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고, 알게 모르게 내리는 소나기와 잠든 사이에 내리던 빗소리를 나는 잘 몰랐다. 그런데 내 아들은 빗소리를 알아가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방 안에 둘이 둘러앉아 블록을 쌓고 있었다. 블록을 쌓던 중에 갑자기 창문 사이로 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화창했는데 갑자기 어두워지니 아들과 나는 동시에 창문을 쳐다보았다. 아들 예준이는 창문을 바라보다 말고 블록을 마저 쌓았다. 블록이 무너지는 '와르르' 소리에 신나 하다가 다시 창문을 바라보는 예준이의 시선을 따라 내 시선도 창문을 향했다. 그러고 나서 아들이 말하는 입 모양은 이랬다.
"엄마~ 비가 와~ 비~ 비!"
다시 일어서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정말로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바깥이 궁금한지 엄마 다리에 매달리는 예준이를 안아 들었다. 다시 예준이에게 물어봤다.
"비가 어떻게 내려?"
"비가 이만큼 와~ 많이!"
자기 손으로 크게 원을 그려 보이며 대답하는 예준이를 통해 지난밤의 사건이 생각났다. 가족이 모두 잠든 밤이었다. 한참 자고 있던 나를 흔들어 깨운 예준이를 잠결에 안아 주며 달랬다.
"예준아? 꿈꿨어?"
"아니~ 아니~ 밖에~ 밖에!"
불 꺼진 방에서 예준이의 입 모양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대충 알아들었다.
"밖에 뭐? 괜찮아. 엄마랑 같이 자면 돼"하며 토닥이니 다시 잠이든 예준이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뭐였을까? 새삼 궁금해졌다. 엄마의 짐작일 뿐인데, 새벽 내내 비가 내려 빗소리에 잠이 깬 것이 아닐까 했다.
그렇게 '빗소리'를 보여준 예준이와 함께 소나기가 그칠 때까지 열심히 바깥을 바라보았다. 한참 내리다가 그친 소나기 사이로 집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놀이터~ 놀이터"를 외치는 예준이에게 "나가고 싶어?"라고 물어보는 엄마의 눈동자에 미소가 번진 아이가 보였다.
"그래, 우비 입고 나가자!"
우비를 입히고, 소나기가 다시 내릴까 싶어 우산을 챙겨 들고 나갔다. 조금 전까지 비가 내렸다가 그친 바닥엔 물이 고여 있었다. 아이는 장화를 신고 '첨벙첨벙' 발장구를 치며 신났다. 이날 아이와 눈빛으로, 표정과 몸짓으로 교감하며 일상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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