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가운데 10일 서울 용산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2미터 거리두기를 하며 줄서 기다리고 있다.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가운데 10일 서울 용산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2미터 거리두기를 하며 줄서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하루 10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올 수 있는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면서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그간 역학 전문가들과 방역당국에서 언급한 하루 신규 확진자 300~400명 도달 시기가 3주 앞당겨지면서 3차 대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313명 중 국내발생 확진자는 245명이다. 전체 신규 확진자는 지난 8월29일(323명) 이후 81일, 국내발생 확진자는 9월2일(253명) 이후 77일만에 가장 많이 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는 아직 3차 대유행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변곡점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엄중한 시기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아직 3차 대유행이라고 지칭하기에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9일 "지난주에 이미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지난주에 거리두기를 격상해야 했다"며 "지금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지나 이미 위기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확산세는 역학 전문가들의 모델링 예측보다 3주 가량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 등은 지난 15일 'SEIHR 기반의 코로나19 국내 확산 모델링' 분석을 통해 추후 유행 상황을 예측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거리두기가 완화된 10월8일~11월11일 감염재생산지수(R값)인 1.29가 계속 유지될 경우 하루 신규 확진자가 2주 후(11월25일) 221명, 4주 후(12월8일) 354명으로 증가한다.

감염재생산지수는 감염자 1명이 감염을 전파할 수 있는 환자의 수를 말한다. 이 수치가 1 이상이면 감염이 늘어 유행이 확산하는 것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11월 1주일간 전국 감염재생산지수는 1주차 1.00(수도권 0.94), 2주차 1.21(수도권 1.15)이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모델링에서 가정한 감염재생산지수와 현재 감염재생산지수는 다르다"며 "10월에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 사회 활동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실제 감염재생산지수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도 "모델링은 과거의 감염재생산지수를 넣어서 계산하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열흘 전 감염재생산지수와 유행이 급속도로 퍼진 3~4주 뒤 감염재생산지수는 다르다. 모델링은 이론일 뿐"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행 상황을 위기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대구·경북 집단감염, 5월 이태원발 감염, 8월부터 이어진 집단감염은 한 곳에서 시작해 확산됐지만, 이번 유행은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천은미 교수는 "지난번 유행들은 주로 한 곳에서만 확진자가 나왔지만, 지금은 비수도권, 수도권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생활공간에서 자기도 모르게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더블링(2배)이 아니라 몇 배로 급증할 수 있다. 하루에 수백~수천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해외 유행 상황을 우리가 겪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방대본의 국내 발생 현황을 종합하면, 최근 코로나19 유행은 대부분 가족모임과 지인모임에서 감염이 시작돼 직장, 다중이용시설을 통해 다른 가족과 집단에 전파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모임 등 접촉 빈도를 줄이지 않으면 당국의 추적 속도가 감염 전파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우주 교수는 "지난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강화했으면 확산세를 일찍 꺾을 수 있었다"며 "감염 확산의 시동이 이미 걸렸다. 거리두기 1.5단계만으로는 확산세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가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대까지도 올라가고, 지역사회 의료시스템 마비라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며 "전남대병원 감염 사례가 대표적이다. 병원이 폐쇄되고 중환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돌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광주광역시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2시 기준 전남대병원 관련 확진자는 총 43명이다. 지난 13일 신경외과 전공의가 첫 확진자로 발견된 후 14일 5명, 15일 3명, 16일 10명, 17일 10명에 이어 이날 오후 2시까지 14명이 더 추가됐다.

천은미 교수는 "전남대병원 전공의 감염 발견 이후 4일만에 4차 감염이 발견됐다는 건 단순히 4차 감염이 아니라 이미 감염이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발견(이 뒤늦게) 된 것"이라며 "이미 지역사회에 감염이 상당히 전파됐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이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확진자가 나온 건물, 장소를 방문했던 사람들만 검사할 게 아니라 반경 몇 ㎞에 있었던 사람들도 모두 검사해야 한다"며 "PCR(유전자 증폭) 검사량을 늘릴 수 없다면 신속검사를 도입해서라도 검사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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