 길잡이가 될 것을 확신한다.
"한국교회도 한동안 이 본문을 오해하여 각 가정마다 가계(家系)에 흐르는 저주가 있다는 식의 주장에 현혹되어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때 소위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끊어야 산다"는 가르침이 유행했으며, 안타깝게도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의 교회 현장에서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심심치 않게 들려오곤 한다. 아비의 죄로 인하여 자손이 삼사 대에 걸쳐 불행을 당한다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닌가? 벌이라는 것을 죄 지은 사람이 받아야지 그 죄와 무관한 자식과 손자들이 받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와 모순되는 것이 아닌가?"(13장 가계에 흐르는 저주가 있다고? 중에서)
홍국평 연세대 구약학 교수는 추천사에서 "성경 난제 해설"을 제목으로 내거는 책엔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믿음에 호소하며 쉬운 답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한다는 인상 때문이다. 차준희라는 이름을 보고 책을 펼쳤다. 한 꼭지를 읽고는 이내 관심 가는 주제들을 찾아 펼쳐보게 되었다. 이 시대 구약학자 중 학계와 현장, 신학과 교회의 가교 역할을 가장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 저자의 연륜과 학식, 교회를 향한 사랑이 스물세 꼭지의 정갈한 글에 고스란 히 녹아있다. 결코 무겁지 않지만, 필요한 경우 원문과 학술 문헌을 세심히 인용하여 어려운 답을 독자들 앞에 내밀며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을 건다. 생각하지 않으려는 이 시대에 생각의 근육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성경을 이 시대에 맞게 설명하고자 하는 목회자, 평소 궁금증이 많았던 평신도, 성경을 처음 접한 초신자 모두에 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책이다"라고 밝혔다.
저자 차준희 교수는 한국교회가 예언자의 영성을 수혈받아 새롭게 되기를 하루도 잊지 않고 기도하는 신학자로 알려져 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품고 성경을 풀어주는 일을 소명으로 삼고 있다. 또한 성경 특강이나 설교와 부흥회 등 말씀을 전하는 곳에서 필요로 하면 어디든 달려가는 예수님의 열정적인 제자다.
서울신학대학교(B.A.), 연세대학교 대학원(Th.M.), 독일 본(Bonn) 대학교(Dr.theol.)를 졸업하고, 현재 한세대학교 구약학 정교수 및 한국구약학연구소 소장으로 봉직하고 있으며, 한국구약학회 회장과 남현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Micha und Jeremia. Bonner Biblische Beiträge 107 (Weinheim: Beltz Athenäum, 1996), 『창세기 다시 보기』, 『시편 신앙과의 만남』, 『구약성서개론』(공저), 『구약 사상 이해』(이상 대한기독교서회), 『출애굽기 다시 보기』, 『예레미야서 다시 보기』(이상 프리칭아카데미), 『열두 예언자의 영성』, 『시인의 영성 1: 시편 1-50편 해설과 묵상』(이상 새물결플러스), 『차준희 교수의 평신도를 위한 구약 특강 시리즈 1-4』, 『6개의 키워드로 읽는 이사야서』(이상 성서유니온)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구약성서 입문』(공역), 『구약신앙: 역사로 본 구약신학』, 『구약 예언서 신학』, 『오경 입문』, 『묵시문학』(이상 대한기독교서회), 『신학의 렌즈로 본 구약개관』, 『구약 설교, 어떻게 할 것인가?』, 『구약의 성령론』(공역), 『최신 오경 연구 개론』(이상 새물결플러스) 등 총 5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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