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오늘날과 같은 팬데믹 시대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팀 켈러는 이 두려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소망이며, 그것은 그리스도의 부활로부터 나오는 것이라 말한다.
2002년 갑상선암에 걸려 투병하는 동안 N. T. 라이트의 ‘하나님의 아들의 부활’이라는 책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이 있었던 저자는 20년이 지난 2020년 췌장암 진단을 받는다. 거기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팬데믹 상황까지 겹치는 바람에 개인적인 아픔과 시대의 아픔 속에서 저자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다시 한번 붙잡았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 인종차별이라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가 혼란스러울 때,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라는 설교에서 “절망의 산에서 희망의 돌을 떠내야 한다.”고 외쳤던 마틴 루터 킹 목사처럼, 마치 그날 킹 목사의 포효처럼 팀 켈러는 지금 이 절망의 시대에 부활이라는 소망을 가져야 한다고 강하게 외치고 있는 듯하다.
팀 켈러는 이 책에서 네 가지의 부활에 대해 설명한다. 첫째로는 역사적 부활이다. 그는 특유의 논리적 접근을 통해 부활이 역사적 사실임을 증명한다. 부활이 역사적 사건이라고 증명된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믿게 되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부활을 맹신할 수도 없는 것임을 성경적 증거에 따라 설명해간다. 결국,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이성과 증거와 믿음이 어우러진 결과임을 이야기함으로 기독교 신앙이 결코 이성과 상반되지 않은 것임을 알려준다.
또한, 마틴 루터와 바울의 예를 통해, 부활의 역사성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임을 입증한다. 부활은 신자들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힘을 제공해주고 그 힘은 어려운 순간에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능력으로 나타난다. 자신을 ‘죄인 중의 괴수’라고 고백하는 연약한 바울이지만,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능력의 바울이 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부활의 역사성은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둘째, 그리스도의 부활은 지금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힘이다. 예수님의 부활은 그리스도인에게 미래를 위한 소망(for the future)일 뿐 아니라 미래로부터 오는 소망(from the future)임을 이야기한다. 성경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미래의 하나님 나라가 현재로 들어왔다고 말한다. 팀 켈러는 조지 래드가 말한 ‘미래의 현존’이라는 개념을 통해 부활과 하나님 나라를 설명한다. 부활은 하나님의 나라가 지금 여기서 시작되었다는 선언일 뿐 아니라,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유임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지금 하나님 나라의 식민지(연방)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 예로 프란시스 쉐퍼 부부의 라브리 사역을 소개한다. 죄악으로 깨어진 세상 속에서 라브리 공동체는 하나님 나라의 그림자로 존재했다. 성경적 가치를 충실히 고수하는 쉐퍼 부부였지만 그 집은 각종 미혼모들과 정신병자들 그리고 회의주의에 사로잡힌 청년들의 안식처였다. 명확한 진리를 가졌지만, 풍성한 사랑으로 사람들을 대했기 때문이다. 쉐퍼 부부의 아들인 프랭크 쉐퍼는 이렇게 전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조목조목 하나님을 논증했지만 … 어떤 말보다도 더 설득력 있었던 것은 두 분이 기꺼이 희생한 재물과 사생활과 시간이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낄 때도 있었고, 이용당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늘 기본이었다.”
부활은 우리가 미래에 맞아야 할 기다리는 소망이 아니라, 오늘 여기서 시작된 소망이며, 우리의 삶은 하나님 나라의 식민지(연방)와 하나님 나라의 예고편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오늘 우리의 삶을 천국의 시민으로 살아가게 한다.
셋째, 부활은 인격적 만남으로 확증된다. 예수님의 부활은 실제 사실이지만, 이것을 아는 것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부활하신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날 때 우리는 그분과 연합된 것을 알게 되고, 그때 비로소 우리들의 정체성이 뿌리부터 변화되기 시작한다.
팀 켈러는 마리아, 도마, 베드로같이 예수님의 부활을 인격적으로 만났던 사람들의 예를 통해 그리스도의 부활을 인격적으로 체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그 인격적 만남의 과정에서 예수님은 천편일률적으로 자신을 증명하지 않으시고, 마리아는 마리아에게 맞는, 도마는 도마에게 맞는 가장 필요한 만남으로 부활을 경험시켜 주셨다.
의심이 많은 도마에게는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옆구리에 넣어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성경에는 도마가 손을 넣어보았다는 말이 없다. 손을 넣어보지 않고 도마는 예수님을 향해 신앙고백을 한다. 도마의 의심을 무너뜨린 것은 객관적 증거가 아니라, 도마의 의심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해결해주려고 하신 마음 때문이다. 예수님은 도마가 그런 증거를 원한다는 것을 아셨다. 제자들 중에 누가 알려준 것이 아니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냉소와 두려움 모두 안아주시고 받아주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도마가 느낀 것이다.
또 배신한 베드로에게는 스스로 깨닫도록 기다려주심으로 사랑을 확신시켜 주셨다. 예수님은 부활을 수학 공식처럼 증명해주시지 않고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나에게 찾아오셔서 부활을 인격적으로 경험하게 하신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사랑의 추억이 있는 인격적 만남이다.
넷째, 부활은 삶의 각 영역의 문제들로 인한 두려움에 맞서게 한다. 부활은 우리 안에 있는 두려움을 직면하게 해주고, 두려움에 맞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준다. 팀 켈러는 현대에 만연하고 있는 인종 문제, 차별문제, 경제적 불균형, 성의 문제를 그리스도의 부활과 연결시켜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현대에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의 해결책이 바로 성경 안에 있음을 증명한다.
팀 켈러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반문화적인 대안 사회로서의 교회 공동체가 부활을 통해 회복하는 것이다. 정의가 실현되는 나라는 정의에 집중하는 나라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은혜에 집중하는 나라이다. 그리고 너무 큰 거대 담론보다는 오늘 내가 지역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을 권한다.
참된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의 방식과는 다른 ‘거꾸로의 나라’ 라고 할 수 있다. 연약한 자와 소외된 자 가난한 자들이 복을 받는 나라이다. 그래서 연약한 우리들에게 부활은 기쁜 소식이 된다. 우리가 사는 인생길에도 수많은 난관과 고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생각하면 우리가 길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더 이상의 정죄가 없다는 것과 그 어떤 어둠도 우리를 이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다.
이 책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단순히 지식으로만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삶으로 또 사회적으로 풍성하게 적용시켜 준다. 두려움의 시간에 소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도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고 승리하셨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미래의 소망일 뿐 아니라, 장차 이루어질 미래의 현존으로 하나님 나라가 시작되었음을 선언하는 선포이다.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 TGC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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