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제사법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서 성기문 교수(대신총회신학원)가 김경열 교수(총신대)를 상대로 수년전부터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김 교수가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답변에 나서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교수는 이날 '친애하는 성기문 교수님께'라는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성 교수가 지적한 문제를 크게 세 가지로 다시 정리하며 반박을 폈다. 그것은 △안수를 통한 죄의 transfer는 "전가"가 아니라 죄의 "이동"으로 번역해야 한다 △나의 죄 전가 이론은 게인(E. Gane)을 그대로 수용해 결국 내가 재림교회 교리로 개혁교회를 완전히 혼란케 만들어 놓은 주범이다 △속죄제 기능에서 고기를 먹어야 죄를 없애 속죄가 된다니 그건 말이 안되는 주장 등으로 요약됐다.
성 교수와 김 교수의 논쟁이 주목을 끄는 것은 둘 다 구약학에 대한 전문적 이해를 바탕으로 저서를 내는 등 해당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이었기 때문. 성 교수는 수년 전 『키워드로 읽는 레위기』(세움북스)를 펴냈으며 김 교수는 올해 『드라마 레위기』를 펴냈다.
김 교수는 먼저 첫 번째 문제 제기, 즉 'transfer는 "전가"가 아니라 "이동"을 뜻한다. 그러니 바꿔라'는 문제에 대해 "(성기문) 교수님은 그 용어를 쓰십시오. 전적으로 존중해드립니다. 그러나 저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전가'를 택해서 쓰기로 결정한 겁니다. 그러니 그냥 저도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가지만 말씀드리면 첫째, 이미 구약학계에서 '전가'로 통용되어 왔습니다. 이때 아무도 조직신학의 '전가'(imputation) 개념과 혼동하지 않고 정확히 구별해서 이 용어를 사용합니다"라며 "또한 어떤 조직신학자는 imputation 대신 transfer라는 말도 씁니다. 용어의 개념을 자신이 정의해서 쓰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겁니다"라고 했다.
또 "둘째는 더 중요하게 제가 '전가'라는 말을 고집하는 이유는 안수를 통해 죄만이 아니라 형벌을 받게 하는 '죄의 책임'이 짐승에게 넘어가기 때문입니다"라며 "단순한 이동이 아닌 '죄의 책임'이 넘어가니 책임 전가의 의미로 저는 '전가'가 매우 적절하기에 저는 이 용어를 씁니다. 교수님은 '이동'이라고 계속 사용하시면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문제 제기, 즉 재림교 학자 게인(Gane)의 안수와 죄 전가 개념을 가져와 개혁주의 교회의 전통을 혼란케 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 인용한 학자들(Keil & Delitzsch, M. Noth, G. Wenham, Rodriguez, Noordtzij, Gerstenberger)을 열거하며 거장 학자들의 주장이 자신의 논문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모두 무시무시한 거장 학자들입니다. 몇 명 더 꺼내볼까요? 제가 가장 유명한 학자들만 나열했을 뿐입니다. 안수에 의한 죄 전가 교리는 기독교 초창기부터 핵심 교리였습니다"라며 "예수님이 대신 죄를 지고 가기 때문에 구약의 희생 짐승들이 마찬가지로 죄를 대신 졌다고 가르치는 것은 초대교회부터의 전통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재림교회 교리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죄의 전가란 너무나 당연히 상징적입니다. 죄는 무슨 물건이 아닙니다. 아사셀 염소에게 죄가 전가될 때 무슨 자갈같은게 등판에 쏟아지나요? 당연히 상징적 전가인 겁니다"라며 "가장 유명한 웬함(Wenham)은 모든 동물제사에서 안수를 통해 죄가 전가된다고 말합니다. 위의 학자들도 대체로 그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들 전부 재림학파군요. 참고로 저는 웬함과 달리 모든 동물제사에서 죄 전가되었다는 견해는 반대합니다. 오직 죄를 위한 제사인 속죄제와 속건제에서만 그렇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자신이 인용한 학자들 중 재림교 학자 로드리게즈와 관련해서는 "이 사람 속죄제 이론은 게인과도 전혀 다릅니다. 죄 전가 개념이 거의 전통적 입장과 비슷합니다. 여러 명 중에 재림교 학자 한명 끼어있을 뿐입니다"라며 "제 박사 논문과 <레위기 신학과 해석>에서 밀그롬보다 더 철저하고 방대하게 게인의 이론을 바닥부터 격파해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게인의 안수와 죄 전가 이론을 추종요?"라고 재차 따져 물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게인은 그저 안수하면 죄가 피 속으로 들어와 그 피가 제단에 뿌려지면 제단에 죄가 쌓인다고 주장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에게 피는 안수를 통해 피 속에 들어온 죄를 운반하는 매개물일 뿐이다. 이에 김 교수는 "저의 안수 개념과 단 하나의 공통점도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가장 핵심적 문제는 이겁니다. 죄가 피를 통해 제단에 뿌려져 제단에 쌓인다면, 죄가 연중 내내 축적된 곳은 마당 제단과 내성소 향단 뿐입니다. 지성소에는 절대 못들어가니까요"라며 "그런데 게인은 속죄일에 그 쌓인 죄를 다시 짐승의 피를 뿌려 이때는 피로 죄들을 청소하면서 아사셀 염소에게 운반시킨다고 합니다. 이때 비로소 그는 아사셀 염소로의 죄책의 전가를 말합니다. 그러면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만일 그렇다면, 지성소는 절대로 청소할 필요가 없습니다. 거기엔 평일에 피를 뿌린 적이 없으니 거기에는 아무 죄도 쌓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날 대제사장은 지성소부터 피를 뿌려 청소합니다. 이에 대한 게인의 답은 그냥 궤변입니다. 이런 게인의 불합리성을 제가 15가지 정도를 끄집어내 비판한 겁니다. 그런데도 제가 게인을 추종요?"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속죄제 고기를 먹어 죄를 없애 속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억지 주장이라는 입장에 대해서 김 교수는 "제 논문과 책을 제대로 읽지 않으신 겁니다. 기억 못하시군요. 제가 고기를 처분하기 전에 짐승의 죽음과 흘린 피의 청소를 통해 '속죄'는 이미 다 이루어져 그 제물 바친 자는 이미 속죄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다만 짐승의 전가된 죄의 찌꺼기의 처리만이 남은 겁니다. 만일 여기서 실패하면, 그 속죄제는 실패하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나 중요한 겁니다"라며 "마무리 단계에서 고기를 제대로 처리 안하면, 일단 헌제자에게 돌아간 속죄의 효과는 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다만 그 제사의 마무리에 실패한 제사장에게 그 책임이 돌아간다고 봅니다. 헌제자가 그 실패에 뭔 책임질 일이 있겠습니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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