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
눈을 신경질적으로 빠르게 깜빡이는 여성 환자가 지방에서 찾아왔다. 안구건조(dry eye syndrome)가 너무 심해져 눈이 시리고 야간운전 중에 앞에서 오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비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단다. 옆에 있던 남편에게 말한다.
"내 눈을 파내줘요. 내 눈을...."
남편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익숙한 듯 어깨를 토닥여준다.
"최근 한 달 동안 운전하다 가로수 1번, 가로등 1번, 자동차 추돌 3번, 이러다 제가 죽을 것 같아요. 안 아픈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유명한 병원은 안 가본 데가 없어요. 난 차 안에서 죽을 거예요...."
"어려운 문제일수록 공식을 알아야 빨리 풀 수 있는 법입니다. 고생하다 오셨지만, 전체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안구건조는 눈물이 마른 상태에서 눈꺼풀이 상하로 움직이면서 각막 손상이 생겨 시력상실로까지 가는 병이다. 눈물샘의 위축, 눈물 통로의 막힘, 안구의 지방샘 분비장애가 원인이 된다지만 치료법이라곤 인공눈물과 눈물 통로를 막는 등의 미봉책뿐이다. 모두가 현상 유지를 최선으로 알고 있다.
안구건조는 어려운 병이 아니다. 눈부터 콧속까지의 통로 구조 문제다. 안과, 이비인후과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사고가 있어야만 답이 나온다. 난치병은 원인을 모를 때까지만 난치일 뿐이다.
눈물샘에서는 면역물질, 수분, 산소를 공급하고, 세척과 윤활작용도 해주는 끈끈한 물이 나오는데 이를 '눈물'이라고 부른다. 눈 청소와 함께 눈에 수분, 영양분, 산소를 공급하고 윤활작용을 다 하고 나면 눈물은 중력에 의해 눈물 통로를 통해 콧속으로 내려온다. 이 흐름을 위해 코의 숨길 앞부분이 열려 있다.
콧속으로 이어져 있는 이 눈물 통로가 코의 반복된 염증으로 막히게 되면 눈에 눈물이 고이게 된다. 그 물에 먼지와 세균들이 많아져 염증이 일어난다. 가려움과 빡빡함이 심해진다. 손이 자꾸 올라가는 이유다. 눈을 싸고 있는 막에 상처가 깊어진다. 각막과 결막에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먼지가 많거나 건조한 때, 공기의 온도가 차가워서 눈물의 확산 속도가 늦어지는 상황이면 눈물이 더욱 많이 필요해진다. 당연히 눈물 공급량은 부족해지는데, 이것이 안구건조증으로 진행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로 설명해보자. 세면대 아래 하수관이 막히면 세면대가 막혔다고 한다. 물을 많이 사용할수록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온 물 때문에 세면대는 넘쳐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수도꼭지를 잠그게 된다. 이것이 오래되면 잠가놓은 수도꼭지도 빡빡해져 물이 안 나오거나 적게 나오게 된다. 세수나 세면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면대를 청소하는 것조차 어려워져 지저분한 세면대가 돼간다.
안구건조증이 이러한 상태다. 막힌 하수구를 뚫어 물이 잘 내려가게 하면 수도꼭지를 다시 틀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구건조증이 일어난다. 하수구부터 통하게 해놓고 수도꼭지를 돌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안구건조 환자가 끝없이 내원하고 있다. 히알루론산이 첨가된 인공 눈물만 열심히 짜 넣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아우성이다. 이 부류의 환자들을 오래 관찰하며 찾아낸 재미있는 특징 한 가지를 소개한다. 바로 '휴지로 눈물 닦기'다. 백이면 백, 모두 휴지로 눈을 깊숙이 그리고 깔끔하게 훔쳐낸다. 유감스럽게도....
나빠지기는 쉬어도 좋아지기는 어려운 것이 우리 몸이다. 네덜란드 속담에 '병은 말을 타고 들어와서 거북이를 타고 나간다'는 것이 있는데 꼭 그런 격이다. 눈 안에 있는 눈물은 청소와 정돈을 하는 청소액이고, 눈 밖으로 나오는 눈물은 버려지는 하숫물이다. 그렇다면 어느 것을 닦아내야 할까. 당연히 이미 오염돼버린, 눈 아래로, 눈 밖으로 흐르는 눈물이다. 눈 안에 있는 눈물은 닦지 말아야 하는데 열심히 닦는 사람이 많다.
잘못된 상식이 몸을 망친다. 청소하고 나온 눈의 하숫물이 콧속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치료법이 통뇌법이다. 하나를 해결하면 둘, 셋, 넷이 한꺼번에 해결된다. 오지랖 넓게 230만 명이 고생하고 있는 안구건조 대증요법을 꾸짖고 싶어지는 저녁이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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