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먹거리를 정해주신 하나님
하나님은 인간에게 원복음을 주신 후에 인간과 이 땅의 모든 생물에게 필요한 먹거리를 정해주셨다. 모세에 의하면 하나님은 인간에게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1:29)고 말씀하셨고, 인간 이외의 모든 생물에게는 “모든 푸른 풀”(כָּל־יֶרֶק עֵשֶׂב: 콜 에레크 에셰브)을 식물로 주셨다(1:30). 하나님이 ‘오클라’(אָכְלָה: 먹거리)를 정해주시니 인간과 모든 생물은 각자 그들의 먹거리를 찾아 먹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나님은 처음에 그가 창조하신 인간과 모든 생물의 생명활동에 가장 필요한 에너지를 식물이 만든 유기물 섭취를 통해 획득하도록 섭리하셨다. 그러나 하나님은 홍수의 재앙에서 살아남은 노아의 가족에게 “무릇 산 동물”을 먹거리 식물로 추가해주셨다(9:3). 노아의 가족 네 쌍은 현대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동물(이하 인간을 포함한다)의 물리적 구조는 약 70%의 물을 제외하면, 세 가지 생화학적 유기물 분자-아미노산, 탄수화물, 지질-와 극소량의 무기물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처음에 지구에는 무기물밖에 없었다. 생태계에 유기물이 없으면 생물이 살아갈 수가 없다. 하나님이 서둘러 식물계를 먼저 만드신 것도 광합성을 통하여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꿔 공급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생물의 몸체는 모두 유기물로 만들어져 있다. 초기 지구의 유기물은 대개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처음에 생겨난 식물의 몸체는 하나님이 만드신 유기물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된다. 생물은 먹거리를 섭취하여 생명활동의 에너지를 획득한다. 그 과정을 현대 생물학에서는 metabolism(신진대사, 물질대사 또는 대사)이라고 한다.
생물이 물질대사를 통해 생명활동에 필요한 영양소와 에너지를 얻는 형태를 보면, 식물은 무기물질을 섭취하여 광합성 작용으로 자기에게 필요한 고분자 화합물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독립영양체다. 그러나 동물은 섭취한 먹거리에서 고분자 화합물을 분해하여 저분자 화합물질로 바꿨다가 다시 자기에게 필요한 고분자 화합물로 바꾸는 종속영양체다. 물질대사 과정에는 이화작용(異化作用 catabolism)과 동화작용(同化作用 anabolism)이 있다. 이 과정에서 생물의 몸 안에서는 엄청나게 다양한 유기 화합물의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화작용은 먹거리에서 고분자 화합물을 섭취하면, 소화기관에서 분해하여 저분자 화합물인 영양소를 얻고, 찌꺼기는 다시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과 같은 큰 유기물 분자를 단당류, 지방산, 아미노산과 같은 작은 단위로 분해한다. 동화작용은 이화작용을 거쳐 획득한 저분자 화합물을 자기 생명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이나 핵산과 같은 고분자 화합물로 다시 바꾸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는 세포의 증식 등에 필요한 분자들을 합성하기 위해 복잡한 효소 반응이 일어난다. 식물의 광합성과 동물이 아미노산으로 단백질을 합성하여 자가 세포의 유지와 성장, 그리고 생명 활동에 필요한 유기물 분자를 제조하는 물질대사의 방법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각 생물의 생명 정보에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이 각 생물에게 주신 생명 정보는 각 세포 안에 있는 DNA와 RNA에서 발현되고, 각 세포는 DNA를 복제하여 새 세포에 공급한다. 생물은 그런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생겨나는 DNA 변이를 자체적으로 수선하는 기능이 있으며, 모든 생명 정보는 자손의 DNA에 그대로 전달된다. 생명 정보를 가진 DNA는 리보솜에 있는 RNA에 지시하여 단백질을 만들고, 번식기능을 작동하게 한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RNA 유전체만 가진 바이러스는 자체 내에 그런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바이러스는 반드시 다른 생물의 세포에 침투해서 그 생물의 DNA에 역전사를 통해서만이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고, 자손을 증식시킬 수 있다.
하나님이 설계하신 각 생물의 생명 정보인 DNA 구조와 기능을 알게 되면, 생명 정보가 물질의 화학작용으로 저절로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유물론과 진화론이 결합한 과학적 무신론을 반박할 수 있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창조를 모세 시대의 히브리인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에 그친다면, 그들에게는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는 과학적 무신론을 반론하기는커녕, 하나님의 복을 누리는 것과 하나님의 창조목적을 수행하는 일도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계속)
허정윤 박사(알파창조론연구소,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