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 총회 개최를 1년여 앞두고 WCC측의 입장과 반대측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나, WCC측 토론자가 불참한 가운데 진행돼 '토론회'의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
‘WCC의 실체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8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강당에서 토론회가 개최, WCC측 론자로 나서기로 한 이형기 명예교수(장신대)는 6일 토론회 불참 의사를 이메일로 전해 WCC측 입장은 이 교수의 발제문을 대독하는 형식으로 전달됐다.
신원균 개혁신학포럼 학술위원이 대독한 이 교수의 발제문은 'WCC에 대한 신학적 오해와 이해’라는 제목으로, 이 교수는 WCC의 구원론, 자유주의 신학 논란, 종교다원주의 논란등에 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WCC의 구원론에 대해“에큐메니칼 운동의 사회윤리란 결코 인간의 자력구원을 주장한 펠라기우스 전통을 잇고 있지 않다”며 “2005년 ‘교회의 본질과 사명’ 문서에서는 믿음을 통한 은혜로 의롭다 함을 받음에 의존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로마가톨릭과 루터교 두 공동체가 이신칭의 교리에 대한 합의에 도달한 것은 교회일치를 위해 중차대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유주의 신학 논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WCC가 자유주의 신학을 추구하고 과격한 사회참여를 실천한다고 비판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며“1963년 ‘신앙과 직제’ 문서는 성경이 ‘전승(Tradition)’에서 기원했고, ‘전통들’을 통해 전수된다고 본다. 복음전승(the Gospel Tradition)과 삼위일체론이 WCC 회원 교파들의 다양한 신학전통들을 한데 묶는 통일성으로 가장 근본적인 사도적 신앙전승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종교다원주의 논란에서 대해서는 “WCC는 종교의 다원성(plurality)은 인정하지만 종교다원주의(pluralism)를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며 “1979년 ‘기독교와 타종교간 대화에 관한 지침’은 혼합주의 위험성을 언급하고 있고, 교회의 정체성과 본질을 확고하게 붙잡고 특히 도덕과 사회윤리 차원에서 타종교와 대화하고 연대하며, 과학과 기술 등 제반 분야의 학문들과도 대화하고 연대하는 사회를 건설하려 한다”고 전했다.
반면 WCC측을 반대하는 입장을 대변한 최덕성 교수(전 고려신학대학원 교수·기독교사상연구원 원장)는 신학 패러다임의 충돌-기독교와 WCC’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최 교수는 WCC의 구원론에 대해 WCC최근 문서를 제시하며 “WCC는 구원의 길이 기독교에만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며 “이 단체의 선교와 복음전도에는 그리스도 십자가 중심의 복음이 없고, ‘전 복음(whole gospel)과 통전적 신학(holistic theology)을 읊조리지만 입술에 발린 구호일 뿐,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유일 신앙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WCC의 자유주의에 대해 “WCC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라 믿지 않고, 역사서와 문학서와 같은 인간의 책으로 여긴다”며 “성경이 무오(無誤)하다거나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신언(神言)이라 보지 않고 자유주의 신학의 성경관, 바르트주의 성경관, 급진주의 성경관을 묶어 자신의 것으로 표방하고 있다”고 제기했다.
WCC의 종교다원주의에 대해서는 "종교다원주의는 몇 가지 문서들을 통해 WCC가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신학”이라며 덧붙여 "WCC는 기독교 공동체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들을 아우르고 하나로 묶으려는 ‘종교혼합주의’, 즉 폭넓은 에큐메니즘(wider ecumenism)과 거대 에큐메니즘(macro-ecumenism)도 추구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지금이라도 한국교회를 살리는 일은 WCC에 대해 바로 알고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저희는 WCC 총회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WCC를 향해 부산총회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기독교사상연구원 주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