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미 양국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포함된 것에 이를 ‘내정 간섭’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는 이미 예상된 반발로 미·일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 때보다는 다소 낮은 수위라는 점에서 파장을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한·미 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한·중 양국 간의 관계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사진>은 최근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한미 공동성명 내용의 우려를 표한다”며 “한미관계 발전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에 도움이 돼야 하고 반대로 중국을 포함한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오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와 연관된다”며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관련국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해야 하고 불장난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오 대변인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세계 각국은 국제법에 따라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라며 “어떤 한 개 혹은 몇 개 나라가 일방적으로 국제질서를 정의할 자격이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준을 강요할 자격도 없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21일(현지시간)에 개최된 한미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고 적시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선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라고 했다.
한미 양국 간 공동성명에 ‘대만’이 표기된 것은 사상 최초이다. 중국은 그간 “대만 및 홍콩 문제는 ‘중국 내정’이다”라는 견해를 밝혔으며, “’핵심 이익’ 침해는 용납하지 않겠다”라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왔다. 이번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를 포함한 것에 대해 정부에서는 “일반적 수준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4월17일 중국 외교부가 미일 양국 공동성명에 대해 “중국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고, 국제관계 기본 원칙을 심각히 위반했다”며 “강력한 불만과 반대를 표한다”라고 밝힌 것에 비해 이번에는 수위가 ‘다소 조절됐다’라는 평가도 나왔다.
청와대에서는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주한 중국대사관, 주중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소통했다”며 “중국 역시 한국의 복잡한 상황을 이해한다는 취지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만해역 관련 내용이 최초로 한미 공동성명에 포함됐지만,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역내 정세의 안정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일반적이고도 원칙적 수준에서 포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관계자는 이어 “정부의 입장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조화롭게 발전될 수 있도록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며 “한미 공동성명도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 입장은 외교부 대변인 발표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지만, 중국도 한국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도 대만 이슈 확산을 경계하며 중국 리스크 차단에 나섰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중국을 적시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며 “미·일 정상 공동성명문에는 중국을 적나라하게 적시한 것과 비교적 관점이 될 것”이라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현해 밝혔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한 것뿐만 아니라, 5G-6G,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기술 협력 등에서 미국 주도와 공급망 참여를 확실시했다. 때문에 “그간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던 정부의 외교부가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한중관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오후 ‘중국공산당 100년과 중국 발전’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서 “중국이라는 말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서 하는 것을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쉽게 봤다”라고 평했다.
싱하이밍 중국대사는 이어 “미국은 사실 모든 힘을 동원해 중국을 억압하거나 탄압하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한국의 자주적인 일이다. 하지만 중국의 이익이나 세계 평화, 지역 평화를 상하지(훼손하지) 말고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현재 미·중 전략 경쟁이 미묘하면서도 광범위하고, 격렬하게 형성하는 국면이어서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말하고, “다만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처럼 일방적 보복을 가하기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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