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반발해 사표를 내자 법무부와 청와대는 이틀 만에 후임 차관을 내정했다. 윤 총장 징계 절차를 강행하기 위해 순식간에 후임자를 지목한 모양새다.
앞서 법무부 산하 감찰위원회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가 잘못됐다는 취지로 권고했는데, 추 장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 내부에서도 내홍이 벌어진 모습이라, 향후 검사 징계위원회가 개최되더라도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날 고 차관의 후임 차관으로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내정했다. 신임차관 임기는 오는 3일부터다.
고 차관은 지난달 30일 사표를 제출했고, 이틀 만에 이날 사표가 수리됐다. 지난 4월27일 임명돼 약 7개월 만에 차관명함을 반납하게 됐다. 전임자인 김오수 전 차관이 2년 가까이 차관직을 수행한 것에 비하면 짧은 기간이다.
고 차관은 윤 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 소집을 앞두고 고심 끝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차관은 검사 징계위 당연직 위원인데, 사표를 통해 징계절차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법무부는 차관 교체로 응답했다.
추 장관은 전날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 관련 상황을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이 전 실장을 신임차관으로 내정했다. 측근 인사로 분류되던 고 차관을 숙고 없이 바로 내보내고, 최초의 비검사 출신 인사를 후임에 내정한 것은 윤 총장 징계위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법무부는 신임 차관이 임명되면 계획대로 윤 총장 징계위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임 차관이 윤 총장 징계를 위해 투입된 것이라는 의심은 불가피해 보인다. 신임 차관이 주관하는 징계위 심의와 의결에 대해서도 불신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는 부적정했다는 감찰위 권고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는 점도 앞으로 열릴 징계위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감찰위는 전날 감찰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위원이 만장일치로 "절차의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 감찰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감찰의 후속 조치인 징계 청구 등도 취소돼야한다는 취지다.
감찰위원 7명 중 4명은 추 장관이 임명했음에도, 일치된 의견이 나온 것이다.
감찰위원 3명은 "감찰 내용이 부당하고, 징계 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감찰위는 다수결을 진행한 끝에 감찰 절차만 문제삼았으나, 감찰 내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던 셈이다.
박은정 감찰담당관을 둘러싼 내부 비판도 감찰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모양새다.
박 담당관의 상급자인 류혁 감찰관은 감찰위에서 윤 총장 감찰 사안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감찰위에서 박 담당관은 "보고드렸고 결재까지 하셨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였고, 류 감찰관은 "결재한 것은 문서를 송부하는 것이었다. 내용을 나한테 보여줬느냐"고 받아쳤다고 한다.
박 담당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직권남용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음에도 수사의뢰가 이뤄졌다고 폭로한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와도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 위원들은 "누가 (직권남용죄 적용이 어렵다는 부분을) 삭제하라고 했느냐"고 물었고 이 검사는 "박 담당관이 삭제하라고 했다"고 답했고, 박 담당관은 곧장 "나는 삭제 지시한 적 없다"며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지켜보던 류 감찰관이 웃음을 짓자 박 담당관은 "왜 웃느냐, 날 망신주려는 것이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법무부가 처음부터 윤 총장 징계를 염두에 두고 감찰 규정을 개정했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해당 규정은 감찰관실 소속 검사가 "의도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취지 우려를 표했음에도 개정됐고, 감찰 위원들에게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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