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희생과 폭력'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희생과 폭력이라는 순환적 구조가 공동체의 연대와 단합이라는 미명 아래 인류사에서 되풀이 되던 관행이었다며 특히 종교세계에서 "유별나게 심했다"고 진단했다.
앞서 차 교수는 검소하게 목회활동을 시작한 한 지역교회 담임목사 이야기를 꺼냈다. 그에 따르면 이 담임목사는 평상시 고무신을 신고 다니며 매사 검소하고 청렴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는 "내 제자인 부목사가 독서하면서 실내에서 스탠드 등불 하나 켜놓는 것까지 신경쓰며 전기 절약하기 위해 낮에는 끄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교회를 위해 이모저모 희생하면서 일반 교인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걸 감당한 것도 있었다. 그렇게 20여 년 교회를 섬기다가 은퇴할 때 그가 당당히 은퇴예우금으로 챙겨나간 돈은 20억이나 되었다"고 전했다.
차 교수는 또 "한 지역대학의 총장은 학교의 어려운 재정사정을 감안해 솔선수범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1억 5천만 원 정도 되는 자기 연봉을 1년간 받지 않고 무보수 총장으로 헌신하겠다고 결단했다. 이 소식은 갸륵한 살신성인의 모범으로 추앙되며 KBS 9뉴스에도 나와 공중파를 탔다. 이렇게 내부 수장이 희생하는데 우리 함께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여기저기서 후원의 분위기를 부추기는 근거로 이 뉴스는 오랫동안 지역사회와 교계에서 인구에 회자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지역대학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후 반전이 일어났다. 차 교수는 "그러다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이사회의 결의란 명목으로 그는 그렇게 기부한 돈을 뒷문으로 고스란히 되돌려받아 나갔다"며 "어련히 알아서 잘 하셨겠는가마는, 그것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무슨 용도로 사용했는지 내부 구성원들 그 누구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 물론 이런 세세한 내용은 뉴스에 나오지도 않고, 외부에 알려지지도 않은 채, 이사회 회의록에만 달랑 한 문장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런 패턴이 4대째 17년이나 걸쳐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희생과 폭력의 이런 순환적 구조는 공동체의 연대와 단합을 도모하면서 수천 년 인류사에 되풀이된 관행인데, 특히 종교세계의 회칠한 무덤 속에 유별나게 심하다. 특이한 희생과 헌신이 감동을 낳고, 그 감동이 다시 조직의 활성화에 힘을 보태는 지극히 유아적인 인식체계가 그 가운데 작동하는 것이다. 예수님도 이런 기만적인 희생 패턴의 괴이한 모순을 잘 아셨다"고 했다.
차 교수는 "예언자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그들을 위해 거룩한 비석을 세워 성소와 성지로 만들면서 종교 장사를 하던 자들은 서로 다른 상극의 사람들이 아니라 동일한 부류의 인간들이었다"며 "거기서 폭력과 희생은 일관된 원환적 구조 속에 악순환되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단 한 번 제물로 인간의 구원이 완성되었다는 은혜의 복음이 기독교의 정통으로 자리잡은 이후에도 이러한 부조리한 기만적 희생의 악순환은 이름만 둔갑한 제2의 예수, 제3의 예수를 희생양으로 호출해 죽이고 그 무덤을 다시 성역화하기에 급급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나는 이런 현상을 내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 안팎에서 오래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이제 이러한 졸렬한 악순환의 궤도를 탈피하면서 희생이란 폭력적 구조를 극복할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가령 돈이 중요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재정의 총량에 비추어 합리적인 예산을 편제하고 부족한 만큼 리더십을 발휘해 외부로부터 최대한 보충하면서 그것이 건강한 상식적 기준에 따라 분배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체제를 구축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신파스런 희생 드라마의 레코드판을 반복해서 돌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차 교수는 "왜냐하면 자신의 희생을 내세워 폭력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현장에서는 그 희생의 주동자가 그 영광스런 희생에 걸맞게 보상받도록 하기 위해 그 내부의 나머지 구성원들이 전혀 보상받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아픈 울음을 삼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며 "한 조직의 수장이 더이상 그 구성원들의 희생을 볼모 삼아 자신의 희생을 폭력적인 수단으로 삼는 중세적인 마인드를 벗어나는 것이 회칠한 무덤으로서 오늘날 종교공동체의 민낯을 극복해 지속가능하고 소통지향적인 대안공동체로 발전해나가는 지름길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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