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뇌간출혈)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발병 즉시 삶이 양분되는 것이 뇌출혈이다. 뇌간출혈(brain-stem hemorrhage)은 더욱 그러하다.

연 매출 5천억 원이 넘는 탄탄한 중견기업을 경영해온 60대 초반의 회장님이 기억난다. 한번 몰두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는 워커홀릭이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낮에는 회의를 거듭하며 아이디어를 찾다가 저녁이 되면 에너지가 소진돼 책상을 잡고 겨우 일어나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30여 년을 지내던 어느 날, 머릿속에서 번개 치는 소리를 듣고 한참 뒤 눈을 떴다. 6개월이 지나갔다고 한다. 그사이 하루에도 몇 번씩 삶과 죽음을 오갔다고 했다. 그가 탄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 부인의 고생이 심대해 보였다. 부인은 담담히 말씀하셨지만, 눈시울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모 대학병원의 담당 과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출혈 부위가 뇌간 쪽인데 출혈된 양을 봤을 때 생존할 확률은 500분의 1이 안 될 정도입니다. 500명 중에 1명 정도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지요. 살아계신 게 한마디로 기적입니다."

필자도 동의했다.

"정말 기적입니다. 뇌간은 생존을 위한 중요 장치가 조밀하게 들어있는 곳이라 소량의 출혈일지라도 매우 위험합니다."

서둘러 검사를 해보니 재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치료에 들어갔는데, 10회차가 되니 안색과 발음이 많이 호전됐다. 흔들리던 안구도 고정되어갔다.

14회차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일그러져 있어도 많이 웃던 그의 얼굴에 근심이 보이기 시작했던 터라 속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휠체어에 이렇게 쪼그려 앉아 비뚤어진 입으로 말하는 게 기적 맞나요? 원장님, 그동안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베트남에 새로 지은 공장이 걱정되더군요. 내가 이 모양인데 잘 유지될까 신경도 쓰이고...."

의식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현실인지가 시작된 것인데, 뇌 기능이 제대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쓰러지고 이미 3년이 흘렀다는 것이 문제였다. 의식은 돌아왔는데 몸은 그렇지 못하니 고통이 오는 것이다. 좋아졌어도 웃을 수 없는 마음 아픈 사례였다.

뇌간(뇌줄기)은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장치다. 중간뇌와 다리뇌, 숨뇌를 합친 부분이다. 호흡, 맥박, 체온, 시각, 청각, 의식 등 우리를 살아있게 만드는 '숨어 있는 영웅'이다. 그는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핵심 참모이지만 영광은 항상 사령관(대뇌)에게 돌린다. 그러나 그가 없으면 사령관은 싸울 수가 없다. 핫한 '주연급 조연'인 것이다.

이 생명뇌를 저돌적으로 압박하는 출혈은 우리 몸을 즉각적인 사망으로 몰고 간다. 위의 환자분은 대한민국 응급의학 수준이 세계 최상위에 있기에 필자가 만날 수 있었던 최고 난이도의 환자였다. 이런 환자도 일으킬 수 있을 때까지 연구의 끈을 조여야 한다고 다짐해본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꼭 걸려야 하나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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