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에 있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출마 선언을 던지는 와중에 아쉬운 풍경이 연이어 연출되었다. 필자는 출마 선언을 하는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두루 살펴보았다. 화려한 인포그래픽과 멋진 카메라 연출, 그리고 인물의 대사 처리 등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다 들어있었다. 그런데 정작 꼭 있어야 할 장면은 출마 선언을 한 후보자 모두 빠져있었다. 후보자 옆에 수어 통역사가 있거나, 따로 촬영한 수어 통역사 화면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TV에 방영된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여러 후보자의 발언을 한명의 수어 통역사가 모두 통역해야 하는 고충을 겪어야 했다. 보통 수어 통역사는 교대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흐름에 맞게 통역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출마 선언부터 토론회, 그리고 공약 발표까지 장애인 유권자를 배려해 주는 후보자를 기대해볼 수는 없을까? 적어도 대선에는 수어형 선거공보물은 물론 TV 토론회에서 많은 후보자 간에 이어지는 토론 내용을 번갈아 가며 통역해 줄 여러 명의 수어 통역사를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토론회 내용을 한 명의 수어 통역사가 감당하기엔 흐름이 복잡하고, 체력적으로 무척 힘든 일이다. 그 힘듦은 고스란히 농인(청각장애인) 유권자들에게도 전해지기 때문에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방송사에 권고했던 내용이 있다.
"방송사는 선거방송 화면송출 시 2인 이상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고, '장애인방송 프로그램 제공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계속되었다. 눈에 보일 만큼 확 변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개선되어가고 있음에도 농인에겐 여전히 멀리 있는 것 같다.
정부는 국민의 주권 중의 하나인 '참정권'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공평한 참여 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히 '투표 독려'를 외치는 여당과 야당은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평한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지만, 제자리에서 벗어나 사회를 변화시킬 방법은 먼저 사회적인 제도 속에 숨겨진 차별 요소를 개선하는 것이다. 소외되어 버린 유권자,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해 대통령선거 과정마다 수어 통역과 문자 통역 그리고 장애인 인식 개선도 덧붙여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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