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교회 특별전시 ‘새문안 여성사(1)’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그대 이름은 여성!’
한국교회 초기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한 기독교 여성들의 신앙과 삶의 여정을 만나볼 수 있는 ‘기독교 여성사’ 특별전시회가 오는 9월 30일까지 서울 종로 새문안교회(담임 이상학 목사) 1층 갤러리에서 진행 중이다.
새문안교회가 교회 창립 134주년을 기념하여 준비한 특별전시 ‘새문안 여성사(1)’의 주제는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그대 이름은 여성!’이다. 1880년대 조선 후기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를 거쳐 1945년 광복까지 ‘한국교회의 어머니 교회’인 새문안교회를 이끌고 세운 여성 12명을 발굴하여 소개했다. 또한 당시 안방에 있던 조선 여성들을 이끌어 내어 복음을 전하고, 성경과 찬송을 가르치며 여성 사역자들로 육성한 조선 파견 여성 선교사 10명의 삶도 함께 소개한다.
새문안교회의 설립과 발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당회록, 제직회록에는 이러한 믿음의 여인들이 많이 등장한다. 1895년 새문안교회 교인들의 땀과 정성으로 새 예배당을 헌당한 후 지교회 설립에 역량을 집중하던 시기, 새문안교회 전도부인들은 언더우드 호튼 여사와 함께 황해도까지 동행하며 전도하고, 복음을 받아들인 여인에게는 서울의 ‘전도부인 훈련코스’에 입학하도록 했다. 또 집마다 다니며 전도 책자를 나누어 주며 성경을 가르쳤다.
이 밖에도 한국 최초의 새문안교회 면려회, 찬양대, 가정사경반, 권찰회, 유치원 및 부인전도회 활동상황도 상세히 기록됐다. 부인전도회는 1919년 12월 설립되어 구제사업과 금주운동, 절제운동, 성미운동 등 활발한 신앙운동을 일으켰다. 당시 교회의 열악한 재정으로 부인전도회는 여조사(전도부인)의 사례금을 담당하였고, 그 외 수해지역 구제와 만주 조선족교회 건축에도 연보로 지원했다. 금주선전일을 선포하고 ‘주마정벌군’(酒魔征伐軍) 깃발을 든 채 ‘금주가’를 부르며 시가행진한 생생한 기록들도 이번 전시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5일 새문안 갤러리에서 진행된 개회식에는 이상학 담임목사와 박신향 사모, 관리위원장 강희문 장로, 여성 공로장로인 김창란 공로장로, 남양희 공로장로 등과 교회역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축사와 기도를 한 이상학 새문안교회 담임목사는 “교회를 교회되게 하고 교회의 발흥과 부흥을 가져오려면 드러난 주역들도 있고 숨은 주역들도 있다”며 “한국교회 134년의 짧은 역사의 놀라운 부흥과 발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위대한 믿음의 선각자가 있지만, 실제로 편견과 선입견 없이 교회사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오늘의 한국교회를 이룬 가장 큰 주역들, 그러나 숨어있고 장막 속에 가려진 주역들은 여성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상학 목사는 구한말 이름이 잊힌 여성들에게 교회가 비로소 그들에게 이름을 되돌려주며 한 인격체로 대했다고도 했다. 이 목사는 “시집가면 이름을 잃어버린 여성들이 교회에 가니 선교사들이 ‘당신의 이름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다. 이름은 그때나 지금이나 자기 정체성의 핵심으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여성들은 감격했다”며 “자신을 살아있는 개체이며 인격으로 대접하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려주는 교회에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무엇보다 복음을 받아들인 여성들은 인생을 돌려주시고 영혼을 구원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가슴에 불이 붙어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그 상징적인 인물들이 전도부인으로 불렸다”라며 “소위 초기 한국교회 부흥을 위해 필요한 모든 일에서 이 여성들이 뒤에서 이름도, 빛도 없이 헌신했고, 가끔 우리 눈에 띄는 여성들이 나왔는데 오늘 새문안 여성사 전시에 나오는 이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학 목사는 마지막으로 “과거에 있었던 보배들을 발굴해내고,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건강한 존엄성을 회복하여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 3:28)라는 놀라운 은혜의 신앙을 육화시켜 나가는 일은 우리에게 열려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문안 여성사 특별전시를 통해 여성들이 우리 신앙의 선배 여성들이 가지고 있던 복음에 대한 치열한 열정, 여성으로서 누려야 되는 하나님 앞에서의 존귀함을 마음에 새기고 우리 후배들에게도 아름다운 사랑의 정신을 물려주며 하나님의 복음을 위한 복된 마중물과 매개체가 될 것”을 축복했다.
올 초부터 새문안교회 시무장로이자 교회역사관 관장으로 활동 중인 원영희 장로는 “원래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에 따라 시각이 달라진다”며 “대부분 사학자가 먼저 공부할 기회를 얻은 남성들로, 교회사를 비롯한 대부분 세계사가 남성 중심, 남성의 시각으로 정리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여성의 활동과 여성의 사역들은 교회를 포함하여 역사의 뒤쪽에 그늘로 숨어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에 여성사 정리를 하느라 글을 꼼꼼히 읽으면서 한반도 선교 초기에 정말 용기 있는 여성들이 참 많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영희 장로는 “이번에 1887년부터 1945년까지를 1기로 삼아, 새문안교회와 한국교회 역사상 용기 있는 여성들을 찾아서 사료를 바탕으로 전시했다”며 “앞으로 1945년 이후 새문안 여성 사역을 정리하여 2회 전시회도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총괄기획팀장을 맡은 안찬율 안수집사는 “작년 새문안교회 창립기념일과 새성전 입당 1주년을 맞아 새문안 여성사가 기획 전시되었으나, 코로나 상황으로 많은 교인이 관람할 수 없었다”라며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더욱 철저히 준비하여 오늘 전시에 이르게 되었다”고 경과를 보고했다. 안 안수집사는 “새문안교회는 교회 당회록과 제직회록이 굉장히 잘 정리되어 있어, 여성사를 찾아 원고를 작성하고 스토리를 만들었고, 전시 패널 디자인은 교인의 재능기부를 받아 준비했다”면서 “올해도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여 오프라인 전시회뿐만 아니라, 온라인 전시관도 열린다”고 소개했다.
이날 테이프 커팅에 이어 참석자들은 새문안교회 당회록을 해제, 제직회록을 감수하고, 전시회 자료집 원고를 집필한 박장미 권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회 라운딩을 했다.
한편, ‘한국의 어머니 교회’로 불리는 새문안교회는 1887년 9월 27일 언더우드 목사와 서상륜 등 한국인 14인이 정동의 언더우드 목사 자택에서 당회를 구성하면서 한국 최초의 조직교회가 되었다. 새문안교회는 이번 9월 한 달간 특별전시회뿐 아니라, 다양한 창립 기념 행사를 진행한다. 9월 12일부터 19일까지는 ‘온라인 역사골든벨대회’, 9월 26일 오후 5시에는 ‘교회 창립 주일 오후 찬양예배’를 진행한다. 9월 12일 오후 5시에는 제57회 언더우드 학술강좌를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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