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명 두 달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의 발탁으로 검찰과의 누적된 갈등을 봉합하고, 임기말 안정적 국정운영을 모색하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청와대와 여권에 따르면 신 수석은 최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기강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지난주 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의 사표 반려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수석이 임명 두 달 만에 사표를 제출한 데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이뤄진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과정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법무부가 신 수석을 건너뛴 채 기존 '추미애 라인'을 유지하는 인사를 발표한 상황을 수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에서 추 전 장관의 복심으로 평가받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됐다. 추 전 장관 체제에서 신임을 얻었던 심재철 검찰국장이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법무부와 검찰 사이 갈등 해소의 가늠자로 여겨졌던 첫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척점에 있던 인사들이 그대로 건재하면서 긴장 관계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비(非) 검찰 출신 기용이라는 그동안의 청와대 민정수석 기조를 깨고 신 수석을 발탁하면서 조성됐던 검찰 인사에 대한 사전 조율이라는 기대감도 사라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사법고시 26회 출신으로 신 수석은 윤 총장의 서울대 법대 선배이자 검찰 선배로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신 수석 발탁도 검찰과의 갈등을 수습하고 임기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선택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인사 과정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책임이 신 수석에게 향하면서 거취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장관이 신 수석을 건너 뛴 채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상의했다면 신 수석의 입지가 좁아질 뿐더러 민정수석실 내부 갈등 문제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수석의 사의 표명에 앞서 이 비서관의 사의 표명 보도가 먼저 나온 것도 이러한 내부 갈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거듭되는 민정수석실 관련 보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다.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신 수석의 사의 표명 여부에 관해 "인사와 관련한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 양해 바란다"고만 했다.
여권 관계자는 "신 수석 입장에서는 법무부가 검사장급 검찰 고위 인사를 자신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민정수석이 검찰 인사 과정에서 배제된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데 따른 내부 기강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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