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유사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단어인 "법도" "율례" "율법" "계명"들 사이에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어떤 차이 때문에 문맥에 따라 각각 다르게 번역이 되어 쓰이는 것일까? 말씀의집 대표 김경열 박사(총신대)가 최근 이 문제에 대해 논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성경을, 특히 구약을 읽다보면 하나님의 법과 계명을 가리키는 용어가 여러가지로 나타난다"며 "율례, 규례, 법도, 율법, 계명, 명령 등등 다양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예를 들어, 창세기 26:5에서 이러한 용어들이 한꺼번에 등장한다.(창 26:5)이는 아브라함이 내 말을 순종하고 내 "명령"과 내 "계명"과 내 "율례"와 내 "법도"를 지켰음이라 하시니라. 실제로 원어로 보더라도 법과 준수사항, 규칙을 가리키는 히브리어 단어들은 다양하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은 대략 아래 네 가지 정도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법과 준수사항, 규칙 등을 가리키는 히브리어는 미츠바, 미쉬파트, 후카(호크), 토라 등 다양하다. 김 박사는 "특히 "율례와 법도"라는 표현이 매우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런데 이것들은 어떤 차이를 지닌 법 용어들인가"라고 반문하며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들의 의미론적 범주를 명확히 구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 박사는 "그 동안 많은 학자들이 정확한 개념적 구분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며 "그 이유는 이 단어들이 다르면서도 동일한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단어들이 그냥 동의어로 교차적으로 사용되는 사례들이 숱하게 많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영어 번역어로 옮길 때도 전혀 합의된 규칙 자체가 없다"고도 했다. 실제로 "세 단어가 각각 문맥에 따라 commandment, rule, statute, law, regulation, decree, ordinance, code, act, 등등 너무나 다양하게 번역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법을 가리키는 이 영 단어들이 영어권에서 특정 범주의 법을 가리키기 위해 특화되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 경계선들은 정확하지 않다"며 "영어 원주민들도 헷갈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히브리어 단어들에 대해서는 제가 살핀 바로는 대체로 이렇다. 베스터만과는 약간 다른 견해다. 하지만 역시 정확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제가 제안하는 번역을 나란히 병기해 본다"고 전했다. 김 박사가 제안한 번역 방법은 아래와 같았다.
1. 호크(후크)/율례 - 사회적, 제도적 규범(전통과 관행이 제도화된 것)
2. 미쉬파트/법도 - 법률적 규범(법정에서의 판결과 판결 기준)
3. 미츠바/계명 - 지도자나 권위자에 의한 법령, 명령
4. 토라/율법 - 위의 모든 법령과 가르침, 교훈을 총괄하는 단어
김 박사는 "참고로 미츠바(계명)는 '명령하다, 지시하다'를 뜻하는 동사 차바에서 온 단어다"라며 "하나님이 명령하신 십계명은 대부분의 경우 미츠바(복수 미츠보트)로 지칭된다. 그러나 다른 여러 율법들도 역시 매우 빈번하게 미츠바로 지칭되며, 그 외에 율법들은 후카(호크), 미슈파트 등으로도 지칭된다"고 했다.
아울러 "보통 호크, 미쉬파트, 미츠바가 셋 다 나란히 등장하거나 혹은 두 단어가 병행되어 등장하는데(율례와 법도, 계명), 대부분 별다른 이유는 없이 문학적 의도로 중복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그러면서 "이것들에 대해 의미론적 구분이 매우 어렵고 또한 굳이 그렇게 구분해야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어느 것이든 모두 하나님의 엄중한 법들로서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또 "우리도 법이란 뜻에 대해 규정, 규칙, 법규, 규례, 조례 등 매우 다양한 법률적 용어들을 사용한다"며 "대략적인 범주 구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경계선은 모호하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똑같은 내용을 지닌 어떤 법 조항들을 "규정"이라 부를 수도 있고, "법규", 혹은 "준수사항", "지침"이라 부를 수도 있다"며 "저는 위의 히브리어 단어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고 전하며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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