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으로 국회의원직을 잃은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돌려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의원직 상실은 정당하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이같은 선고가 나자 오병윤 전 의원 등은 욕설을 하며 법정 내에서 소란을 일으켰다.
29일 오전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옛 통진당 소속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이석기 전 의원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의원직 상실은 정당하다'는 2심 선고를 확정했다. 지난 2016년 4월 2심 선고가 나온 이후 약 5년 만이다.
이날 대법원 재판부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돼 해산됐음에도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그 직을 유지한다면, 해산된 정당의 이념을 따르는 국회의원이 계속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하면서 그 정당이 계속 존속해 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적 기본 질서의 수호를 위해 위헌적인 정당을 국민적 의사 형성 과정에서 배제시키기 위해서는 그 소속 국회의원의 직위를 상실시키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며 "헌법재판소도 위헌정당 해산 결정으로 해산되는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정당 해산 심판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재판부가 이같은 판결을 내리자 오 전 의원은 "에라이, XXX들아. 너희가 대법관이냐, XXX들아" 등과 같은 욕설을 내뱉으면서 법정 내에서 소란을 일으켰다. 이후 법원 방호관들이 오 전 의원을 법정 밖으로 쫓아냈다.
대법원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난 오 전 의원은 "헌재가 정당을 해산할 때 의원 자격이 상실된다는 자격상실 조항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사라졌다"며 "어떤 근거로 의원 자격을 박탈했는지 이유도 없이 '상고를 기각한다' 한 마디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판단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대법원의 판단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법원이 무슨 (근거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재연 전 의원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김명수의 대법원이 앞으로 역사 앞에 어떻게 그 책임을 짊어지고 나갈 것인지 묻고 싶다"며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 국가배상을 포함한 모든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4년 12월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사건에서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또 당시 통진당 소속 경기 성남시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김미희 전 의원 등 5명의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의원 지위 회복'을 위해 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1심은 법원이 심리·판단할 수 없는 사항으로 소송이 부적법하다며 각하 판결을 했고, 2심은 "의원직 상실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으로 법원이 '의원직 상실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1심과 달리, 법원에 판단 권한은 있지만 헌재 결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결정 당시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이들은 위헌정당 해산 결정의 효과로 당연히 의원직을 상실한다"며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선동죄 등으로 실형이 확정돼 국회의원직을 상실했으므로 그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소의 이익이 없는 등 부적합해 각하 판결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 전 의원 등은 2심 선고 이후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옛 통진당 소속 이현숙 전 전라북도의회 의원이 전라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 퇴직 처분 취소 및 지방의회 의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이 전 의원이 비례대표 전라북도의회 의원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은 '소속 정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 결정에 따라 해산된 경우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의 퇴직을 규정하는 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 전 의원이 비례대표 전라북도의회 의원의 지위를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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