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교와 통일선교, 복음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탈북민교회’가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탈북민 목회자에 의한 탈북민교회, 중대형교회 내 탈북민 부서, 탈북민 목회자 혹은 남한 목회자에 의한 남북통합목회를 추구하는 교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 또 한국교회가 탈북민을 대하는 자세도 과거의 일방적인 구제, 선교의 대상이나 통일선교의 일꾼으로 단정 짓는 것이 아닌, 유기적이고 동등한 관계에서 협력하려는 노력과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선교통일한국협의회(선통협)는 한국교회 탈북민 사역을 점검하고, 개선점과 가이드를 제시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탈북민 사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2021 탈북민교회 연구 공개 세미나’를 16일 서울 종로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 4층 크로스로드 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탈북민 사역,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정종기 교수(아신대)와 탈북민 목회자인 마요한 목사(새희망나루교회)가 ‘탈북민 목회자가 사역하는 교회의 역할’, 김의혁 교수(숭실대)가 ‘한국교회 내 북한이탈민 부서 사역의 쟁점과 과제’, 하광민 교수(총신대)가 ‘남북 사역자가 목회하는 남북통합목회’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탈북민 목회자가 목회하는 탈북민교회, 한국교회와 협력 중요
‘탈북민 목회자가 사역하는 교회의 역할’ 연구는 정종기 교수와 마요한 목사가 탈북민교회를 담임하는 탈북민 목회자 8명의 면담을 통한 질적 연구로 진행됐다. 정종기 교수는 탈북민교회와 탈북민 목회자 현황 조사에서 나타난 핵심단어로 ‘편견과 차별’ ‘동역’ ‘정착’을 소개했다.
‘편견과 차별’에 대해 그는 “탈북민교회 성도들은 한국사회에서 탈북민의 위치가 이등국민, 주변인, 이방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사회도 이기주의로 인해 탈북민과 문화적 갈등을 가져오고 그들을 수용하지 않음으로 차별한다”고 설명했다. ‘동역’에 대해서는 “연구 참여자 전부가 한국교회와 탈북민교회가 동역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며 “한국 성도와 탈북민 성도 비율은 각각 다를 수 있으나, 남한 성도들이 좀 더 성숙하고 신실한 분들이 협력하면 좋겠다고 했다. 남한 성도들의 신앙이 어중간할 때 북한 성도들과 다툼이 생기고 기득권으로 다투게 된다”고 말했다.
‘정착’과 관련해서 정 교수는 “탈북민 성도들은 목회자의 양육에도 정착 경우가 많지 않고, 정착하는 경우 최소 3년의 양육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며 “탈북민이 정착하기 어려운 이유는 교회 출석 시 주는 돈 때문에 교회를 떠돌거나 돈만 받는 경향, 탈북민교회에서 필요를 채우지 못하거나 탈북민의 신앙을 자라게 하는 모델이 없는 경우, 탈북민 간 서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 너무 높은 수준의 신앙교육과 양육프로그램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탈북민교회의 역할로 ‘오아시스의 장’ ‘징검다리의 장’ ‘통합의 장’을 소개했다. 일부 한국교회가 강자의 동정심과 시혜 의식의 구제로 탈북민에게 접근한 것과 달리, 탈북민교회들은 대개 탈북민을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했다. 또 한국사회의 약자인 탈북민들이 동병상련인 탈북민 목회자들의 포용과 탈북민의 이해가 있는 탈북민교회의 보살핌과 보호를 받게 되며 ‘오아시스의 장’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정종기 교수는 “특히 탈북민들은 탈북민교회가 자신들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며, 탈북민교회의 낮추고 내어주고 비우는 ‘케노시스’ 때문에 탈북민교회로 이동하고, 이곳이 한국사회에 머무는 출발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징검다리의 장’에 대해 정 교수는 에이그(Ager)와 스트랭(Strang)이 말한 이주민이 새로운 국가에 적응하기 위한 10개 핵심영역을 소개하며 “탈북민은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통합의 토대’인 시민권 취득, ‘촉진요소’인 언어 지식면에서 이주민과 달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또 “‘지표와 수단’인 고용, 주거, 교육, 보건은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프로그램이고, ‘촉진 요소’인 안전과 안정감, ‘사회적 관계’인 사회적 가교, 사회적 유대, 사회적 연결은 지역사회나 지역 공동체가 해야 할 일들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탈북민교회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통합의 장’으로서 탈북민교회는 탈북민에게 연대를 통한 심리적 통합과 새로운 규범과 가치의 내면화를 신앙을 통해 이루는 장이 되고 있다.
정 교수는 탈북민 목회자의 역할로는 ‘통합의 매개자’ ‘이중문화의 가교자’ ‘마음과 영혼의 치유자’를 언급했다. ‘통합의 매개자’로서 탈북민 목회자는 탈북민에게 수용성, 개방성을 가지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며, 또 수평성을 가지고 탈북민을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인격 그대로 존중한다고 했다. 탈북민이 한국사회에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병원, 은행, 슈퍼마켓, 관공서, 학교, 국가 혜택 등을 챙겨주고, 인적 네트워크까지 연결시켜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중문화의 가교자’로서 탈북민 목회자는 복음의 토착화와 상황화를 이룬 만큼, 탈북민의 상황과 환경에 맞는 설교와 성경공부, 예배로 복음을 전한다. ‘마음과 영혼의 치유자’로서 많은 탈북민 목회자는 육체의 배고픔은 해결해도 마음의 굶주림을 해결 못 한 탈북민들을 주님이 맡겨 주신 양들로 양육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마요한 목사는 탈북민교회와 탈북민 목회자의 목회 현장의 장점으로, 같은 탈북민이라는 ‘동질성’ ‘공감대’ ‘문화적 코드와 성향에 대한 이해’, 고향과 북한의 회복을 위한 ‘사명 의식’, 북한과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또 그리스도인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갖게 되면서 웬만한 시련 앞에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 당장 열매가 보이지 않아도 탈북민을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성품’ 등을 꼽았다.
단점으로는 북한에서 일방적인 세뇌교육을 당하면서 굳어진 생각, 가치관, 관점이 잘 바뀌지 않는 ‘탈북민 변화의 어려움’ ‘신앙 성숙도가 낮음’, 북한 체제 속에서 미움과 증오를 강요받으면서 형성된 ‘거친 성향’, 탈북민교회의 신앙적 질서나 본이 없어 ‘영적 권위의 결여’ 등의 모습이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목회자와 교인들과의 의식적인 괴리, 지식적·의식적·문화적 한계와 동질성으로 인한 한계, 재정적·가정적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마 목사는 “탈북민 목회자의 탈북민교회 목회 시 가장 큰 이점은 동질성이고, 목회에서 부딪히는 단점은 너무나도 큰 남북한 사이의 격차로 인한 것”이라며 “탈북민 목회자들이 한국교회를 많이 경험하고 그 안에서 훈련받게 된다면 이러한 단점들을 줄여갈 수 있을 것이고, 사역 시 북한선교, 탈북민 사역 등 부분적 경험만이 아니라 통일을 준비하고 살아가는 교회로 건강하게 세워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통일 후에도 한반도에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하는 교회로 세우려면 지금부터 건강한 내적 기준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우선 남과 북의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동등한 지체로 세워져 가고, 탈북민들을 사역의 대상이 아닌 하나님 나라를 함께 이룰 동역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럴 때 탈북민을 긍휼의 대상이 아닌, 북한 회복과 복음통일의 사명을 감당할 하나님의 일꾼으로 바라보고, 남북 지체들이 함께 그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과 북의 지체들이 하나를 이루어가는 목회 현장에서 ‘구별’과 ‘차별’을 주의해야 한다”며 “한쪽이 소외되거나 역차별받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 하나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 목사는 “통일 후까지 한반도에 남아있을 모델교회는 남과 북의 지체들은 물론 디아스포라와 열방의 지체들까지 불편함이 없이 함께하며, 마지막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탈북민 부서, 교회 전체의 선교적 방향성에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국교회 내 북한이탈민 부서 사역의 쟁점과 과제’ 연구는 김의혁 교수가 6개 교회 탈북민 부서 사례(합동 교단 안산동산교회·수영로교회·남서울교회, 통합 교단 영락교회·온누리교회, 침례 교단 대흥침례교회, 독립교단 할렐루야교회)를 바탕으로 연구했다.
김의혁 교수는 현 한국교회 내 탈북민 부서 사역의 쟁점으로 ‘탈북민 호칭’(어떻게 부를 것인가) ‘탈북민 정체성’(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탈북민 예배’(어떻게 예배드릴 것인가) ‘탈북민 지원’(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탈북민 부서의 방향성’(어디로 가야 할까)을 다루고, 탈북민 부서 사역의 원칙과 방향으로 ‘선교적 교회론’과 ‘접촉 이론’을 이론적, 신학적 기반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모든 교회는 선교적 사명을 가지고 있고, 교회의 본질은 온 세상을 회복케 하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선교적 교회론’을 기반으로 탈북민 부서 사역도 △교회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역이 되어야 하고 △일상의 삶으로 연결되는 기독교적 정체성과 신앙이 되어야 하고(탈북민과 친분을 쌓고 우정을 맺어가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며 포착하고) △삶의 현장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향해 깨어 움직여야 한다(남한 교인과 탈북민 성도가 함께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며 실천해가는 공동의 믿음의 순종이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김의혁 교수는 미국 사회심리학자 고든 올포트(Gordon Alport)의 ‘접촉 가설’을 인용하여 두 집단의 구성원이 동등한 지위에서 접촉하고,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며, 협력하여 일하고, 두 집단의 접촉이 법률, 관습, 지역 분위기 등 제도적 지원을 받을 때 편견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탈북민 부서 사역도 접촉 가설의 네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탈북민에 대한 지식적인 이해를 갖고 △탈북민에 대한 접촉의 경험을 늘려가며 △가벼운 접촉에서 친분을 쌓아가는 보다 깊은 접촉으로 나아가야 하고 △단순 접촉에서 공통 목표 추구로 나아가고 △접촉과 함께 복음으로 변화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 내 탈북민 부서 사역의 과제로는 ‘함께 예배하는 공동체’ ‘수평적 환대의 공동체’ ‘연결하는 통로 공동체’ ‘탈북민의 리더십을 세우는 공동체’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탈북민 부서 사역은 고비용 저효율 사역일 수 있다는 점을 처음부터 인식해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나 수적인 부흥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며 “오히려 하나님의 선교적 부르심과 초청에 대한 확인에서 시작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북민 부서는 교회 내에서 고립된 섬이 아닌, 교회 전체의 선교적인 방향성에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에야 비로소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교회 내의 탈북민 부서 사역은 북한과 통일에 관심 있는 몇몇 사람의 특수한 봉사 영역으로만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전체 교회의 선교적 정체성과 긴밀히 연결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단 차원에서 남북통합목회 교회 지원 시스템 갖춰야
‘남북 사역자가 목회하는 남북통합목회’ 연구는 하광민 교수가 탈북민 목회자가 목회하는 탈북민교회 7곳, 남한 목회자가 목회하는 탈북민교회 5곳을 인터뷰하여, 남북통합목회의 선교적, 목회적 토대와 가능성, 목회적 적용 연구 등을 소개했다. 하광민 교수는 남북통합목회의 성경적 토대로 신구약의 사례와 남북통합목회의 앞선 사례로서 1945년 해방 이후 월남인들을 통한 월남민 목회, 또 오늘날 탈북민 목회자에 의한 남북통합목회와 남한 목회자에 의한 남북통합목회의 현황을 전했다.
하 교수는 이날 “남북통합목회 공동체를 세워가는 것이 향후 북한교회를 세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남한에서 남북통합목회 공동체를 세우는 방향은 탈북민 중심의 공동체로 시작하거나 남과 북의 성도들이 처음부터 남북통합공동체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시작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탈북민을 배제하고 남한 성도만으로는 남북통합공동체로 나아갈 수 없고, 탈북민을 배제할 경우 큰 교회 부설의 부서사역으로만 머물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남북통합목회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문화는 ‘성경적 문화’라며 “복음 전달자인 목회자가 수용자의 문화를 잘 알 뿐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성경문화를 잘 알고 담아내어 수용자의 문화와 그로 인해 형성된 세계관을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통합목회의 새로운 문화의 추동요인은 목회자로, 남북 사역자 모두 남한문화, 북한문화를 존중하고 배워야 하고 성경적 문화, 성경적 세계관을 잘 이해하고 복음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가르쳐 남북 성도 모두 성경적 세계관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광민 교수는 남북통합목회의 향후 과제 중 내적 과제로는 △따듯한 포용적 문화를 만들고 △남과 북의 두 문화가 서로 장점을 세우면서 선교적 문화로 분출되도록 만들고 △남북통합목회를 이해하고 이 사역을 감당할 사역자가 계속 수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적 과제로는 교단마다 북한교회를 세울 목회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목회자 선발과 양성 기준, 교육체계를 만드는 등 정책적 준비와 함께 실제적인 사역자를 준비할 것을 제시했다.
그는 “각 교단은 현재 남한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두 가지 형태의 북한을 품는 교회, 즉 탈북민교회와 남북통합목회 공동체를 키워가는 방식으로 미래의 북한교회 세우기를 준비해야 한다”며 “특히 각 교단신학교에서 통일선교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그 안에 남북통합목회의 가치를 함께 가르칠 교과 과정을 마련하고 교단 내 미래 북한교회사역자 양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교단에 속한 남북통합목회 공동체를 교단별로 연결하여 교단적 차원에서 통일선교의 모판 교회로 후원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며 “현재 목회자 개인의 사명으로 고군분투하는데 교단 차원에서 연계하여 인적, 물적 지원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표 및 토론의 사회는 조기연 교수(아신대), 정베드로 목사(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회장), 남승호 교수(서울대)가 각각 맡았고, 지정토론은 주도홍 교수(총신대학교 초빙교수), 이빌립 목사(통일소망선교회 대표, 열방샘교회), 김병로 교수(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오성훈 목사(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사무총장), 하충엽 교수(숭실대), 정형신 목사(뉴코리아교회)가 맡았다.
1부 개회예배는 이수봉 선통협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윤현기 교수의 기도, 김종국 선통협 전 대표회장의 설교, 강보형 대표회장의 축도와 개회사로 이어졌다. 김종국 목사는 “탈북민을 선교적 차원에서 섬기는 준비가 필요한 때”라며 “탈북민 사역이 북한선교의 실제이자 통일 준비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개전투로 임한 한국교회가 같은 비전과 마음으로 다양성과 조화를 이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보형 대표회장은 “이번 연구와 발표가 통일을 꿈꾸는 많은 공동체와 사역자들에게 조그만 냉수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남북이 연합하여 통일한국과 세계선교를 앞당기는 그레이트 코리아가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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