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도의 근본은 예수님을 합당한 호칭으로 부르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명령에 순종하겠다는 결단”
오늘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인인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뿐 아니라 그 가르침을 따르고 명령에 순종하는 제자인가.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예수의 제자로 살기를 소망하면서 몸부림치고 있는 그리스도인인가. 우리의 영원한 참된 스승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할렐루야교회 변혁팀은 2021년 변혁 워크샵 세 번째 시간에 ‘제자도’를 다뤘다. 존 스토트 목사가 생애 마지막에 심혈을 기울여 쓴 역작 ‘제자도’(The Radical Disciple, 부제 ‘잃어버린 우리의 소명’ Some neglected aspects of our calling, 2010)의 내용을 정리하여, ‘제자도, 소명, 그리고 변혁’이라는 주제로 이덕진 장로(뉴 패러다임 인스티튜트 대표, 할렐루야교회 은퇴장로)가 온라인 줌으로 발제했다. 20세기 최고의 목회자, 설교자이며 균형 잡힌 기독교를 평생 설파하고 복음주의 선교운동 ‘로잔 언약’을 입안한 스토트 목사가 남긴 ‘제자도’, 그것도 ‘급진적 제자도’의 요건은 그가 소천한 지 10년이 된 지금도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덕진 장로는 “스토트 목사는 예수를 믿는 그리스도인(Christian), 예수님과 ‘선생과 학생’의 관계인 제자(Disciples), 그리고 급진적 제자(Radical Disciples)가 있다고 했다”며 “여기서 ‘급진적’이 갖는 의미는 서둘러 급하게 하는 것이 아닌 ‘뿌리’(radix)라는 의미다. 곧 ‘급진적 제자’란 ‘근본적인 문제까지 찾아가 대의에 철저하게 헌신한 이들’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 장로는 “스토트 목사는 ‘보통 우리는 선택적 태도를 취하고 철저한 제자도를 회피한다’라며 ‘그러나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우리에게는 복종할 영역을 취사선택할 권리가 없다’고도 말씀하셨다”고 했다. 다음은 존 스토트 목사가 강조한 8가지 제자도.
①다르게 산다(Non-conformity)
스토트 목사는 제자가 되기 위해 맞서야 할 현대의 네 가지 풍조로 다원주의, 물질주의, 윤리적 상대주의, 나르시시즘을 언급했다. 스토트 목사는 “다원주의자들은 모든 ‘~주의(~ism)’가 나름 타당성이 있고 동등한 존중을 받아야 하고, ‘기독교가 최종적이고 유일하다’는 주장은 한낱 그들의 의견일 뿐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또 “기독교는 모든 종교 가운데 가장 물질적(material)이지만, 기독교가 물질주의적(Materialistic)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리적 상대주의자들에 대해 스토트 목사는 “‘윤리란 자의적이다’라고 하지만 세상에는 두 가지 문화, 가치체계, 생활방식이 있고 세상의 방식과 하나님의 방식(진선미)이 있다”고 했다. ‘나르시시즘’에 대해서는 “이는 자기애(self-serving)로, 자기 긍정과 자기 부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창조와 구원으로 우리 안에 있게 된 것은 긍정하고, 타락으로 인한 것은 부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토트는 목사는 ‘여론의 돌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가 아닌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존재’ ‘물의 흐름을 따라가는 죽은 물고기가 아니라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문화의 주류까지도 거스르는 존재’ ‘주변 환경에 따라 자기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맞서서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존재’ ‘소극적으로 세상 풍조를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하나님 아들의 형상을 본받아 그리스도처럼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②그리스도를 닮는다(Christlikeness)
이 장로는 “존 스토트 목사는 회심 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했다고 한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이 생각났는데 좀 막연했다고 한다. 대계명을 생각했는데 그것도 충분치 않았다고 한다. 그 후 스토트 목사가 확실히 아는 것은 ‘하나님은 자기 백성이 그리스도처럼(Christlikeness) 되기를 바라신다’는 것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스토트 목사는 그리스도를 닮는 것의 성경적 기초에 대해 “우리를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해 미리 정하심을 받았고(롬 8:29, 영원한 목적), 우리는 성령에 의해 변화되어 가고 있으며(고후 3:18, 역사적인 목적), 우리는 그분과 같이 될 것(요일 3:2, 종말론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닮아야 할 그리스도의 본으로는 ‘성육신하신 그리스도’ ‘섬김의 삶을 사신 그리스도’ ‘사랑의 삶을 사신 그리스도’ ‘오래 참으신 그리스도’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신 그리스도’라고 했다.
스토트 목사는 “그리스도를 닮는 실제적 과정에는 ‘고난’이 수반되며, ‘복음전도’의 도전이 있고, 예수의 영이 내 안에 계시면 나도 예수님처럼 살게 되는 ‘성령의 내주’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복음전도가 실패하는 주요 원인은 우리 모습이 우리가 선포하는 그리스도 같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소통은 말이나 개념이 아닌 ‘사람’ ‘진실한 인격’으로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③성숙해 간다(Maturity)
스토트 목사는 오늘날 세상에 비친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깊이 없는 성장’ ‘경건과 진실성의 결핍’이라며 “성숙의 본질은 신체적·지적·도덕적·정서적(사회적)·영적으로 성숙하는 것이고, 사도바울은 영적 성숙을 그리스도와의 성숙한 관계에서 그를 예배하고 신뢰하고 사랑하고 순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숙해야 할 사람은 그리스도 안에서 소수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특히 지도자들이 먼저다. 지도자들은 그리스도의 충만함을 다른 사람에게 신실히 선포하여 모두를 성숙한 자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숙해지는 길은 그리스도를 더 분명히 보는 것”이라고 했다. 스토트 목사는 “바울은 사도들이 선포한 예수와 ‘다른 예수’를 경계했다. 우리는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참된 시각이 필요하다(골 1:15, 요 5:29)”면서 자신 역시 “우리 눈에서 안대를 벗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수님이 누구신지, 어떤 일을 하셨는지에 깊이 잠겨서 그분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④창조세계를 돌본다(Creation Care)
스토트 목사는 “하나님의 회복 계획에는 우리가 하나님과 화해하고, 서로서로 화해하는 것뿐 아니라 신음하는 창조 세계를 해방하는 일이 있다”며 “우리는 자연을 신격화하거나 착취하는 것을 피해야 하고, 하나님과 자연과 동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진 장로는 “지구는 지금 살고 있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지구는 하나님의 것”이라며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앞으로 나타날 수많은 미래세대로부터 환경을 파괴해도 좋다는 승낙을 받은 적이 없고, 환경을 파괴할 권리가 없다. 잘 관리할 책임만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토트 목사는 세계 인구 성장의 가속화, 화석 연료 등 지구 자원의 고갈, 불량품·포장재·소모품 등 쓰레기 처리, 기후 변화와 위기 등의 생태계 위기를 우려했다. 그래서 창조세계를 돌보기 위해 기독교 환경단체를 후원하고, 개인의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덕진 장로는 이와 관련해 “지금은 세계가 ‘지속가능한 환경과 사회’를 위한 깨우침과 함께 실천 운동이 시작되었다”면서 “예를 들어 ESG(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의 기준을 정해가는 운동에도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⑤단순하게 산다(Simplicity)
1974년 세계복음화를 위한 로잔대회에서 실무그룹 의장을 맡은 존 스토트를 비롯하여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수 없는 빈곤 인구와 이를 야기한 가난과 불의를 뼈저리게 자각했다. 그러고 나서 이들은 부유함 속에서 구제와 복음전도를 위해 단순한 삶을 살아야 할 의무에 대해 이야기했다.
1980년 ‘단순한 삶에 대한 복음주의 언약’에서도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공동체(교회가 새로운 가치관, 기준, 라이프 스타일로 산다) △개인의 삶(스스로 아무런 규정 없이, 매일 1만 명이 굶어 죽는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산다) △국제적 개발(나라들이 합력하여 인간 개발 계획에 기부한다) △정의와 정치(현재의 사회적 불의를 하나님이 싫어하신다는 것을 시인하고 변화가 와야 한다) △복음 전도(단순하게 사는 것은 복음의 책임 있는 증인이 되는 것과 함께 가야 한다) △주님의 재림(주님이 다시 오실 때 가장 작은 자를 섬긴 이들을 찾을 것이다. 구원받는 믿음은 섬기는 사랑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을 위해 사는 것에 동의했다.
⑥균형 있게 산다(Balance)
존 스토트 목사는 제자의 6가지 역할로 ⑴갓난아기는 성장해야 한다(growth: 한번 태어났으면 성화/성장해야 한다) ⑵산 돌은 교제를 나누어야 한다(fellowship: 산 돌은 교회의 한 부분, 몸의 지체다. 돌은 교회 건물을, 산 돌은 제자들을 말한다) ⑶거룩한 제사장은 예배를 드려야 한다(worship: 삶으로, 예식으로 하나님을 기뻐하며 가장 높은 자리에 모시는 것이 예배다) ⑷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은 증거해야 한다(witness: 하나님이 선택하신 백성은 선택된 백성답게 사는 본을 보여야 한다) ⑸거류민과 나그네는 거룩해야 한다(holiness: 시민권도, 집도 없는 그들은 하늘의 시민권 있는 자들답게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 ⑹하나님의 종은 양심적 시민으로 모든 섬김을 다해야 한다(citizenship)고 했다. 스토트 목사는 “⑴, ⑵는 개인적+공동체적 책임을 말하며 ⑶, ⑷는 예배+일/삶 둘 다로 부름받음을 말한다. ⑸, ⑹은 나그네+시민 둘 다로 부름 받았다”고 말했다.
⑦의지하며 산다(Dependence)
스토트 목사는 “우리는 하나님께 의존해야 하는 죄인이고 남에게 서로 의존해야 하는 약한 존재”라며 “사람은 누구나 맨몸으로 와서 맨몸으로,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처지로 왔다가 같은 처지로 돌아간다. 전적 의존으로 시작해 전적 의존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존을 거부하는 것은 성숙이 아니라 미성숙이고 교만”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스토트 목사는 “굴욕은 사람을 겸손으로 이끈다(humiliation & humility)”고 말했다. 이덕진 장로는 “굴욕을 경험할 때 겸손을 배우며, 겸손한 사람이 굴욕을 견딘다”라며 “최고의 본은 예수님”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스토트 목사는 “인생의 단계에는 자립과 함께 의존의 시기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 장로는 “스티븐 코비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성숙의 단계를 의존-독립-상호의존(Dependence–Independence-Interdependence)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⑧죽음으로 산다(Death)
스토트 목사는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에서 ‘죽음을 통한 생명’은 가장 심오한 역설의 하나”라며 “우리가 인정하고 배워야 하는 두 가지 절대적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죽음을 통한 생명을 설명할 때 △구원(salvation, 구원은 생명으로, 우리가 죽어야 할 죽음을 예수님이 죽으셨다) △제자도(discipleship, 막 8:34~35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 △선교(mission, 선교의 소명은 모든 민족에게 구원의 빛을 가져오는 것이지만 그보다 먼저 멸시받고 거부당하고 자기 생명을 죽음에 내어놓는 것이다) △박해(persecution, 바울은 극심한 박해를 받으며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 썼고, 그것은 일종의 죽음에서 부활로 묘사되었다) △순교(martyrdom, 박해와 순교를 당한 자는 새로운 세상에서 특별한 영예가 주어질 것이다) △유한성(mortality, 죽음은 ‘맨 마지막에 멸망받을 원수’이나 동시에 딤후 1:10 ‘그리스도 예수께서 사망을 폐하셨다’)을 강조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를 기다리는 미래를 묵상할 때마다 항상 ‘최고의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영원한 생명의 영광은 우리의 유한성 너머에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트 목사는 책의 마지막에서 “급진적인 제자의 특징 8가지는 다소 자의적인 것 몇 가지를 선택한 것이고, 나 자신에게서 보고 싶은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여러분도 자신만의 것(제자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그것이 성경적인 것이 되기를, 그리고 여러분의 문화와 경험에 맞는 것이길 바란다. 모든 제자도의 근본은 예수님을 합당한 호칭으로 부를 뿐 아니라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고 명령에 순종하겠다는 우리의 결단”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날 지명토론을 맡은 이광인 집사(두원공과대학교 교수, 전 할렐루야교회 변혁팀장, 전 인터플랜 건축 대표)는 “제 자신이 제자로서 나아갈 길을 생각할 때, 제자로 부르시고 세우시고 보내시는 과정이 있다고 본다”며 “제자로 부르실 때 주님의 말씀과 뜻을 영적으로 ‘분별’하고,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주님께서 일하시도록 기대와 소망으로 온전히 맡기는 ‘내려놓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집사는 “제자로 세우심(성숙)의 단계에서는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주의 나라와 의를 우선하며 개인 욕구를 절제하면서 ‘헌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자를 보내는(섬김) 과정에서는 주님께 받은 큰 사랑을 감사함으로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어주고, 주님의 능력·인도·보호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신뢰’, 주님의 영광에 이르는 고난의 여정에서 ‘인내’가 중요할 것”이라며 “참된 제자가 되기를 소망하는 저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현재는 미완성이고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 빨리 가고 늦게 가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고 이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현대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제자화 과정에서 많은 크리스천이 불신앙과 세속화로 열매 맺지 못하고, 그리스도를 닮아가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인내’가 중요하다는 대답이 나왔다. 이덕진 장로는 “불균형과 양극화의 문제로 겪는 좌절감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다 똑같다고 본다”며 “존 스토트 목사님 말씀 중 ‘인내’가 있는데, 우리가 마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성정은 우리를 조바심 나게 하지만, 하나님의 시계는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1세기를 지나며 ‘왜 우리는 그렇게 안 되느냐’고 조바심을 갖지만, 하나님의 시계에서 문화 성숙은 우리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시간과 진정으로 성숙하는 것, 곧 인내하는 것이며, 이를 지도자들이 먼저 배워야만 하나님의 시간이 좀 더 맡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변혁 워크샵은 5월 1일부터 6월 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11시 줌 화상회의로 진행한다. 오는 22일에는 이헌민 집사(LabEnt㈜ 대표)가 ‘과학의 세계관과 변혁’, 29일에는 마동훈 교수(고려대 미디어학부)가 ‘미래 교육과 변혁’, 6월 5일에는 허종학 장로가 ‘다음세대를 위한 변혁’을 주제로 발표한다.(할렐루야교회 변혁팀장 마동훈 교수 dhma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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