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늦가을에 접어드는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항문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여성분들이 늘어납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몸의 말단부위나 피부 가까이에 있는 작은 혈관들의 수축에 의해 혈액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특히 항문 주변 같은 부위는 혈액 저류가 발생하게 되어 치질이 발병하거나 악화되는 원인이 됩니다.
치질은 항문 주변과 항문 안쪽에 분포하는 혈관조직인 치핵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고 늘어남으로 인해 배변 시 밀려 나오거나, 출혈, 가려움증, 통증 등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여성보다 남성에서 두 배 정도 발병률이 높고, 나이가 들수록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50세 이상의 인구 절반이 증상을 가지는 치질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치질은 흔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평소 치질의 원인 및 악화요인이 될 수 있는 변비나 배변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또 아무래도 진료를 받기로 마음먹는 것이 편한 부위가 아니다 보니 불편감을 참고 지내거나, 간단한 연고 등으로 임시치료를 하고 버티며 지내다 상당히 진행된 치질을 가지고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가임기 여성의 25% 정도에서 증상을 갖는 치질이 발병하고, 임신 및 출산 시기의 산모 세 명 중 한 명은 치질로 인한 불편감을 가질 정도로, 여성에게도 치질은 꽤 흔한 질환입니다.
젊은 미혼 여성에게는 혹이 밀려 나오는 증상보다는 배변 시 출혈이나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더 흔한데, 이는 만성변비와 항문의 반복되는 열상이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중년 이후 여성의 경우 통증보다는 반복되는 탈항 증상으로 인해 항문 입구가 마치 꽃이 핀 것처럼 울퉁불퉁하게 빠져나와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임신부의 경우, 호르몬 변화에 의한 혈관벽의 약화, 커지는 자궁이 골반 아래를 지속적으로 압박함으로써 생기는 항문 주변 혈류장애 등으로 인해 치질이 생기기 쉽고, 출산 후 산욕기가 지난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질은 병의 진행 상태와 치료 방법을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탈항, 출혈, 가려움, 통증 등의 증상이 있다면 일단 전문의의 진찰을 꼭 받아서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일상에서 치질을 예방하거나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은 첫째,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변을 참는 습관을 없애고, 배변 시 변기에 오래 앉아있지 않도록 합니다. 둘째, 규칙적인 식사 및 섬유질 섭취를 충분히 하고, 잦은 음주나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 셋째, 장시간 앉아있는 것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변 후를 포함하여 하루 한번 이상 꼭 온수좌욕을 해 주는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질 증상이 있을 때 검증되지 않은 치료나 민간요법, 자가치료는 절대금물입니다. 꼭 전문가와 상담을 하여야 합니다.
최봉수 원장
최앤박내과외과 대표원장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외과전문의
대장항문 송도병원 전임의 및 과장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외래교수
가천의대 길병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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