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국회는 지난해 연말까지 낙태법개정을 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국회는 이를 제대로 논의하지도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되었다. 국회는 1년 8개월의 짧지 않은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정쟁에 모든 시간을 허비하고 급기야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자체가 무효화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매년 잉태되는 수백만의 태아들은 낙태의 위협 앞에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무차별 폭력에 노출되는 끔찍한 입법공백의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는 임신주수에 관계없이 마음껏 낙태해도 이를 막을 수 없으며 이를 알고도 정부와 여당은 악의적으로 낙태법개정 논의를 미루어 자연스레 낙태죄폐지로 몰고 가려 한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이제는 34주 다 자란 태아를 제왕절개술로 낙태해도 죄를 물을 수 없는 희한한 나라가 되고 만 것이다.
예수님은 언제 이 땅에 오셨을까?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겠지만 실은 그로부터 9개월 전, 작은 태아로 깜깜한 마리아 자궁 속에 오셨다. 성육신주일인 4월 첫째 주일을 생명주일로 지키자는 켐페인도 20여년 진행해 오고 있다. 왜 예수님은 어른으로 오지 않으시고 기나긴 9개월의 세월을 마리아 태중에서 보내셨을까? 그것은 작지만 태아의 생명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당신께서 친히 드러내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늘보좌를 버리시고 우리를 구원하시려 연약한 배아의 모습으로 마리아 태중에 잉태하신 태아 예수님을 골방에서 묵상하며 죽음의 위협 앞에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노출된 수많은 태아들을 위해 아기 예수님을 품은 마리아의 심정으로 주님께 간절히 기도드리는 마리아 기도주간을 제안한다. 그리고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가장 연약한 태아를 작은 예수님이라 여기며 그들을 지켜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온 교회가 경주할 것을 제안한다.
마리아와 동침하지 않은 정혼한 요셉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원치 않는 임신이라는 이유로, 당시 상황에서 얼마든지 낙태할 수 있었지만 마리아와 요셉은 임신을 지속하여 우리의 구세주가 탄생하게 되었다. 예수님도 낙태될 뻔 했다는 아찔한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자, 가장 작은 자가 누구일까? 아마도 스스로 자기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하는 자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연약한 자는 태아일지 모른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에 비추어보면 모든 태아는 바로 예수님처럼 소중할 수 있으며, 태아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바로 예수님께 그렇게 행하는 것이리라.
이제 2월 마지막 주일부터 생명주일인 4월 첫째 주일까지의 40일간을 매일 한 끼 금식하며 태아로 오신 예수님을 묵상하며 이 땅에 죽음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태아들을 위해 기도하자. 아울러 낙태에 대해 방관하며 이에 대해 선포하거나 가르치지 못한 우리의 잘못과 우리 스스로 낙태를 행해온 죄악에 대해 뉘우치며 회개하자. 그리고 매일 온라인을 통해 생명의 말씀을 들으며 전국 교회가 교단을 넘어 하나의 교회공동체로 일치하여 반생명사회를 회복하는 사역에 적극 동참하자. 생명의 주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시며 마침내 생명의 행렬이 죽음의 행렬을 뒤덮을 것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상은(샘병원 미션원장,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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